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참사를 빚은 해일이 휩쓸고 간 인도 해안 마을에서 어린 세 아들 중 두 명만을 가까스로 피신시킨 뒤 실의에 빠진 어머니에게 기르던 개가 미처 구하지 못한 아들을 데려다 주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인도 남부 폰디체리 인근 해안마을.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돌아온 아버지 라마크리시난은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붕으로 올라갔다. 마을을 향해 밀려오는 산더미 같은 해일을 목격한 그는 아내 상기타(24)에게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어린 세 아들을 피신시켜야 할 상황에 처한 그녀는 절망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일곱 살짜리 맏아들을 믿고 나머지 두 아들을 한 팔에 하나씩 안은 채 무작정 언덕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꺼번에 세 아이를 안고 뛸 수 없는 이상 그나마 제발로 뛸 수 있는 맏아들 디나카란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해일의 위험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디나카란이 달려간 곳은 자신이 지금까지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알고 있는 해변의 오두막이었다. 이 긴박한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누렁개 셀바쿠마르도 평소에 가장 따르던 디나카란을 쫓아갔다.
가까스로 두 아들을 대피시킨 상기타는 이제 다시는 맏아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한참을 쓰러져 울고 있는 동안 셀바쿠마르는 본능적으로 어린 주인의 위험을 직감하고 디나카란의 옷깃을 물고 있는 힘을 다해 밖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주둥이로 디나카란을 쿡쿡 찌르고 옷을 물어당기길 수차례,오두막에서 나온 어린 주인과 누렁개는 언덕으로 달려가 울고 있는 어머니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집이 해일에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는 너를 못만날 줄 알았다”는 어머니의 말에 디나카란은 “개가 내 옷깃을 물고 끌어당겨 오두막에서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정재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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