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여성 이용자들의 사진을 성인사이트로 옮겨 싣는 신종 ‘파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이름을 따 ‘싸이 파파라치’라 불리는 이들은 여성들의 수영복 또는 짧은 치마 차림의 사진을 무작위로 가져다 나르고 있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운영업체의 적극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이모(21·여)씨는 이달초 자신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이 인터넷 한 와레즈사이트(불법으로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사이트) 성인게시판에 게재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미니홈페이지에 올려놨던 사진을 누군가가 옮겨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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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밑에는 ‘다른사진도 부탁’ ‘홈페이지 주소 공개해요’ 등의 댓글도 있었다. 이씨는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본 끝에 헤어진 애인 강모(24)씨가 사진을 옮겨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강씨에게 항의,이를 삭제하게 했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조회수는 이미 3000회를 넘어선 뒤였다.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만을 골라 성인게시판에 옮기는 전문적 파파라치들의 활동도 이미 위험수준을 넘었다. 현재 각종 와레즈 및 성인사이트에는 ‘아무개의 미니홈피에서 퍼왔다’ ‘옛 애인 수영복 사진’ 등의 제목이 붙은 여성들의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다. 한 와레즈사이트 게시판의 경우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개인 미니홈페이지에서 옮겨놓은 여성들의 사진 200여개가 한꺼번에 검색될 정도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비록 돈벌이는 되지 않지만 해당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급이 높아지는데다 ‘내가 정보를 제공한다’는 우쭐한 심리까지 겹쳐 파파라치들의 활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관음증의 대상이 점점 전문배우에서 일반여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인권전문가들도 운영업체가 개인정보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해당 인터넷사이트는 회원들을 상대로 ‘클린캠페인’을 벌이고 개인정보보호 방법을 홍보하는 등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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