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바다가 한순간 모든 것 삼켜”
화창한 26일 오전 동남아 각국을 강타한 초대형 쓰나미(지진해일)는 크리스마스 연휴로 북적이던 해변과 평화로운 해안마을을 삽시간에 지옥으로 바꾸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집채 같은 파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쓸려갔다며 참상을 전했다.
◇인도=망기나푸디 해변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이 힌두교 의식에 따라 보름날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갑작스런 해일에 휩쓸려 35명이나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프라카삼에 사는 기리 프라사드는 “바다가 갑자기 광폭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 우리를 덮쳤다”며 “수m 높이 파도가 마치 야생 코끼리 군단처럼 마을로 밀려와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스리랑카=휴양지 우나와투나에서 휴가를 보내던 영국 BBC방송 롤랜드 버크 기자는 “허둥지둥 호텔 방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금세 물이 가슴 높이 차올랐다. 서둘러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물살 때문에 곧 떨어졌다”고 생사기로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또 “쓸려가던 차들이 나무에 걸렸고, 빌딩은 무너졌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 폐허가 돼 버렸다”고 전했다.
◇태국=20년째 푸켓에서 ‘K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베르너 크라섹은 아침 8시 조금 지나 호텔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1시간30분쯤 지나자 믿을 수 없는 위력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 200∼300m 밖에 있던 자동차들을 호텔 안으로 내동댕이쳤다고 말했다. 푸켓의 호텔에 묵고 있던 스페인 관광객 앤 소피 스페츠는 아침식사를 하는데 아이가 달려와 무서운 파도가 밀려온다고 울부짖었다며 곧 사람들이 피로 범벅이 된 채 곳곳에서 비명을 질렀다고 기억했다. 크라비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던 사진작가인 사이먼 클락은 “스노클링을 하던 사람들은 산호와 함께 질질 끌려 해안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선탠을 즐기던 사람들은 바다 속으로 순식간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lsy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