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5)씨는 연일 계속되는 회식과 음주로 구토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몇일전엔 내용물에 피가 섞여 나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일시적 증상쯤으로 생각하고 다음날 또 간부 직원 망년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연이어 돌아오는 폭탄주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토혈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면서 김씨처럼 과음으로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가 터져 피를 토하면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e)’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애주가들에게는 흔히 일어나는 술병. 병명은 처음 환자를 접한 미국 의사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위스키 등 고농도 알코올을 마시면 직접적인 손상보다 구토때문에 식도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가고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의 점막이 상처를 입는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된 과음으로 구토가 심해지면 점막 아래 근육층과 동맥이 파열돼 과다한 출혈과 함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식도와 위의 연결 부위는 분문(기도와 위의 경계)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좁아져서 음식물이 통과할 때 저항을 받는 곳. 그런데 과음으로 뇌의 ‘구토 중추’가 구토 반응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계속되는 구토로 상처가 더욱 커지게 된다. 또 식도와 횡격막(가슴과 위의 경계를 이루는 막)의 기능도 떨어져 분문쪽에서 식도로 위산의 역류가 일어나면 손상된 부위의 출혈이 더 심해진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계속 알코올이 주입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돼 구토 조절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심한 출혈로 빈사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신속히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는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은 알코올이 체내 장기 조직을 파괴해 가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질환으로 구토에 이은 토혈 증세가 있으면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내시경 검사로 상처 정도를 진단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혈이 심하거나 식도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현상이 동반될때는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이 증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알코올 도수 20%가 넘는 소주,위스키 등은 위장에 부담을 크게 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음주전 반드시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공복에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한번에 모두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진 교수는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은 애주가가 걸릴 확률이 높지만 보통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연말 술자리 등 음주량이 늘어나는 때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폭탄주 등 독주를 한번에 들이키면 자칫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염이나 위궤양은 물론 심하면 위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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