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한 곳인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곳곳에서 넘쳐나는 시신이 집단매장되고 있지만 생존자들은 이들을 추모할 틈도 없이 음식과 물을 구하기 위한 또다른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 또는 빈국인 피해지역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사망자 수를 파악하고 시신 부패에 따른 전염병 창궐을 막기 위해 마구잡이로 매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자수 파악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일 참사로 인한 이재민이 5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참혹한 참사피해 현장=미 CNN방송은 간신히 살아남은 이재민들이 배고픔과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다 아체의 30대 여성은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우리는 쌀과 약품이 필요하다"고 울부짖었다. 전세계가 천문학적 규모의 원조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도착한 구호물품은 수백뻌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나바로 세계보건기구(WHO) 위기대응국장은 "가족이 숨졌다는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다 아체에서는 종전까지 놀이터로 쓰이던 공터에 구덩이를 파 놓으면 트럭들은 도처에 널려있는 시신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약탈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피해 드러나는 벵골만 해역=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인구 4만5000여명의 인도 벵골만 니코바르 제도가 거대한 수중무덤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생존자들의 말을 인용,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사람들과 차량이 갈라진 틈으로 떨어진 뒤 11뻍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이 섬에서는 야자수를 붙잡는 것 이외에 유일한 생존공간이 40뻍 높이의 송신탑이어서 주민 수백명이 이곳으로 기어올라갔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한 탑이 한쪽으로 기울자 많은 사람들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쪽의 안다만 제도는 지대가 높아 피해가 경미했지만 지대가 낮은 니코바르 제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호물품보다 현금 필요=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아시아 남부의 난민들에게 낡은 스웨터나 빵덩어리보다는 현금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70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원조단체 CARE는 아예 현물 구호품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CARE의 대변인 러머 래클리는 "수송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재난 현장까지 운송 배급하는 일이 무척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얀 에겔란트 긴급구호조정관은 현금 이외의 것을 지원하고 싶다면 사전에 구호단체와 협의하라고 조언했다.
◇동물들 피해는 미미=지진해일 참사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 최대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얄라 국립공원에서는 동물의 사체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동물들이 해일이 닥쳐오는 것을 미리 감지하고 고지대로 대피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스리랑카 남동부에 위치한 얄라는 당시 내륙지역으로 3㎞ 가량 해일이 밀려왔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수많은 시신을 발견했지만 동물 사체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며 "아마 고지대를 찾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 생사여부 문의 폭주=지진해일 참사 이후 세계 각국의 웹사이트들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문의 폭주로 거대한 가족찾기 게시판으로 변했다. 서구국가 중 희생자가 많은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구에서 올라온 게시물들이 특히 많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30일 가족과 친지를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www.familylinks.icrc.org)를 개설했다.
남혁상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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