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
헨리 클라우드 지음, 마영례 옮김 / 가치창조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도 통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십 년 전쯤 월급생활자가 대박을 터뜨리는 종목 3가지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복권, 주식, 부동산 삼총사가 그것입니다. 요즘에야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이 없어졌습니다만,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부동산 투자 열풍과 로또로 통칭되는 복권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만큼 생활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읽히고 있습니다.

대박의 꿈. 여전히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을 듯한 꿈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돈을 번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것이겠구요. 무엇보다 그런 동향은 출판물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는데요. 최근에만 해도  『주식투자 성공비법』,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등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석세스 키워드를 조목조목 나열한다든지 성공한 사람들의 석세스 스토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든지 하는 등의 일정한 공식에 따른 서술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복학습이 수용을 용이하게 한다는 무슨 심리학적 법칙을 원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런 언술이 효과를 보긴 보았습니다. 문제는 그 책을 낸 저자와 출판사가 톡톡히 그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저런 독자가 책을 산 덕에 저자와 출판사가 돈을 벌었으니 그들 편에서야 책제목만큼이나 대단한 성공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한대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걸까요?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걸까요? 그런 게 없는 나는 그래서 매번 실패만 해야 하는 걸까요?

이 책도 위에서 예로 든 여러 책들처럼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제목을 보면 대번 알 수 있습니다. 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 아주 대놓고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습니다. 책에 든 아홉 가지만 잘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책 속 어디에도 성공원칙이라 할만한 게 없습니다. 이 책이 원칙이라고 내세운 것을 보면 찾아내라, 제거하라, 영화를 상영하라, 무언가를 하라, 한 번에 한 가지씩 행하라, 잘 미워하라, 공평하게 경기하지 말라, 겸손하라, 당황하게 만들어야 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라가 전부입니다. 이것을 두고 성공원칙이라고 하면 그렇습니다. 몰매 맞기 딱 좋습니다. 성공원칙이라면 모름지기 ‘이곳에 투자하면 대박 난다’, 이것을 팔고 저것을 사라는 등의 누구나 솔깃할만한 노른자위의 정보를 담고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침서를 원하셨던 분이라면 몇 장 읽지 않고도 크게 속았다고 분해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이렇게 따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부류의 책이 아닙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성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에 그것들을 유형화하고 그것을 현재의 나와 비교할 수 있도록 조명하고 뿐입니다. 그 특성들을 실제적인 상황과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도 이 책이 전혀 다른 무엇을 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 또한 우리와 똑같이 성공한 사람들의 성격 유형에 몰두했습니다. 자신이 규정한 행동양식의 툴 안에 관찰한 사람들을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성공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 속에서 행동하고 대처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방식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성공 개념도 바뀌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성공이란 부와 명예, 업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나는 성공을 그런 기준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에는 직업, 인간관계, 영적인 목표,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영역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들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돌아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데자뷰 피플(dejavu people)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기시감을 유발하는 사람들이란 뜻인데, 성공적인 삶을 살게 하는 방식들을 실천하고 자신이 이룬 성공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냐? 이 책의 메시지는 반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데 모아져 있습니다. 저자가 목격한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들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위에서 말한 아홉 가지 원칙입니다.

「먼저 배우자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시각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적극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내면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보물을 투자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데자뷰 피플이 보이는 첫 번째 성공 방식입니다.

투자한 일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이제 곁가지를 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 부분부터 제거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한 제대로 된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그려  보는 것입니다. 영화를 상영하듯이 서론, 본론, 결론의 서술구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자뷰 피플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한답니다. 그만큼 도전적이라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을 때 문제가 작아진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아울러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어떤 일의 결과는 단계와 단계가 짝을 이룬 뒤에 나타나는 보상입니다. 당장 결과를 얻으려고 분주히 돌아다니다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한번에 한가지씩'이야말로 중요한 성공 원칙입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는 자신이 미워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무엇을 미워하는 지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만큼 제대로 미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삶에 해가 되는 문제를 제대로 미워해야 그 문제를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대부분 미워해야 할 것을 객관적으로 분리해낼 줄 모른다든지 미워하더라도 대충 미워하기 때문에 바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상 관계에 있어서는 하나를 받았으면 하나를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자뷰 피플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되돌려 줍니다. 예를 들어 회사 내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둘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 둘이 기브 앤 테이크 관계만 고집한다면  한 사람이 기브(give) 또는 테이크(take)를 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도 그렇게 따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말할 것도 없이 관계는 일그러질 테고 회사 또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될지 모릅니다. 데자뷰 피플의 세상 이치와 다른 행동은 그런 결과를 사전에 막는 현명한 방책인 것입니다.

더불어 데자뷰 피플은 자기 자신 그 이상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인정하는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워하여 그 때마다 항로를 수정한다면 당초 목표했던 곳에 정박할 수 없습니다. 해야 할 일과 그 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별개의 것으로 취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일에서든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기쁘게 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용을 정리했으니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처음, 궁극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도 이 책이 전혀 다른 무엇을 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이 책이 성공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훌쩍 뛰어 넘었다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특히 성공하면 물질적인 부의 개념에서 도통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성공하면 떠오르는 것이 돈과 직결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는 새 다른 가치들은 보기 좋게 뒷자리로 밀려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다른 가치들이 뒷방마님 신세가 되는 게 옳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살기 힘든 때일수록 보다 높은 가치를 바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돈이 전부인 사회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설자리가 없는 법입니다.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이 결국 목숨을 끊는 일이 좀 많습니까.

이 책은 우리가 바삐 사는 통에 잠시 잊고 있었던 다른 가치에 눈을 뜨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런 가치들이 뜬구름 잡듯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으며, 그런 가치들을 제대로 좇기만 하면 또 다른 차원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곳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몇 사람이 독식했던 성공을 여러 사람이 정겹게 나눠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꿈꿀 수 있다는 건 묘한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성공하는 삶의 방식은, 누구나 배울 의지만 있다면 너끈히 배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 이 책이 지향하는 바도 그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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