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객 생사몰라 발동동

 


동남아에서 발생한 지진 파장이 국내를 강타하고 있다. 내국인의 사망·실종자가 늘어나자 현지로 여행을 떠나보낸 국내의 가족들이 생사를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27일 외교통상부와 여행사 등에 따르면 현지의 통신망이 파괴된 채 복구되지 않아 국내 가족들은 안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여행사를 거치지 않은 채 배낭여행을 떠난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안전 확인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어서 통신시설이 복구될 경우 사망·실종자가 추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죽었나 살았나” 애타는 가족들=국내 여행사들은 하루종일 폭주하는 동남아 여행객의 국내 가족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또 외교부에도 하루종일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와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ㅈ여행사 관계자는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보냈다는 한 남자로부터 ‘TV에 초라하게 비쳐진 모습이 내 아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안부를 확인해달라’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와 애를 먹었다”며 “이 남자의 아들은 태국 현지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고 전했다.

ㅎ여행사의 한 직원은 “가족 생사 및 안부 확인요청 전화가 쇄도해 영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은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채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간 친구들이 많지만 연락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도 생사 및 안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쳤다. 푸켓 인근의 피피섬에 한국인 9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ㅎ여행사의 경우 안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지만 이들의 안전 여부가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이체주에서 사고 직후 연락이 끊긴 은희춘(61)·이상록(59)씨 부부의 아들 은현기씨(35)는 “부모님의 생사를 확인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은희춘씨는 지난 8월27일 항공대 활주로에서 국산 경비행기 ‘보라호’ 시험운행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은희봉 교수의 친형이다.

◇끔찍했던 순간=이날 푸켓 현지로부터 항공편 3대로 인천공항에 급히 입국한 여행객들의 일원인 이모씨(35)는 “전날 오전 10시쯤 오키드 아시아 리조트 인근의 해변에 있던 중 고층빌딩 만한 해일이 밀려와 급히 멀리 도망쳤다”며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모씨(34)는 “해변 인근의 호텔에 머무르던 중 흙탕물이 순식간에 7~8m 높이의 2층까지 차올랐다”며 “야자수가 쓰러지고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도망쳤다”고 전했다.

한편 여행업계는 당초 동남아 여행의 절정기를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로 잡고 대대적으로 여행객 유치에 나섰지만 이번 지진으로 대규모 해약사태를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최병준·오승주기자 fai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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