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청와대 조윤제 경제보좌관과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폴란드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3일,바르샤바 시내 한국식당에서였다. 공식수행원들과 동행 취재기자들이 저녁자리에 어울렸다.
청와대에 출입한 지 꼭 1년이 지났지만,대통령의 최고 경제참모와 나란히 앉아 육성으로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주위의 몇몇 기자들이 서민들의 민생고를 현실감있게 전달하자,조 보좌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면서 일부 대목에서는 “그럴수도 있겠다,이해가는 부분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 보좌관도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를 직접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분배냐 성장이냐의 이분법만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유익한 대화가 오갔고,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가 왜 1년 동안 경제보좌관과 대면(對面) 대화를 하지 못했을까.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참여정부가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해 청와대를 언론에 개방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기자실 개방의 원칙에 따라 출입언론사를 확대했을 뿐,비서실 문은 오히려 잠궜다. 출입취재가 원천 봉쇄돼 ‘폐쇄형 브리핑제’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기자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볼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언론의 권력 감시·비판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보고 듣지 못하는 기자들이 어떻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을까. 문이 막혀 있으니,전화취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한계가 있다.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참모가 있는가 하면,무조건 회의중이라고 둘러대는 관계자들도 많다. 청와대는 “기자들이 내용을 잘 모르고 기사를 쓴다”고 불만이고,기자들은 “취재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한다.
기자들이 경제보좌관과의 짧은 만남에서도 ‘공감의 폭’을 넓혔듯이 비서실과 기자단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 비서실 취재 허용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기자들의 비서실 취재가 허용됐는데,참여정부라는 명패를 단 이 정부가 유독 기자들에게만 ‘불참정부’가 될 이유가 없다. 이제 굳게 걸린 청와대 빗장을 풀 때다.
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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