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anda78 > 반 고흐 - First Steps


First steps, 1890 (Painting in Asylum at Saint-Remy, 1889~1890)

 

'첫걸음마'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와 묵묵히 바라보아야만 하는 부모의 애정 어린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혹시 아기가 넘어질까 조급해진 아빠는 얼른 달려가 품에 안고 싶다. 하지만 애써 참는다. 설령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상처가 생겨도 냉정한 마음으로 걷게 해야 한다. 아빠는 아이가 스스로 걸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작품 속을 살펴보면 걸음마하고 있는 자식을 부모가 바라보며 느끼는 대견함과 흐뭇함, 안타까움과 행복이 잔잔히 녹아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내민 아빠의 두 팔이 유난히 길게 뻗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자식에 대한 아빠의 크나큰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화가는 팔과 손을 유난히 길게 강조해서 그렸다.
무릎을 굽힌 모습은 자식에게 한없이 헌신하려는 부모의 심정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며 아기를 향해 단숨에 달려가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옆에 눕혀 놓은 길다란 삽의 방향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고흐는 이렇게 표현하기 힘든 인간의 감정을 그리기 위해 단순 소재에서 치밀한 연출을 구상했다. 아빠와 아기 사이에 펼쳐진 저 텅 빈 공간, 가깝고도 먼 거리로 부모와 자식 사이를 표현했다. 단숨에 달려갈 수 있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참아내야 하는,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인 사이. 이 거리 때문에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누가 이토록 안락한 가정의 행복을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그릴 수 있을까.
불꽃의 화가로 알려진 고흐는 무뚝뚝하고 괴팍한 성격으로 쉽게 상처를 받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이런 외곬수인 고흐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고흐는 젊었을 때 몇 번 사랑에 빠졌지만, 상대 여성들은 하나같이 고흐의 진심을 외면했다. 결혼의 부푼 꿈이 꺾인 고흐는 여자와는 인연이 없다고 체념을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흐의 ‘걸음마’ 작품은 이러한 고흐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내고 있다. 외톨이가 된 고흐는 그림 속의 아내와 아이를 가족으로 삼아 쓸쓸한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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