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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오늘은 금빛 굽이치는 가을 들판에 섰습니다.
궁핍했던 가지가지,밭 이랑 사이사이,넝쿨 마디마디
꽃잎 떠난 그 자리 자리를 노을 빛으로 채워주신
은혜여 사랑이여
심게 하시고,자라게 하시고,거두게 하시는 그 섭리를
아직은 잘 모르는 이 어리석음을 고백합니다.
곳간 가득 채워두고,내것과 주님의 것을 저울질하는 이 무분별을 부끄러워 합니다. 아직도 모든 것의 소유주 되시는 주님을 고백하지 못함을 두려워합니다.
노을 비낀 들녘에 서서 텅 빈 심령으로 주님을 우러르는 이 작은 짐승을 긍휼히 여 기사 결실의 의미들로 채워주소서.
이제는
바람 지난 자리,지진 지난 자리,욕망이 떠난 그 깊숙한 빈 구석을
가을 들녘 저 은총으로 물들게 하소서.
이제는 돌아오게 하소서.
모두가 떠나버린 폐회의 광장
있어야 할 곳을 떠나고
지켜야 할 날들을 버린
그래서 텅 빈 자리
그래서 흔들린 우리의 자리
그 내면의 허허로운 자리로
이제는 서둘러 돌아오게 하소서.
감사가 있는 곳에 찬양이 넘치게 하시며
나눔이 있는 곳에 기쁨이 넘치게 하시며
자족함이 있는 곳에 부요함이 넘치게 하시고
절제가 있는 곳에 참사랑이 익어가게 하소서.
주님
오늘은 저 들판 너머에서 깨어나는
아직은 침묵인 저 빛무리에 젖어들게 하소서.
박종구<월간목회 발행인·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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