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이제 기업과 정부는 물론 가정에까지 혁신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다.

책의 무대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다. 전문 스카우터들의 전혀 전문가답지 않은 주먹구구식 선수 스카웃 관행에 쐐기를 박은 빌리 빈의 이야기가 중심테마를 이룬다.

돈 많은 구단이 잘 나가는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구조 아래서 가난한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란 어떤 것일까? 빌리 빈은 예를 들어 한 팀 당 50명을 데려와서 그 중에 두 명만 잘해도 스카웃에 성공했다고 축하하는 관행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대성할 선수를 지명한다는 게 쉽지 않다지만 2/50라는 수치가 성공을 의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분석관을 두고 선수들의 기록을 데이터화했다. 철저한 기록에 의한 관리로 그는 당시 스카우터들의 눈에 별 볼일 없는 선수로 낙인찍힌 퇴물들(?)을 손쉽게 데려올 수 있었고, 그가 단장으로 있던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에이스를 일약 명성 높은 구단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선수들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선수 개개인이 쌓은 기록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관리했던 것이 전부.

그건 어쩌면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야구 인생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빌리 빈은 대성할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떤 스카우터도 그것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첫해 그가 2할 대의 타율을 기록했을 때도 그런 믿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빌리 빈은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리 만치 그가 대성할 선수라는 명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런 선수로 은퇴했다. 명성이 기록을 가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빌리 빈이었다.

만일 그를 그가 낸 기록을 바탕으로 혹독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더라면 그는 아마도 뼈를 깎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처음 기대처럼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혁신이란 그런 것일지 모른다. 잘 나가고 있을 때, 또는 남들이 그렇다고 인정해 줄 때 바로 그때 자기를 돌아봐야 하는 그런 것 말이다. 현재의 내 위치를 말해주는 건 처음 내게 따라붙은 명성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명성에 안주하다보면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도 그것이 주는 병폐 중에 하나일 텐데, 그것은 과거의 빌리 빈이나 당시 스카우터들만의 오류일 수 없을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이라고 달라지는 건 없다. 명성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그것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당연한 듯 밟게된다.

이 책은 달리 보면 관행을 깨뜨리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무척 당연한 선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스카우터들의 감각에 의존한 선수 선발 방식을, 더군다나 그것이 무척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 메이저리그의 스카웃 환경을 간단히 부정하기가 말처럼 쉬웠을 리 없다. 스카우터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서 혁신의 또 다른 그림을 보게 된다. 곧 혁신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건 혁신을 통해 얻게 될 결과라는 것. 빌리 빈의 방식이 이후 메이저리그 스카웃 시스템의 전형이 된 건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사용한 방식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다는 데 있다. 바로 성적이다. 스카우터들이 별 볼일 없다고 내친 선수들을 가지고 낸 팀 성적이 스카우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선수가 사실 별 볼일 많은 유망주라는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통해 혁신의 시작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콤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혁신이 가져올 다양한 결과를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금 내가 또는 내 직장이 혁신의 바람을 타고 있다면 나와 내 직장 내부에 똬리를 튼 관행이 무엇인지 주시하고 반드시 그 뿌리를 뽑아버리려는 간단치 않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봐야 고작 목적한 성과를 기대해 볼 토대가 마련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다. 토대가 견고하면 그 위에 건물을 세우는 건 보기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와 관행을 갈아치우기 위한 환경 마련, 그것이 빌리 빈이 시도한 혁신의 큰 얼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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