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파악한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 지진해일 경고센터’의 찰스 매크리리 소장이 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고백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는 2일 지진해일의 뒷이야기를 담은 커버 스토리에서 참사 당시 ‘경고센터’의 움직임을 상세히 전했다. 뉴스위크는 센터의 과학자들이 첨단 기기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멍하니 계기판을 바라보며 스스로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 이외에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강진과 해일로 이미 10만명 이상이 사망했을 당시 하와이 연구소의 시계는 오후 7시를 막 넘긴 상황이었다. 센터를 지키던 스튜어트 웨인스틴 연구원은 “멍청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지진계를 체크하고 TV 뉴스를 시청했다. 인터넷 포털 구글의 검색창에 ‘지진해일(Tsunami)’을 타이핑하면서 늘어가는 사망자수에 몸서리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 미국 서부 해안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과는 달리 인도양은 지진해일 경고 시스템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다.
센터의 매크리리 소장은 자신을 원망하는 이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메일은 “당신은 멍청이나 다름없소. 나라면 인터넷을 통해 해변의 호텔 전화번호를 찾아내서라도 경고를 했을 것이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매크리리는 잠시 침묵한 뒤 “돌이켜보면 그리 나쁜 생각이 아니다. 몇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전혀 구하지 못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그가 설사 그렇게 했더라도 “아름답고 조용한 일요일 아침에 지구 반대편에서 걸려온 광적인 과학자의 경고를 주의깊게 들어줄 호텔 매니저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크리리 는 여전히 자신을 책망했다.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한 그는 “평생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에 보고하는 경고센터 매뉴얼 외에 피해국에 직접 경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그는 “시스템이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졌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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