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이제 기업과 정부는 물론 가정에까지 혁신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다.

책의 무대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다. 전문 스카우터들의 전혀 전문가답지 않은 주먹구구식 선수 스카웃 관행에 쐐기를 박은 빌리 빈의 이야기가 중심테마를 이룬다.

돈 많은 구단이 잘 나가는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구조 아래서 가난한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란 어떤 것일까? 빌리 빈은 예를 들어 한 팀 당 50명을 데려와서 그 중에 두 명만 잘해도 스카웃에 성공했다고 축하하는 관행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대성할 선수를 지명한다는 게 쉽지 않다지만 2/50라는 수치가 성공을 의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분석관을 두고 선수들의 기록을 데이터화했다. 철저한 기록에 의한 관리로 그는 당시 스카우터들의 눈에 별 볼일 없는 선수로 낙인찍힌 퇴물들(?)을 손쉽게 데려올 수 있었고, 그가 단장으로 있던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에이스를 일약 명성 높은 구단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선수들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선수 개개인이 쌓은 기록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관리했던 것이 전부.

그건 어쩌면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야구 인생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빌리 빈은 대성할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떤 스카우터도 그것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첫해 그가 2할 대의 타율을 기록했을 때도 그런 믿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빌리 빈은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리 만치 그가 대성할 선수라는 명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런 선수로 은퇴했다. 명성이 기록을 가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빌리 빈이었다.

만일 그를 그가 낸 기록을 바탕으로 혹독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더라면 그는 아마도 뼈를 깎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처음 기대처럼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혁신이란 그런 것일지 모른다. 잘 나가고 있을 때, 또는 남들이 그렇다고 인정해 줄 때 바로 그때 자기를 돌아봐야 하는 그런 것 말이다. 현재의 내 위치를 말해주는 건 처음 내게 따라붙은 명성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명성에 안주하다보면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도 그것이 주는 병폐 중에 하나일 텐데, 그것은 과거의 빌리 빈이나 당시 스카우터들만의 오류일 수 없을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이라고 달라지는 건 없다. 명성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그것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당연한 듯 밟게된다.

이 책은 달리 보면 관행을 깨뜨리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무척 당연한 선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스카우터들의 감각에 의존한 선수 선발 방식을, 더군다나 그것이 무척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 메이저리그의 스카웃 환경을 간단히 부정하기가 말처럼 쉬웠을 리 없다. 스카우터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서 혁신의 또 다른 그림을 보게 된다. 곧 혁신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건 혁신을 통해 얻게 될 결과라는 것. 빌리 빈의 방식이 이후 메이저리그 스카웃 시스템의 전형이 된 건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사용한 방식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다는 데 있다. 바로 성적이다. 스카우터들이 별 볼일 없다고 내친 선수들을 가지고 낸 팀 성적이 스카우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선수가 사실 별 볼일 많은 유망주라는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통해 혁신의 시작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콤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혁신이 가져올 다양한 결과를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금 내가 또는 내 직장이 혁신의 바람을 타고 있다면 나와 내 직장 내부에 똬리를 튼 관행이 무엇인지 주시하고 반드시 그 뿌리를 뽑아버리려는 간단치 않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봐야 고작 목적한 성과를 기대해 볼 토대가 마련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다. 토대가 견고하면 그 위에 건물을 세우는 건 보기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와 관행을 갈아치우기 위한 환경 마련, 그것이 빌리 빈이 시도한 혁신의 큰 얼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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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매직 리더십
더글러스 앨런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넥서스BIZ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술술 읽히는 글은 아무래도 실생활에서 일어남직한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을 섞어 써낸 글이라는 것 다들 아실게다. 일견 딱딱해 보이는 책이라도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슬쩍 읽어보기로 한 게 한 장 두장 읽다보면 언제 읽었는지 모르게 마지막 장이 나풀거리는 것, 책께나 읽었다는 분(?)이라면 여러 번 보았을 터. 왠지 모를 아쉬움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몸을 뒤척이듯, 저자 약력 한 번 보고, 뒷 표지에 난 추천 글 몇 번 읽고, 하,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제 모습에 괜스레 겸연쩍어 본 적도 물론 있겠다.

그런데 이런 책 만나기, 소싯적 말마따나, 하늘의 별따기 만큼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게 속칭 딱딱한 부류에 속하는 책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다. 더 어렵다. 그런데 인생에도 역전이 있듯이 선입견을 보란 듯이 깨뜨리는 책이 툭 나선다면, 아예 두 눈 저당 잡힐 각오 하는 게 좋다. 흡인력이 평소 두 배일 책을 두고 어찌 눈 빠지지 않길 기대할까?

좀 너스레를 떨었다만 이 책, 『2+2 매직 리더십 : 팀원을 열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칭찬과 조언의 법칙』이 딱 그 부류다. 상사와 직원 사이에 평상시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을 참 리얼하게 옮겨 놨다. 팀장을 위한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 번 이렇게 읽어보라. 팀장의 입장에 서서, 또는 직원의 입장에 서서 자기를 변호해 본다. 그리고 무대를 실제 내 직장으로 옮겨 팀장을, 또는 직원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해하려 시도해 본다. 아하, 그래,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래, 이 경운 이래서 문제가 됐겠구나, 하는 감정이입의 도가 깊고 넓어질 것, 장담한다. 

피드백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피드백이 효용가치가 높으냐 하면 그렇지 않다. 비디오 테이프를 되감아 처음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본다해서 내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일과 활동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것이 일과 활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일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일처럼 곤욕이 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피드백이다.

저자는 효과적인 피드백을 칭찬과 조언이 균형을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 말에는 칭찬이 조언보다 앞서되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데 칭찬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만 있고 잘못에 대한 지적이 없다면 방종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직원이 개별적으로 맡은 일을 팀이 당초 목표한 방향을 향해 순항하도록 응원하는 조언이야말로 팀에 극히 필요하지만 그것만 있다면 자발성이나 능동성은 약화될 것이다. 팀 전체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고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칭찬과 조언은 팀 내에 같은 비율로 녹아있어야 한다.

"팀장이라면 연례 성과 평가 기간이 되기 전에도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들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문제가 없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려 줘야 할 필요가 있어요. 강력한 피드백의 유효기간은 짧아요.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어떤 행동을 강화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그 행동이 발생한 순간부터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지요."(세미나에서 강사 오드리가 팀장 폴린이 속한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아울러 피드백은 시의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년에 한 두 번 하는 평가로 직원을 칭찬하고 조언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의 적절하지 않다. 피드백은 되도록 짧은 시간 안에 자주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안에 대해 빠짐없이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려는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설혹 그렇게 했다간 정작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저자는 특정 부문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그 부문은 말할 것도 없이 집중화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문, 곧 개선을 요하는 부문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이 중간점검이다. 개선을 요하는 부문에 대한 피드백이 있은 후에 잘 하겠지 하고 방치하면 직원들의 눈에 무관심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일의 진척에 대해 물어야 한다. 물론 그 때도 칭찬과 조언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2+2는 정신은 카리스마보다 정직성과 진심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잇는 피드백의 성공 여부는 활동적인 성격보다 주변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에 의해서 결정됩니다"(2+2 공식의 정신이 훌륭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관리자가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냐고 묻는 세미나 참석자에게 오드리가)

2+2는 기본적으로 한가지 이상의 칭찬과 한가지 이상의 조언을 의미한다. 그리고 2+2에 기초한 효과적인 피드백의 비결은 균형과 시의성, 집중, 특정화(구체적인 사례를 들을 것), 중간점검에 있다. 팀원을 열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법칙이 있다 해도 그것을 팀원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법칙이든 그것을 실행하려는 팀장의 진심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팀장의 의도가 가감 없이 전달된다. 이후의 과정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2+2 법칙은 팀장과 직원 모두에게 일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더욱이 독자가 직장인이라면 어디서 많이 보고 겪은 듯한 동질감에 손에서 쉽게 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속한 직장에서 바로 이런 저런 문제가 결국 효과적인 피드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챌 것이다. 피드백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조직 전체적인 차원에서든, 특정한 일이 목표를 향해 순항하도록 방향을 잡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제 폴린이 그랬듯이 우리가 시도해 볼 차례다. 그가 좋은 성과를 냈다면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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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
헨리 클라우드 지음, 마영례 옮김 / 가치창조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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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도 통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십 년 전쯤 월급생활자가 대박을 터뜨리는 종목 3가지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복권, 주식, 부동산 삼총사가 그것입니다. 요즘에야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이 없어졌습니다만,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부동산 투자 열풍과 로또로 통칭되는 복권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만큼 생활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읽히고 있습니다.

대박의 꿈. 여전히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을 듯한 꿈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돈을 번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것이겠구요. 무엇보다 그런 동향은 출판물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는데요. 최근에만 해도  『주식투자 성공비법』,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등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석세스 키워드를 조목조목 나열한다든지 성공한 사람들의 석세스 스토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든지 하는 등의 일정한 공식에 따른 서술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복학습이 수용을 용이하게 한다는 무슨 심리학적 법칙을 원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런 언술이 효과를 보긴 보았습니다. 문제는 그 책을 낸 저자와 출판사가 톡톡히 그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저런 독자가 책을 산 덕에 저자와 출판사가 돈을 벌었으니 그들 편에서야 책제목만큼이나 대단한 성공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한대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걸까요?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걸까요? 그런 게 없는 나는 그래서 매번 실패만 해야 하는 걸까요?

이 책도 위에서 예로 든 여러 책들처럼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제목을 보면 대번 알 수 있습니다. 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 아주 대놓고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습니다. 책에 든 아홉 가지만 잘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책 속 어디에도 성공원칙이라 할만한 게 없습니다. 이 책이 원칙이라고 내세운 것을 보면 찾아내라, 제거하라, 영화를 상영하라, 무언가를 하라, 한 번에 한 가지씩 행하라, 잘 미워하라, 공평하게 경기하지 말라, 겸손하라, 당황하게 만들어야 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라가 전부입니다. 이것을 두고 성공원칙이라고 하면 그렇습니다. 몰매 맞기 딱 좋습니다. 성공원칙이라면 모름지기 ‘이곳에 투자하면 대박 난다’, 이것을 팔고 저것을 사라는 등의 누구나 솔깃할만한 노른자위의 정보를 담고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침서를 원하셨던 분이라면 몇 장 읽지 않고도 크게 속았다고 분해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이렇게 따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부류의 책이 아닙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성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에 그것들을 유형화하고 그것을 현재의 나와 비교할 수 있도록 조명하고 뿐입니다. 그 특성들을 실제적인 상황과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도 이 책이 전혀 다른 무엇을 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 또한 우리와 똑같이 성공한 사람들의 성격 유형에 몰두했습니다. 자신이 규정한 행동양식의 툴 안에 관찰한 사람들을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성공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 속에서 행동하고 대처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방식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성공 개념도 바뀌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성공이란 부와 명예, 업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나는 성공을 그런 기준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에는 직업, 인간관계, 영적인 목표,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영역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들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돌아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데자뷰 피플(dejavu people)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기시감을 유발하는 사람들이란 뜻인데, 성공적인 삶을 살게 하는 방식들을 실천하고 자신이 이룬 성공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냐? 이 책의 메시지는 반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데 모아져 있습니다. 저자가 목격한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들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위에서 말한 아홉 가지 원칙입니다.

「먼저 배우자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시각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적극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내면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보물을 투자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데자뷰 피플이 보이는 첫 번째 성공 방식입니다.

투자한 일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이제 곁가지를 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 부분부터 제거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한 제대로 된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그려  보는 것입니다. 영화를 상영하듯이 서론, 본론, 결론의 서술구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자뷰 피플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한답니다. 그만큼 도전적이라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을 때 문제가 작아진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아울러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어떤 일의 결과는 단계와 단계가 짝을 이룬 뒤에 나타나는 보상입니다. 당장 결과를 얻으려고 분주히 돌아다니다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한번에 한가지씩'이야말로 중요한 성공 원칙입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는 자신이 미워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무엇을 미워하는 지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만큼 제대로 미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삶에 해가 되는 문제를 제대로 미워해야 그 문제를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대부분 미워해야 할 것을 객관적으로 분리해낼 줄 모른다든지 미워하더라도 대충 미워하기 때문에 바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상 관계에 있어서는 하나를 받았으면 하나를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자뷰 피플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되돌려 줍니다. 예를 들어 회사 내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둘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 둘이 기브 앤 테이크 관계만 고집한다면  한 사람이 기브(give) 또는 테이크(take)를 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도 그렇게 따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말할 것도 없이 관계는 일그러질 테고 회사 또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될지 모릅니다. 데자뷰 피플의 세상 이치와 다른 행동은 그런 결과를 사전에 막는 현명한 방책인 것입니다.

더불어 데자뷰 피플은 자기 자신 그 이상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인정하는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워하여 그 때마다 항로를 수정한다면 당초 목표했던 곳에 정박할 수 없습니다. 해야 할 일과 그 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별개의 것으로 취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일에서든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기쁘게 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용을 정리했으니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처음, 궁극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도 이 책이 전혀 다른 무엇을 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이 책이 성공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훌쩍 뛰어 넘었다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특히 성공하면 물질적인 부의 개념에서 도통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성공하면 떠오르는 것이 돈과 직결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는 새 다른 가치들은 보기 좋게 뒷자리로 밀려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다른 가치들이 뒷방마님 신세가 되는 게 옳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살기 힘든 때일수록 보다 높은 가치를 바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돈이 전부인 사회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설자리가 없는 법입니다.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이 결국 목숨을 끊는 일이 좀 많습니까.

이 책은 우리가 바삐 사는 통에 잠시 잊고 있었던 다른 가치에 눈을 뜨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런 가치들이 뜬구름 잡듯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으며, 그런 가치들을 제대로 좇기만 하면 또 다른 차원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곳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몇 사람이 독식했던 성공을 여러 사람이 정겹게 나눠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꿈꿀 수 있다는 건 묘한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성공하는 삶의 방식은, 누구나 배울 의지만 있다면 너끈히 배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 이 책이 지향하는 바도 그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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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말과 삶
허영철 지음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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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0.75평으로 상징되는 비전향 장기수가 쓴 책입니다. 수많은 질곡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에서 한 인간의 삶과 투쟁이 어떻게 신화가 되고 역사가 될 수 있는지, 그것이 배태하고 있는 비통함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비통함이 때론 부채의식으로 때론 알듯 모를 듯한 죄의식으로 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가 살아낸 시대를 감정이입하지 않고 응시할 배짱이 없던 탓도 있었지만, 크게는 그들을 많게는 40년 이상 그 좁은 감방 안에 처넣었어야 했을 만큼 내 의식이 그리도 편협하고 내 시각과 행동이 그토록 모질었는지, 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에게서 비롯한 철저한 자기반성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한 인간의 개인사라 하기엔 역사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개인이 도드라지지 않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라 하기엔 너무도 가까운, 그래서 마치 피붙이 같은 역사를 마주하고, 비록 며칠 지나지 않아 속절없이 스러질 생각일망정 어떻게 뒤척이는 번민과 가슴을 째는 사유 없이 지나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계기로 굴절된 현대사가 바로 잡아지길 기대합니다. 적어도 기술되지 않은 현대사가 제자리를 잡고, 어떤 이유로도 양심과 사상을 이유로 개인을 잡아 가두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오늘 그들에게서 빚진 심정이 되고야마는 우리가 부채를 덜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오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오늘 내가 무엇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복무하는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진중하게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창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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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법칙 - 함께 승리하는
존 맥스웰 지음, ㈜웨슬리퀘스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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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내내 참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도 그렇거니와 2도 인쇄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열독률을 높인 디자인도 그런 인상에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내용만 좋으면 포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한동안 대세를 이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포장에 있어서 주(主)가 되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둔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이 별도의 가치를 발휘하는 때다. 기업 생산 제품만 그런 게 아니다. 책 또한 디자인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요즘 들어 특히 많은 책들이 2도 이상 인쇄를 사용하고 좋은 지질에 품질 좋은 사진을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건 그런 의미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그런 조치가 가독률을 높이는 마당에야.

물론 그런 현상이 책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부동(浮動)의 독자층을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을까?

책명만 보면 무심코 인간관계론 중에서 특별히 신뢰 부분만 따로 다룬 책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을 저자의 경험과 관련 자료, 각종 인용구들을 마치 한 눈에 봐도 잘 어울리는 신랑신부를 짝지어놓은 듯 그렇게 보기 좋게 배치해 놓았다. 저자의 진술에 딱 들어맞는 수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다 갖출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일 정도다. 수년간 한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한 후 집적해 놓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구성 앞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대하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가 수년 동안 관련 자료를 뒤지고, 현지를 답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인간미 물씬 풍기는 제대로 된 소설이 나오고, 당연한 결과로 그런 소설이 독자의 심금을 울리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하게 되는 기반 또한 거기서 나온다고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한 권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저자가 기울인 부단한 노력에 정비례하게 마련이다. 이 책 또한 그와 같은 각고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 이유는 몇 장만 읽어봐도 충분히 알 일이라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 책, 『신뢰의 법칙』은 인간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위한 실천적인 지침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 지침은 사람이 나고 자라듯 단계를 밟는다. 1단계, ‘준비’에서부터, ‘교감’과 ‘신뢰’, ‘투자’의 단계를 거쳐, 마지막 5단계인 ‘승리’로 마감한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는 저자가 명명한 원칙들이 소개돼 있다.

특히 렌즈의 원칙, 큰 그림의 원칙, 투덜이의 원칙과 같은 제 원칙들의 명칭은 저자가 기술한 내용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내용을 각인하는 효과가 크다. 그것들이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다소 버겁다는 인상을 주는 글을 전체적으로 잡아주며, 독자로 하여금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단일 주제로 수렴해가도록 인도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히다 보면 정작 그것을 소비할 독자가 무엇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의도되지 않은 결과와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는 용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그런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각종 원칙에서 사용한 용어들이 저자가 적시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면서 위에서 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 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영웅의 이야기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트 로즈는 최다 통산 안타, 국내 리그 최다 통산 타점, 리그 MVP, 월드 시리즈 MVP 등 타이틀만 해도 11개에 이르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와 명예를 다 쥔 그였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

문제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그는 다른 취미를 겨져볼 것을 권하는 동료를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으로 폄하하고, 자신과 자신의 기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책임은 방기한 채 폭풍 속으로 질주해 갔다. 결국 영구제명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써야했다. 일이 벌어진 다음의 후회는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여기서 얻는 교훈이 바로 ‘자아 인식’이다. 바람직한 자아상을 정립하지 않고 다른 차원의 것을 실행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피트 로즈의 예를 먼저 선보인 것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믿는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면 타인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특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를 통해 배울 뿐 아니라 그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학습의 원칙'에서 배우겠다는 열정을 가질 것과 상대방을 존중할 것, 성장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찾을 것, 상대방의 강점을 알아낼 것, 그리고 관찰하고 질문할 권고하고 있다. 사실 배우지 않고 얻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만큼 요긴한 게 없다. 그렇다고 듣는 것에서 그치면 곤란한 일. 배움의 목적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변화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길 명제다.

저자는 또한 갈등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상대방을 우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고 적극적으로 대면하되 문제를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그 문제가 차지하는 순위에 관해 솔직 담백하게 설명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후에 상대방에게 응답할 기회를 주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섣불리 결론을 내린다든지 상대방의 동기를 유추해 압박한다든지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능동적인 자세가 문제해결의 첩경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3단계는 신뢰를 형성하는 단계다. 메릴랜드 대학생이었던 제이슨 블레어는 1998년 「뉴욕 타임즈」에서 주관한 10주간의 여름방학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듬해 수습기자로 승진한 후 2001년에 정식기자가 됐다.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했던 총기 저격 사건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정에서 포로가 됐던 미국병사 제시카 린치 가족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엄청난 명성을 얻은 그에게 그가 자주 지적 받은 기사의 오류와 부정확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던 중 기자생명에 치명적인 표절 시비가 발단이 돼 그가 사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직접 취재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으며, 다른 기자들이 취재한 사진과 기사를 교묘히 조합해 기사 일부를 허위로 날조하고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통째로 도용하기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사직했다. 뉴욕 타임즈는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제이슨 블레어의 예를 길게 소개한 후 저자는 분명한 어조로 신뢰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정의한다면 리더십이나 실제적 가치, 파트너십, 기타 어떤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신뢰다. 신뢰를 얻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뢰를 '주머니 속 잔돈'에 비유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누구나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믿는 타입이냐 주로 의심하는 타입이냐에 따라 주머니 속에 약간의 잔돈을 두고 시작하거나 주머니 속이 텅 빈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행동을 할 때마다 잔돈은 불어난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면 잔돈의 일부를 써야한다. 부정적인 행동이 너무 잦으면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여기서 파산은 인간관계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나는 잔돈을 쓰는 사람인가?, 불리는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물음이 아닐 수 없다.

공들여 쌓은 신뢰라고 더디 무너지는 게 아니다. 단 한번의 결정적인 실수가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밑바탕까지 허물어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뢰는 쌓기도 힘들지만 어렵게 쌓은 신뢰라도 지속적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투덜이'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투덜이란 문제를 가지고 다닐 뿐 아니라, 찾아다니며, 새롭게 문제를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받아주고 더 많은 문제를 자기에게 가져오도록 격려한다. 투덜이는 문제를 항상 소지하고 있으면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킨다. 당신이 주의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같은 문제를 지적 받고 있다면 입 큰 개구리 하나가 당신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투덜이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직장의 많은 문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가 투덜이일 가능성이 높다. 투덜이가 신봉하는 법칙이 있단다. "어떤 일이 순조로울 때는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치스홀름의 제1법칙) 쉽게 말하면 남 잘 되는 꼴은 눈뜨고 못 본다는 것이다.

투덜이를 다루는 방법이 있다. 투덜이가 비난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비난의 당사자를 신뢰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라. 투덜이가 직접 당사자와 만나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라. 비난하기 전에 다섯 가지 질문을 활용해 보라고 제안하라. T(true):그것이 사실인가?, H(helpful):그것은 도움이 되는가?, I(inspiring):그것은 감동적인가?, N(necessary):그것은 꼭 필요한가?, K(kind):그것은 친절한 행위인가? 투덜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격리하라.

혹시 내가 투덜이가 아닐까? 검증하는 방법이 있다.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라. 나는 어떤 형태로든 거의 매일 남들과 갈등을 경험하는가? 나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이 못마땅할 때가 많은가? '나에게는 왜 자꾸 나쁜 일만 생겨나지?' 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가?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데도 친구가 없는 편인가? 내가 말한 것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가 많은가?

위 질문 중 몇 개 이상에 '그렇다'고 대답했다면 당신이 투덜이일 수 있다. 우선 자신이 투덜이임을 인정하고 생활방식을 바꾸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THINK' 질문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한 번 투덜이였다고 해서 영원히 투덜이라는 법은 없다. 

4단계와 마지막 5단계는 각각 투자와 승리의 단계다. 상대방과 적극적인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면 어떻게 해야 그 신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를 투자라는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업이 보유 자원을 상당한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부문에 투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도타워진 신뢰가 가져올 궁극적인 가치를 얻기 위해 자기 몫의 호의와 배려를 적극적으로 쏟아 부을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잘해주는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하지만 정작 잘 대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힘과 권력으로 자신을 누르려는 사람인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렇게 쌓은 관계를 인간관계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상하가 뚜렷이 구분된 종속적인 관계일 뿐이다. 올바른 의미에서의 인간관계란 대등한 관계이자 높낮이 없이 상생하는 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투자는 남보다 많은 것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욕구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투자란 곧 상대방에 대한 나의 관심과 배려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일까?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일회적인 제스처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어떤 행동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헌신이 필요하고 상호 지속적인 소통과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잘못은 받아주는 관대함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100%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 1%라도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 그곳에 공감하려는 의지 100%를 투입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경우 어떠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와 다른 어떤 것 때문에 관계에 실패한다든지 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하기까지 인내라는 숙성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린다고 하지 않던가. 성공한 친구에게 다가가 함께 기뻐해 주는 것, 협력의 가치를 알고 함께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궁극적인 승리는 그렇게 나 자신을 상대방을 위한 헌신의 자리에 주저 없이 갖다 놓는 데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말한 바와 같이 깔끔하다는 인상은 그렇듯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저자의 세심한 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인상이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을 만큼 이 책의 흡인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인간관계는 결국 기본에서부터 시작하고 그곳으로 귀결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면서 저자의 5단계 과정은 결국 신뢰를 정점으로 좌우 두 단계가 공히 구심력에 의해 그 신뢰에 수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 두 단계(준비와 교감)가 신뢰를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면 후 두 단계(투자와 승리)는 신뢰가 가져온 결과물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책의 가치는 인간관계의 기본 원리를 마치 바늘에 실 꿰듯이 자연스럽게, 때론 바늘 코에 실을 통과시키듯 정교하게 엮어놓은 데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시선이 타인에게서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끼는 이유다.

 

자기성찰의 기회가 쉽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그 가치를 일깨우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모쪼록 이 책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자주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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