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의 뉴욕 양키스’인가.
삼성은 23일 138억6000만원(보상비 포함)의 거액을 들여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심정수와 박진만(이상 현대)과 4년 계약을 체결,소속 팀 김한수에 이어 스타급 FA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삼성의 이번 FA 계약을 놓고 미국 메이저리그 부자구단 양키스의 행태와 닮았다는 말들이 많다. 양키스 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좋은 선수는 무조건 잡는다”면서 매년 스타 선수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악의 제국’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그러나 “팀 성적이 최상의 팬 서비스다. 우리 팀은 양키스와 일본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히 내뱉는다.
삼성은 김응용 사장과 선동렬 감독,한대화 수석코치로 이어지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화려한 선수단 구성으로 전력이 급상승한 반면,나머지 구단은 전력 재정비에 비상이 걸린 실정.
◇138억6000만원 돈 잔치=삼성은 심정수와 최대 60억원,박진만과는 39억원에 각각 계약했다. 두 선수의 몸 값만 99억원. 여기에다 현대에 지급해야할 보상금 39억6000만원을 더하면 138억6000만원. 또 김한수와 계약한 28억원을 합치면 삼성은 FA 3명을 붙잡으면서 무려 166억6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프로야구 구단 1년 운영비에 육박하고 삼성 구단 총연봉 39억여원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심정수는 지난해 4년간 40억6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린 정수근(롯데)보다 20억원이 많은 국내 최고 몸값 선수로 등극했고,박진만은 심정수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비싼 선수가 됐다.
삼성의 돈 잔치에 팬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KBO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FA선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선수 등급제’를 검토하는 등 역풍이 만만치 않다.
◇최강 전력 구축한 삼성=거포 영입에 따라 삼성은 이승엽(롯데 마린스)과 마해영(기아)의 이적으로 생긴 중심타선의 공백을 메우면서 화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또 유격수 박진만의 가세로 3루수 김한수,2루수 박종호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수준의 내야진을 형성했다.
선동렬 감독의 투수 조련으로 마운드도 한층 강화돼 막강 화력지원을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초호화멤버로 내년 시즌을 맞을 선 감독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전력 재정비 비상 걸린 나머지 구단=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룬 현대는 공·수의 핵심이 빠져나가 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두 선수를 팔아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지만 내년 시즌 삼성과의 대결에서 한 수 아래로 처질 가능성이 크다. 김재박 감독은 “박진만은 남을 줄 알았는데 아쉽다”며 “정성훈의 입대로 3루까지 구멍이 생겨 내가 선수로 뛰어야될 판”이라며 허탈해 했다.
SK는 강타자 김재현을 영입했지만 박진만을 놓쳐 삼성의 적수로는 약해 보인다. 병역비리 직격탄을 맞은 두산과 김인식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한화는 소장 선수 및 백업요원들에 대한 담금질,우수 신인선수 영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를 1루에,박남섭을 3루에 기용하는 등 내야진을 대수술하고 펀치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꼴찌 탈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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