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헤르메스 ‘불공정’ 조사

기사입력 : 2004.12.16, 18:14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론에 흘린 뒤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영국계 헤르메스 자산 운용의 불공정 거래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예비조사 결과 헤르메스가 최근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면서 “조만간 정식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5% 취득한 헤르메스가 M&A 가능성을 흘린 뒤 곧바로 보유 물량 전체를 팔아치운 행위는 차익 실현을 앞두고 과도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거래법상 ‘부당한 이득을 보기 위해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시세 조작 관련 불공정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헤르메스의 인터뷰 내용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손실 회피’에 따른 부당 이득을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 불공정 행위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이 가능하며 손실회피액을 포함한 부당이득의 3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헤르메스 자산 운용의 로버트 클레먼트 이머징마켓 총괄운용책임자는 지난 1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의) 현 경영진이 만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의사를 결정하지 않고 대주주 일가 또는 삼성그룹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결정을 하는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헤르메스는 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보도가 나간 뒤 이틀만인 3일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를 주당 평균 1만4604만원에 전량 매각했으며 공시를 통해 ‘투자이익 실현’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뒤 주식 취득 지분이 5%에 달하자 지난 3월6일 지분 취득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M&A 가능성을 언급한 인터뷰가 나갔던 1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1만5850원이었지만 헤르메스가 보유 물량을 모두 처분하면서 지난 13일에는 1만2300원까지 추락했다. 특히 헤르메스가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은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정보와 판단력에서 취약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맹경환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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