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개월 된 30대 회사원이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7명의 환자들에게 심장 등 장기와 각막을 기증했다.
2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지난 달 29일 뇌동맥류 파열로 뇌사상태에 빠진 김상진(31)씨의 가족은 김씨의 생전 약속에 따라 1일 오후 서울 강남삼성병원에서 6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7명의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5시쯤 서울 신당동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오른쪽 머리에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뇌사하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뒤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긴 첫 사례다. 심장사나 노환으로 숨진 뒤 시신이나 각막을 기증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뇌사에 빠진 뒤 장기를 기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동본부는 밝혔다.
운동본부 최승주 사무국장은 “뇌사로 숨질 경우 15% 정도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데다 서약자들의 가족 대부분이 서약 사실을 몰랐거나 반대해 서약을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심장은 확장성 심근증을 앓고 있던 박모(45)씨에게,췌장은 소아형 당뇨로 20년 이상 투병하던 임모(44·여)씨에게 이식됐다. 각막은 박모(20)씨 등 2명에게,신장은 만성신부전증 환자 윤모(34·여)씨 등 2명에게 각각 한 쪽씩 이식됐다. 간은 급성 간부전증 환자 이모(31)씨에게 이날 성공적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999년 강원대 재학 당시 어머니와 함께 뇌사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서약했었다. 김씨는 군복무 중에도 꾸준한 헌혈로 적십자 표창을 두 번이나 받았다.
김씨의 어머니 박기월(53)씨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도맡을 정도로 능력있고, 작은 약속도 소중히 잘 지키고 실천하는 성실한 아들이었다”며 “마지막 갈 때까지 생전에 한 약속을 다하고 갔다”고 말했다.
김씨와 사내 결혼을 한 아내 김모(33)씨는 “상진 씨가 모두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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