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떠난 효도관광길에 지진해일을 만나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배모(75) 할머니의 삼성서울병원 빈소에는 30일 하루종일 자녀들의 오열이 그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배 할머니와 동행한 딸 김모(46)씨마저 현지에서 왼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에 입원,가족들은 장례 준비와 김씨 간호를 병행해야 했다. 배 할머니 유해는 지진해일 한국인 희생자 중 처음 한국으로 운구됐다.
배 할머니는 귀국 예정일이던 지난 26일 아침식사를 마친 뒤 김씨와 함께 태국 피피섬 파통비치 해변에서 마지막 산책을 하다 해일에 휩쓸렸다. 김씨는 왼쪽 다리 무릎 밑을 크게 다친 채 해변에서 구조됐으나 배 할머니는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30일 오전 7시55분 타이항공편으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배씨 유해는 흰 천에 덮여 유족에게 인계됐고,장례식장에 안치될 무렵인 오전 10시엔 대한항공편으로 김씨가 휠체어를 타고 입국했다.
유족들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오가며 빈소를 지키고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시에 김씨 입원 수속과 간호를 하느라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 오전 내내 빈소를 다른 가족에게 맡기고 서울아산병원에서 김씨 병세를 지켜보다 낮 12시쯤 돼서야 장례식장에 올 수 있었던 아들(47)은 “비통할 따름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언론 취재를 일절 사양했다. 시신 수습과 운구 절차를 챙기느라 지친 표정이 역력한 유족들은 “너무 경황이 없다. 장례라도 조용히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병원측과 취재진에게 거듭 당부했다.
주한 태국 대사관은 배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화환을 보냈고,여행을 주선한 L여행사측은 천재지변이어서 피해보상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보험사와 보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를 단축해 31일 발인키로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지에서 실시된 김씨 수술 경과가 좋아 몇 가지 검사를 거치면 재활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족에게 통보했다.
한편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는 26일 피피섬에서 딸과 함께 관광을 즐기다 왼쪽 정강이 부분이 7㎝ 가량 찢어진 김모(48)씨가 13살 딸과 함께 응급실에서 치료받았다. 김씨는 봉합수술 후 현재 X선 검사와 MRI 검사를 받았으며 딸은 얼굴 찰과상과 2차 세균감염을 막기 위한 치료를 받았다.
정동권 강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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