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실종·연락두절 여행객 가족들 “살아만 있어주길…”
기사입력 : 2004.12.28, 23:50

“결혼한 동생 가족 6명이 지난 25일 출발해 동남아 여행을 갔는데 소재 좀 파악해주세요.”

“부모님이 푸켓에서 머리식히러 해변에 간다고 전화하신 뒤 연락이 없습니다. 제발 좀 찾아주세요.”

동남아 여행 중 지진해일로 실종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정부에 신고를 해온 건수만 590여 건에 이른다.

부산 중앙동 M여행사는 28일 “푸켓 현지 여행사와 함께 관광객 피해 여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 25일 밤 패키지 상품으로 푸켓으로 떠난 관광객 가운데 신혼부부 4명이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

신혼부부는 부산에 주소를 둔 이모(30)·허모(29·여)씨 부부와 조상욱(28·LG마이크론 근무?경북 구미시 황상동),이해정(25·여·유치원 교사)씨로 알려졌다.

조씨 부부는 지난 25일 경북 김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푸켓으로 4박5일 신혼여행을 떠나 “푸켓의 카오락 리조트 방갈로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건 뒤 연락이 끊겼다.

TV로 방송되는 참사 장면에 더욱 초조해진 실종자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대사관과 여행사의 확인 전화만 기다리고 있다.

태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가족 친지 동료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푸켓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임우정(33)씨의 매제 김철곤씨는 “지난 11일 태국으로 출국하신 장인어른마저 연락이 끊겼다. 혹시 처남과 같이 계셨는지 알아봐 달라”는 글을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남겼다. 박현주씨는 같은 홈페이지에서 “동생이 국제협력단원으로 파키스탄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한 뒤 귀국길에 태국 여행을 하겠다고 연락하곤 사흘째 소식이 끊겼다”며 “푸켓 공항에 입국기록이 있는지 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8월 국산 경비행기 ‘보라호’ 시험운항 중 숨진 항공대 은희봉 교수의 형 희춘(61)씨 역시 부인 이상록(59)씨와 함께 해일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 연락이 끊겼다. 은씨는 2002년 5월부터 인도네시아의 프랑스계 시멘트업체에서 생산담당 부장으로 근무해 왔다. 아들 현기(35)씨는 “현지 직원들이 자카르타에서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며 “현지로부터 연락을 기다릴 뿐 손 쓸 방도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엄기영 강준구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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