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음악이 숨쉬는 도시,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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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에게 빈은 행운이다. 가을에 들어선 빈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세 절대왕정의 위용을 보여주는 웅장한 건축물과 음악가들의 편애를 받을 만큼 예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도시, 빈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이 기사는 외환은행 문화 매거진 La Vie에서 발췌했음.)

도나우 강,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카라얀, 빈 소년 합창단, 쉔브룬 궁전, 알프스, 비엔나 왈츠, 비엔나 커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비엔나(Vienna)는 현지 언어인 독일어 ‘빈’의 영문 표기법으로, 유럽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인 빈에 대한 타국의 예우에 다름 아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까닭에 유럽 대륙의 많은 역사적 변천에 관계했고, 역사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변 열강들의 속국이나 작은 독립국으로 명맥을 이어나갔던 오스트리아는 10세기 말 바벤베르크 왕가가 집권하고 13세기 때 합스부르크 왕가의 속령이 되면서 유럽사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를 겸하면서 강력한 절대주의 국가를 형성하여 중부 유럽을 지배하였고, 마침내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전 유럽을 장악하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여 650년간 유지되어 오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멸망하고 공화국이 수립되었으며, 국토는 전쟁 전의 1/4로 줄어들었다. 1938년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에 분할 점령되었다가 1955년 주권을 회복해 영세중립국으로 독립하였고, 지금은 유럽에서도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숲과 푸른 도나우 강을 끼고 있는 빈은 아름다운 전원도시이자 1558년부터 1806년까지 신성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고, 그후 1918년까지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중심지로 제국주의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중부 유럽의 강자로서 합스부르크 왕조가 영화를 누렸던 18~19세기에 도시가 완성된 만큼 도시 곳곳에는 위용을 자랑하는 중세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이곳의 유명한 건물들 중의 하나인 슈테판 대성당은 12세기 중엽에 세워졌다가 화재로 손실되어 200년 후 재건되었는데, 빈의 대표적인 건물로 손꼽힌다. 다른 중요한 중세기 건물로는 13세기 말 합스부르크 통치자들의 성(城)인 호프부르크(Hofburg)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던 쉔브룬(Schonbrunn)이 있다.



13세기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합스부르크 왕가가 살았던 호프부르크 궁전은 현재 대통령 집무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스페인 승마학교, 국제 회의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전 황제가 사용하던 방을 다음 황제가 사용하지 않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불문율이 있어 왕궁 내에 무려 2,600개의 방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빈 소년 합창단이 왕궁 내 성당에서 7∼8월을 제외한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에 공연을 하고 있다.

쉔브룬 궁전은 연간 67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명소. 합스부르크 왕가 집권 이래 최대의 번성기를 누렸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이후 왕실의 거주지로서 전통과 화려함을 잘 간직해,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중요한 문화적 기념물 중 하나이면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등 그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 유일의 여제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명령하에 무려 6년에 걸쳐 건축됐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 통치의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실이 계속 증축해 총 1,441개의 방을 각각 다른 실내 장식으로 만들었고, 현재는 이중 45개만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한 빈에는 30개 이상의 박물관이 있는데 자연사 박물관 (Naturhistorisches Museum)과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이 대표적이다. 1750년부터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 보관 장소로 사용되었던 자연사 박물관에는 25,000년 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 117kg의 거대한 토파즈 원석, 1,500여 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마리아 테레지아의 보석 부케 등 3만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사 박물관과 더불어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시장이었던 곳을 개조해서 문을 연 미술사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7천여 점에 달하는 회화 작품과 40만여 점의 각종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품이 많으며 라파엘로, 브뤼겔, 루벤스, 클림트, 렘브란트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빈은 건축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브람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탄생했거나 활약했던 곳으로 서양 음악가들이 이곳을 본거지로 삼았을 정도다.



오스트리아 숲 동북쪽에 위치한 카를렌베르크는 빈을 예술 창작의 고향으로 삼았던 음악가들이 영감을 얻었던 곳으로 도나우 강과 알프스의 끝자락이 여운처럼 끌리는 호젓한 분위기, 그리고 포도주 산지의 호이리게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또한 오스트리아 숲 입구에 위치한 하일리겐슈타트는 귓병이 악화된 베토벤이 휴양지로 선택할 만큼 기후가 온화하고 일조 시간도 길어서 옛날부터 귀족들과 음악가들이 선호하는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티롤 지방의 민속춤에서 파생된 왈츠는 빈을 음악의 도시로 이끄는 또 하나의 힘이다.

빈의 중심가이자 고급 쇼핑가인 케른트너 거리에도 음악의 도시답게 웅장한 오페라 하우스(Staatsoper)가 자리하고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거의 전소되었다가 1955년에 베토벤의 피델로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개장한 오페라 하우스는 1977년 카라얀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제2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파리 오페라 극장,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과 함께 유럽의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매년 9월에 시즌이 시작되어 연간 300회 이상의 오페라와 뮤지컬이 공연된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실내 입장이 허용된다.



유럽의 다른 나라가 그러하듯이 빈 역시 카페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보행자 전용 거리인 케른트너 거리의 한쪽에 위치한 노천 카페촌은 단순히 커피만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는 곳이자 오스트리아의 정치인들이 모여 국정을 논하는 중요한 곳이다. ‘빈’ 하면 떠오르는 비엔나 커피는 사실 빈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대신 블랙 커피에 크림을 얹은 아인스페너(Einspanner)를 이곳, 빈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립공원(Stadtpark)은 빈을 둘러싸고 있는 오스트리아 숲과 함께 빈을 ‘전원의 도시’로 만들어주었다. 공원 내부에 세워진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12명의 음악가들의 기념상을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요한 슈트라우스의 연주회가 열렸던 쿠어살롱(Kursalon)에서 매일 밤 9시에 열리는 시범 왈츠에 참가할 수 있다. 시립공원 근처에 콘체르트 하우스와 메리어트 호텔, 래디슨 SAS 호텔 등이 있어 빈은 여행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도시이다.

<에디터 배경수> 작성 날짜 : 200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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