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차범근 감독 데뷔 첫 ‘경사’
기사입력 : 2004.12.12, 19:42

“두리야,넌 골 넣었지? 아빠는 우승 먹었단다.”

‘차붐 부자’가 연이틀 겹경사를 맞았다. 아버지 차범근(51·수원 삼성) 감독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04 K리그 포항 스틸러스와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승리,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아버지의 우승을 예고하듯 아들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는 전날 시즌 2호골을 뽑아냈다. 11일(한국시간)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 부르그하우젠과의 원정전에서 후반 36분 팀의 3번째 골을 뽑아내며 3대0 승리에 힘을 보탠 것.

경사가 겹쳤지만 감격의 크기로 따지자면 차 감독의 우승이 훨씬 컸다. 경기 후 차 감독의 눈시울은 잠시 붉어졌다. 선수로서는 원없이 많은 영광을 누렸지만 그동안 지도자로선 그렇지 못했던 탓이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 맛보는 우승의 기쁨이었기에 코끝이 시큰할 수 밖에 없었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는 달리 감독 차범근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년간 통산 308경기에 출장,98득점이라는 ‘차붐 신화’를 남기고 1989년 귀국한 차범근은 91년 프로축구 울산 현대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로 접어 들었다.

그러나 벤치의 차범근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때만은 못했다. 3년이내에 팀을 우승시키겠다고 했던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됐다. 97년에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1년 후 프랑스월드컵에 나섰지만 네덜란드전 0대5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회기간 중 사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프로축구 승부 조작설을 제기해 5년간 국내에서 지도자 활동이 금지돼 중국으로 건너가 선전 핑안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1년 6개월만의 귀국도 금의환향은 아니였다. 해설가로 축구와의 인연을 이어온 차범근 올해 수원과 3년 계약을 맺고 국내 프로축구로 돌아왔다.

4경기만에 복귀 첫 승을 신고할 만큼 출발은 불안했다. 선수들이 ‘차범근식 공격축구’에 차츰 적응하면서 수원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7월 29일에는 아시아 투어에 나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1대0으로 격침시키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그러나 후기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 승리,그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결코 이변이 아니였다. 선수들과 1년간 땀흘리며 동고동락한 끝에 거둬들인 지도자 차범근이 쓰디쓴 인내의 대가로 거둔 첫 열매이기 때문이다.

수원=조상운기자 s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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