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족쇄에 공장 놀릴판”
“구직자들이 넘친다지만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공장 돌릴 인력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내국인은 모집공고를 내도 안 오고, 외국인 노동자는 외국인고용허가제에 발목이 잡혀 마음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 양감면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서 만난 업주 김모씨(44)는 대뜸 “외국인고용허가제 때문에 영세한 공장들이 생산직 종업원을 못 구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의 고용 인원을 내국인피보험자의 50%까지만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제도로 지난 8월17일부터 4개월째 시행 중이다.
플라스틱 식품용기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는 외국인 노동자 7명을 포함해 현재 18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를 적용하면 이 공장은 한국인 11명의 50%에 해당하는 5명의 외국인만 합법적으로 고용이 가능하다. 2명은 불법노동자인 셈이다.
업주 김씨는 “왜 한국사람을 안 쓰고 싶겠느냐”며 “내국인이 안 오니까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일손을 덜어주던 외국인 불법체류자들도 벌금을 물지 않고 자진출국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이달말로 다가오면서 속속 공장을 떠나고 있다”고 속을 태웠다.
인근에서 도색공장을 하는 이모씨(35)도 “우리는 외국인 4명이 필요한데 내국인 종업인이 3명에 불과해 외국인 쿼터배정은 1명밖에 안된다”며 “주문이 밀릴 때는 철야로 잔업을 해도 납품을 못 맞추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소기업들은 한국인 직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쿼터배정에 묶여 원하는 만큼 외국인들을 충원하기 어렵다”며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양질의 외국인 인력을 골라 쓸 여유가 있는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영세한 중소업체에는 오히려 덫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원과 안양, 군포, 부천 등지의 중소기업 공장이 옮기면서 3,206개의 공장이 몰려 있는 화성지역에는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화성시에 따르면 이들 공장의 종업원은 모두 8만9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5,000~1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 중 30~50%는 김씨 공장처럼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시 정남면에서 기계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씨(50)는 “합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내국인을 먼저 뽑아야 되고, 외국인 노동자 신청시 돈도 1인당 22만7천원을 내야 한다”며 “외국에서 근로자가 오는 데 한달반 걸리고 일을 배우는 데 3~4개월 걸리는데 일은 언제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6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팔탄면 ㅂ금속 대표 조모씨(56)도 “고용허가제로 산재·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다보니 비용도 더 든다”며 “일부 공장의 경우 아예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뒤 이들의 숙소를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야간작업만 시켜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화성|경태영기자 kye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