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도시, 캐나다 몬트리올

 
축제같은 뜨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여기 몬트리올이 있다. 섬 도시, 1년 내내 페스티벌이 끊이지 않는 도시, 화려한 원색에 가까운 도시, 몬트리올로 떠나자.

- ‘북미의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 -

몬트리올은 세인트 로렌스 강 가운데 있는 섬 도시다. 그렇다고 그 크기를 무시하지 말자. 캐나다의 도시 가운데 토론토 다음인 제2의 도시이자, 퀘벡 주의 주도다. 인구 1백80만이 제2의 도시라면 서울 사는 사람들은 코웃음 치겠지만, 넘치는 활기는 서울 못지 않다.



몬트리올은 지리적으로 섬이지만, 문화적으로도 섬 도시다. ‘북미의 도시’, 몬트리올의 별칭이다. 프랑스 파리 다음으로 불어 사용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주변 모든 도시가 영어권에 속해 있다면, 몬트리올은 섬처럼 불어권으로 남아 있다. 주민들도 자신들이 프랑스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프랑스 사람들은 그들을 그냥 캐나다인으로 알고 있다.

몬트리올이 에펠탑 없는 파리가 된 이유는 프랑스인이 첫발을 디딘 곳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제1세의 명령을 받은 자크 카르티에는 금과 향료를 찾아 인도로 가던 중 몬트리올을 발견했다. 이 신천지의 이름을 불어로 ‘Mont Real', 영어로 하자면 ’Mount Royal' 로 지었다. 불어 이름을 영어식으로 부르다 지금의 몬트리올(Montreal)이 됐다. 이때가 1535년. 70여 년 뒤인 1611년 사무엘 드 샹플랭은 이곳에 모피 교역장을 세웠다. 18세기 유럽에 불어닥친 비버 모피 열풍 탓에 몬트리올은 날로 번창했다.



땅에 대한 욕심은 인종과 시대를 넘어서 대단했다. 북미 지역에 대한 치열한 전투 끝에 프랑스가 물러나고 영국이 몬트리올의 새 주인이 되었다. 주민들은 옛주인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탓에 언어와 종교를 바꾸지 않았다. 새 주인은 당근과 채찍에도 넘어가지 않는 주민들에게 굴복, 1774년 퀘벡 법을 제정해 불어 사용을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파리가 정열에 휩싸인 도시이고, 뜨거운 가슴을 품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이듯 이곳 사람들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에 나와 몰려다닌다.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토론토가 차분한 색깔의 옷을 걸친 도시라면, 몬트리올은 화려한 원색이 넘쳐나는 도시라고나 할까. 활발함 속에 감춰진 구시가지의 예스러운 자태가 다운타운의 원색과 대비되며 내면의 역동성을 더한다.



몬트리올을 감싸고 있는 세인트 로렌스 강은 온타리오 호수에서 뻗어나와 대서양 연안까지 이어진다. 이 강 동쪽에서 북으로 펼쳐져 있는 로렌시아 산맥은 휴양객들의 발걸음을 잡는 리조트가 발달돼 있다. 동쪽으로 가다가 강줄기가 좁아들 때쯤 만나는 가스페 반도는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선이 계속되는 절경을 자랑하는 관광지다.

-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쉬는 도시 -

도시란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도 같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다른 도시의 아름다움과 발전에 질투할 줄 알며,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옛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문물이 자리를 잡으면서 도시는 그 오래된 껍데기를 벗는다. 서울도 그랬다. 이제 조상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설사 있다 해도 아슬아슬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막연히 향수에 젖어볼 뿐이다.



그러나 몬트리올은 새로움과 예스러움이 화해를 나눈 도시다. 다운타운은 높은 스카이라인과 비조화의 선을 창조해내는 세련된 공간이며, 구시가지는 뿌리의식이 강한 주민들이 조산의 선물을 잘 간직한 탓에 17세기의 고풍스런 자태가 그대로 배어난다.

여흥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의 핏줄을 어어받은 이곳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다운타운은 캐나다의 도시 가운데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대형 쇼핑센터, 부티크,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여러 유흥업소가 자리잡고 있다. 복제된 기성품이 아니라 남과 다른 것을 찾는 쇼핑관광객이라면 몬트리올이 제격이다. 몬트리올은 북미 도시들 중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패션 도시이기 때문이다.



볼 것도 많다. 밤이 되면 다시 한번 옷을 바꿔입는 몬트리올은 현란한 네온사인과 불빛, 사람들의 함성소리에 잠이 없는 도시가 된 지 오래다. 불빛만 따라가도 다운타운의 주요 거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다운타운은 최대 상업 지역인 생 카트린 거리가 중심이 되고, 크레센트 거리, 셰르브룩 거리, 생 드니 거리 등으로 이어진다. 거리마다 특징이 있어 행인들의 차림새도 사뭇 달라 보인다.



기념비가 있는 도르체스터 광장, 푸르른 녹색이 가득한 캐나다 광장,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을 3분의 1 크기로 축소시킨 마리아 대성당, 캐나다 최고의 몬트리올 미술관, 세계적 명문 맥길 대학, 고풍스런 상류층의 셰르브룩 거리, 프랑스계 역사를 볼 수 있는 맥코드 캐나다 역사박물관, 다운타운의 중심지 생 카트린 거리, 다빈치가 고안한 언더그라운드 시티, 예술의 중심지 플라스 데 자르, 현대미술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몬트리올 현대 박물관, 1860년대 철도·광산 노동자가 건설한 차이나 타운 등에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예술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뮤지엄 패스를 끊으면 좋다. 월요일은 모든 미술관이 휴관한다.

쇼핑을 하려면 앤티크 로, 언더그라운드 시티, 그린 애비뉴 등 3대 쇼핑 지역을 들르면 좋다. 앤티크로는 골동품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건물 또한 예스러워서 색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29㎞나 되는 지하도시다. 대형 쇼핑 센터, 고급 호텔과 연결돼 있어 쇼핑센터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그린 애비뉴는 고급 부티크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주차돼 있는 차들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벤츠와 롤러 로이스뿐이다.



다운타운의 화려함과 사이좋게 화해를 나눈 구시가지는 색바랜 석조건물들이 줄지어 선 정감있는 공간이다. 이런 예스러움도 화려함과 사이가 좋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인구가 늘어나자 구시가지를 감싸고 있던 성벽이 헐렸고, 다운타운으로 모든 경제가 옮겨졌다. 구시가지는 쇠락의 길을 걷다가 1960년대 초, 퀘벡 주정부의 재개발 사업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지금은 다운타운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남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몬트리올의 창시자 메조뇌브의 동상이 있는 다름 광장, 1백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몬트리올 은행, 고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노트르담 대성당, 몬트리올 주민들의 고고학 자료가 모여 있는 몬트리올 고고학 역사박물관, 몬트리올의 역사를 몸소 대변해주는 구 항구, 1657년 건립된 노트르담 봉스쿠르 성당, 1백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봉스쿠르 마켓, 2백 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자크 카르디에 광장, 하나의 역사적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시청, 인디언과 교류에서부터 현재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샤토 람제이 박물관 등이 유명하며 순서대로 돌아다니며 적당한 동선이 된다.



국내에서 몬트리올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벤쿠버나 토론토를 경유해야 한다. 미국 국적의 항공사는 동경을 거쳐 미국의 한 도시에 머물렀다 몬트리올로 가는 항공편을 제공한다. 가격이 조금 싼 대신 24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국내 관광객들은 몬트리올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22㎞ 떨어져 있는 도르발 공항을 주로 이용한다.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미라벨 공항은 유럽과 연결되는 노선이 많다. 드르발 공항까지 비행기로 벤쿠버에서는 4시간 30분, 토론토에서는 1시간이 걸린다.

토론토에 도착해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몬트리올로 발걸음을 옮기려면 버스나 기차편이 유용하다. 기차는 4~~5시간을 달려 센트럴역에 도착한다. 메트로 보나방퀴르(지하철역)와 연결되므로 몬트리올 어디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버스터미널은 메조뇌브 불바르와 베리 거리의 코네에 위치한다. 역시 베리 위캄(지하철역)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 몬트리올은 대중교통이 매우 발달해서 초행길인 여행자라도 길을 잃을 위험이 없다.

<글 권오경(자유기고가)>
작성 날짜 : 200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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