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코알라의 천국, 필립섬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필립섬은 호주에서도 유명한 생태여행지다. 펭귄들의 서식지가 있고, 코알라를 연구하는 코알라센터도 들어 있다.

필립섬은 우리의 제주도와 비슷하게 생겼다. 검은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해변과 모래사장이 적당하게 섞여 있다. 크기는 제주도보다 작다. 둘레가 140㎞로 한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산레모라는 해안과 연륙교로 연결돼 있는 필립섬은 낮에는 코알라센터를 둘러보고 밤에는 펭귄을 돌아보는 것으로 투어 일정을 짠다. 펭귄은 밤에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펭귄 퍼레이드다. 필립섬 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 펭귄. 키는 30㎝ 안팎이다. 매일 밤 해가 지고 나면 바다에 나갔던 펭귄들이 둥지로 돌아오는데 이를 보기 위해서 매일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든다.

펭귄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해변은 관광객들을 위해 스탠드까지 마련해 놓았다. 저물녘이면 관광객들이 스탠드를 가득 메운다. 해가 저물고 별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 펭귄들이 하나 둘나타난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펭귄은 파도가 닿는 해변 가장자리에서 두리번거리며 동료들을 기다린다. 여우나 물새 같은 천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7∼8마리 이상의 펭귄이 모이면 마치 경보를 하듯 아장아장 걸음으로 모래해변에 올라선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시작한 돌배기 아이처럼 걷는 펭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람객들이 앉아있는 시멘트 스탠드를 피해 정확하게 모래 사구로 숨어드는 펭귄의 본능도 놀랍다. 동료를 기다리다 지쳐 단독으로 모래밭을 빠져나와 걷는 펭귄들도 보인다. 이렇게 하룻밤에 볼 수 있는 펭귄은 적으면 200마리. 가장 많았던 때는 1,600마리까지 관찰됐다고 한다. 펭귄은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바다에 나가고, 해가 진 뒤에 움직인다. 요즘은 털갈이 시즌이라 바다로 나가는 펭귄이 많지 않다. 200여마리의 펭귄이 움직이는 펭귄 퍼레이드는 50분 정도 진행된다.

펭귄이 사는 집은 모래해변의 사구다. 해변으로 걸어가는 펭귄을 볼 수 있도록 나무로 된 관찰로를 마련해 놓았다. 먼저 뭍에 올라짝을 찾으며 소리를 내는 수컷이나 암컷의 모습은 애처롭고, 나란히 서서 서로의 털을 어루만져주는 부부 펭귄의 모습은 아름답고 귀엽다. 관람객들에게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펭귄의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이다.



야생상태의 펭귄을 보려면 매너가 필요하다.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있지만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밤에만 활동하는 펭귄에게 갑작스럽게 플래시를 터뜨리면 눈이 멀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섬은 바다표범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 섬의 남단에 있는 바위지대에는 수천마리의 바다표범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해안을 따라 놓인 산책로에서 햇볕을 쬐는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



코알라센터는 바로 눈 앞에서 야생 상태의 코알라를 만날 수 있다. 코알라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구역을 나눠놓고, 나무로 만든 다리를 이어 관찰로를 마련했다. 여행자들이 만나는 코알라는 대부분 잠속에 곯아 떨어진 것. 하루 20시간 이상 자는 코알라는 유일하게 호주에만 사는 동물이다. 잠이 많은 것은 유클립스라는 독성이 강한 나뭇잎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잎속에 알코올 성분이 많아 취해서 잠을 잔다. 유클립스의 독성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공격하는 일도 없다. 이밖에 호주에만 사는 카뮤는 영락없이 타조모양을 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내는 입장료 수입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 필립 아일랜드 공원은 관공서가 아닌 주민자치위원회가 관리한다. 필립섬은 여전히 동물들이 주인처럼 살고 있는 땅이다.

<멜버른(호주) / 최병준 기자 bj@kyunghyang.com>
작성 날짜 : 200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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