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구호품이 답지하고 있지만 정작 5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이재민들에게는 파괴된 도로와 통신망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생필품 공급이 안돼 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피해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을 비롯한 일부 외딴 지역은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수백만명이 생존에 필요한 물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호의 손길 애타게 기다리는 이재민=세계보건기구(WHO)는 80%가 피해를 입은 아체 서부 해안지역의 경우 전기와 연료공급 없이 단 한 개의 병원만이 운영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태국 정부는 시신을 담을 비닐 봉투와 냉동고 지원을 긴급요청했다.
WHO는 500만명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물품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호품 전달에 시간이 오래 걸려 생존자들 중에서도 의약품과 식량,의류 부족 등으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 등이 태부족인데다 식수와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확보해놓고도 도로 파괴와 인력 부족 등으로 피해지역으로 원활한 수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어린아이에게 먹일 우유가 떨어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구호품이 제때 전달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과 영국 등은 구호작업의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구호를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4개국 연합을 구성한 데 이어 피해지역 실태 파악을 위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끄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G8이 아닌 유엔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레어 쇼트 전 영국 국제개발장관은 “미국이 구호작업 조정을 내세우면서 4개국 연합을 만들어 주도권을 쥐는 것은 유엔을 약화시키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비난했다.
◇각국 애도 분위기 속 송년·새해맞이 행사 취소=태국 정부는 방콕에서 탁신 치나왓 총리와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비너스 윌리엄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르려 했던 제야행사를 취소했다.
인도의 유명 호텔들도 당초 계획한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했으며,대통령궁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31일 밤 건물에 불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에서는 찬드리카 구마라퉁가 대통령이 31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라디오 방송에서 경쾌한 음악이 사라졌고 호텔들도 송년만찬을 잇따라 취소했다. 수도 콜롬보의 각 가정과 상점,사무실에는 애도의 표시로 하얀 깃발이 내걸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압둘라 바다위 총리 지시로 정부 차원의 모든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추모식을 열기로 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도 신년맞이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이흥우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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