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가 얼만큼 기쁜지 여러분은 상상이 안갈 것입니다.”
12일 금빛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수원월드컵경기장 인터뷰룸에 들어선 차범근(51·수원 삼성) 감독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 굉장히 긴 시간이었는데 우승으로 힘들었던 게 한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함께 땀흘린 선수들,구단 프런트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시 운동장에 서기까지 가족들의 반대가 많았는데 결국은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이번 우승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차 감독은 이날 새벽 5시 독일에서 걸려온 아들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의 전화를 받았다. 전날 분데스리가 2부리그 전반기 최종전에서 시즌 2호골을 뽑아낸 아들이 자랑삼아 건 전화였다. 아들은 “아버지도 꼭 우승하세요”라는 말로 결전에 나서는 아버지를 응원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던 차범근. 하지만 지도자 차범근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기에 그는 이날 선수시절엔 한 번도 흘려보지 않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오늘은 왠지 눈물이 많이 납니다. 승부차기에 들어갈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법칙이지요. 포항이 우리만큼 땀을 안흘린 것은 아니지만 땀흘린 사람에게 보람이 있고,우승은 위(하나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감독은 수원의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 울산 현대와 98프랑스월드컵 한국 대표팀,그리고 중국 프로축구 선전 핑안팀까지 지도자로서 세 차례나 기회를 가졌지만 한 번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 해 말 수원의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도 적잖이 망설였다. 그러나 꼭 한 번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고,고민 끝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 4경기만에 첫 승리를 거두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차 감독은 팀을 후기리그 1위로 이끌며 마침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좋은 선수와 좋은 팀을 맡아야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라는 그의 말은 겸손에 불과하다. 생애 처음으로 우승 감독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던 길에 차 감독은 “FA컵도 먹어야지. 이왕 먹는 김에 다 먹어야지”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조상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