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말과 삶
허영철 지음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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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0.75평으로 상징되는 비전향 장기수가 쓴 책입니다. 수많은 질곡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에서 한 인간의 삶과 투쟁이 어떻게 신화가 되고 역사가 될 수 있는지, 그것이 배태하고 있는 비통함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비통함이 때론 부채의식으로 때론 알듯 모를 듯한 죄의식으로 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가 살아낸 시대를 감정이입하지 않고 응시할 배짱이 없던 탓도 있었지만, 크게는 그들을 많게는 40년 이상 그 좁은 감방 안에 처넣었어야 했을 만큼 내 의식이 그리도 편협하고 내 시각과 행동이 그토록 모질었는지, 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나'에게서 비롯한 철저한 자기반성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한 인간의 개인사라 하기엔 역사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개인이 도드라지지 않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라 하기엔 너무도 가까운, 그래서 마치 피붙이 같은 역사를 마주하고, 비록 며칠 지나지 않아 속절없이 스러질 생각일망정 어떻게 뒤척이는 번민과 가슴을 째는 사유 없이 지나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계기로 굴절된 현대사가 바로 잡아지길 기대합니다. 적어도 기술되지 않은 현대사가 제자리를 잡고, 어떤 이유로도 양심과 사상을 이유로 개인을 잡아 가두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오늘 그들에게서 빚진 심정이 되고야마는 우리가 부채를 덜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오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오늘 내가 무엇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복무하는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진중하게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창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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