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사무실 법칙
김종원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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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는 직원이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책이 나왔다. 이유는? 야근 업무의 효과가 낮 시간대의 그것과 비교해 월등히 낮고, 식비와 수당 등 지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여기에다 실속 없는 야근이 사내 문화로 정착되면 낮 시간마저 열심히 일하는 풍토가 사라져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야근이야말로 어서 쫓아내야만 할 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야근을 주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저녁 시간을 내 마무리하는 근무 형태라고 정의하면 내가 근무하는 직장도 야근에 관한 한 저자의 주장을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다수의 직원이 수당을 챙기려고, 상사에게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또는 그 둘 모두를 위해 야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오히려 야근하지 않는 직원을 향해 “뭐가 잘 났다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느냐“ 고 되려 눈을 흘기는 수준이고 보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야근이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수년 전 만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정말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만 야근하고 그에 따르는 수당을 정당하게 수령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일은 하지 않고 야근했다고 수당을 챙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양심을 지키려던 직원마저도 차츰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그런 흐름에 동참하는 형국이니 사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답답함을 둘째치고, 이런 가치 전도 현상을 윗사람들이 알기는 하는 건지 허탈함에 어이가 다 없다.

일하지 않고 야근 수당 챙기는 문화가 형성된 조직의 병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 모르겠다. 하지만 이래가지고는 업무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고객의 자잘못을 당당하게 꾸짖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을 팽개친 지 오래라 그럴 걱정 없다고 면박을 줄 텐가.

“야근을 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란 참 곤란한 일이다. 이것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미안하거나 동정심이 나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리더도 분명 야근을 하고 있는 직원 대부분이 능력이 부족해서 시간으로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야근을 하는 직원은 분명 다른 직원들 보다 올리는 성과가 적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이 야근을 하기 때문에 야근 수당, 저녁 식대 등 회사에서 지급되는 비용은 타 직원보다 많다. 그렇다면 이 직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뻔하다.”(p50,51)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야근하는 직원을 우선 퇴출하라고.... 혁신 바람이 분 이후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놀랍게도 서울시가 200여명의 공무원을 퇴출 대상으로 분류해 교육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기업이든 공직사회든 변화 요구에 둔감해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그 대상 선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야근하는 직원은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마련이다.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든지, 업무 부담이 과도해 어쩔 수 없이 야근해야하는 형편이든지. 후자의 경우엔 업무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그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야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야근하는 직원은 업무수행능력에 문제가 있는 직원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조직의 긴장감이 증대되고 업무 단위당 효율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이제 처음보다 저자가 불 켜진 사무실이 표상하는 야근하는 직원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넘어서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는 이유가 보다 자명해지지 않았는가.

“게임을 만드는 N사의 K과장은 야근 문화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보통 직원들의 일하는 효율이 100%라고 생각해 본다면 평일에 야근을 할 경우에는 효율이 80%로 떨어지게 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추가근무를 하게 되면 효율은 3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거죠. 결국 회사는 직원이 명목상의 야근으로 청구하는 돈을 지불해야만 하고, 그런 문화는 회사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 회사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그 문화는 회사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남아서 조직을 파괴하겠죠.” 조직이 긍정적인 것을 학습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야근’이라는 부정적인 문화가 심어지게 되면 결국 그 조직은 사슴이 멸종하는 것처럼 ‘야근’ 때문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잘못 형성된 조직 문화를 깨뜨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떤 조직이든 잘못된 조직 문화가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울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튀긴다는 말을 되새겨 들어야 한다. 감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하나가 조직문화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직장의 예 또한 처음엔 한 두 사람이 눈치봐가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종국은 야근 수당을 가져가지 않는 직원들이 오히려 지탄을 받는 모양새로 귀착되었다.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는 직원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저자는 제1부 6장에서 ‘퇴근 후 사무실에 불을 켜는 직원을 해고하라’고 일갈하고 있다. 이 책은 불켜진 사무실을 지키는 있으나마나한 직원을 색출하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조언을 잊지 않는다.

조직은 활력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그러자면 무능한 직원은 조속히 퇴출시키되 유능한 직원은 주요 부서에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함이 마땅하다.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각 장의 말미에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는 아주 사소한 습관」이라는 타이틀 아래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팁을 수록해 놓았다. 사내 인맥을 돈독히 하라, 야근을 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발상 전환의 습관, 직장 생활의 포로가 아닌 프로가 되라, 월요일 점심은 일을 하면서 해결하라, 위기의 순간에는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등등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습관」들만 따로 모아도 좋을 정도로 내용도 충실하고 새겨들어야 할 부분 또한 많다. 어느 면에선 이것만 잘 숙지해도 직장 생활의 50%는 먹고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미덕은 통념을 파괴한 데 있다. 그리고 그 통념은 야근하는 직원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작심하고 그 통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장 야근하는 직원을 해고하라고. 직장 생활을 하는 독자라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견줄 때 저자의 주장이 은 틀린 말이 아님을 이해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도 잘못 형성된 문화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꿔야 하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단 1년만 존속하고 말 조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 조직 측면에서도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점검하고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같은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혁신에 대한 피로도가 깊어가고 퇴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현 시기에 이 책의 출간은 적절해 보인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 순환하는 조직 환경을 직시한다면 조직과 조직 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은 더없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자신의 치부를 숨기지 않을 것을 전제로. 환부는 도려내야 상처가 빨리 아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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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감정 코치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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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화가 복받쳐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타이르고 다독거림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거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부모의 고민이 있다. 여기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이 효과가 보다 직접적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한몫 거들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후자는 반복해서 화를 내고 반응이 오는 과정을 매번 밟아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자 아이가 자기 잘못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대화가 들어찰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니 그대로 있어야 할까?

저자는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과 이제 미운 네 살을 둔 초보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정코칭은 먼저 부모가 열린 귀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부모의 생각에 아이의 요구 사항이 쓸 데 없는 것이라고 해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 스스로 요구 사항을 교정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이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아이의 향방을 지도했다면 감정 코칭은 처음부터 아이를 능동태로 삼고 있어 그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왕도가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아인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사회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른만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종다양한 교육법이 새로 태어나고 사라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고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특정 교육법에 휘둘리느니 차라리 손놓고 있는 편이 나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록 교육적 효과면에서 유일무이한 방법이 없다 하더라도 그 동안 생멸한 갖가지 방법에서 그야말로 액기스만 추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아이와의 대화’다.

대화 없는 가정의 위험성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정코칭은 아이와의 대화를 빠짐없이 강조한다. 우린 자주 아이가 전혀 아이 답지 않게 어른스러움을 보일 때 감격해 한다. 그런 감격의 바탕은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한 수 접고 본 데 있을 것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를 내려보는 한 아이는 늘 교정이 필요한 어린이일 수밖에 없다.

이제 아이를 그의 세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체로 봐줄 필요가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로서의 아이의 정체성을 확인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아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더디고 때로 미숙해 보이더라도 그것을 당연하게 봐주고 도와주는 코치 역할을 부모가 제대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코치는 후견인이다. 결코 교사자가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부모의 의사를 강제하는 한 교사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사자가 정범과 함께 처벌을 받듯이 그런 부모 또한 아이가 어긋났을 때 동일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때가서 아이 잘못을 꾸짓는 것은 어리석다.

물론 감정코칭법을 따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가 지금까지 해온 스타일을 완전히 접겠다는 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데 있어서도 부모 스스로 정한 일정한 한계를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부모 스스로 코치로 거듭나지 않는 한 요원한 방법. 그러나 효과적인 방법인 감정코칭은 실천하는 이들에게 밝게 미소지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육아교육법이 아니라  부모를 코치로 키우는 법일 수 있다. 나를 키우는 좋은 코치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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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선배가 알려주지 않는 인생지략 70강 - Life Strategy
쑨옌 지음, 김지현 옮김 / 파인트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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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정답이 있을까? 되는 대로 살지 않는 한 좌충우돌하기 쉽고, 그러다 보니 도드라진 부분이 둥글게 변모해가더라는 것이 인생 선배들의 얘기이고 보면 인생이란 필시 살아본 만큼 아는 것일 게다. 거기에 무슨 훈계가 있을 것이며, 높은 가르침이 있을 것인가. 살아보면 안다는 초로의 말씀이 정답 아닌 정답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회사 선배가 알려주지 않는 인생지략 70강』은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이 책에서 말 한대로 살고 행동한다면 어느 누구라고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그렇다. 너무 정답이라는 얘기다.

 

가벼운 얘기라도 정답만 오고 가면 하품부터 나오는 게 대화의 속성인데, 이 책은 특정 계층으로서의 직장인이나, 불특정 다수인 일반인 어느 쪽에도 핀트를 제대로 “G추지 못했다. 어른스러움과 아이 같은 교활함이 선을 넘나드느라 피사체가 흔들리듯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힘이 떨어져 버렸다. 다행이라면 교훈적인 내용이 주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는 점일 것이다.

 

기왕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고 번역할 요량이라면 ‘인사담당자의 경험을 살려 직장인의 섣부른 행동의 예를 적나라하게 적시한 어느 책'이나 '직장인의 애환을 구구절절이 그려놓아 공감의 폭이 크고 넓었던 또 다른 책'과 같이 타깃을 명확히 한 책을 택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책이든 그 책 속에서 진리를 길어 올리려는 독자라면 버릴 것은 없다. 소제목으로 사용된 '비바람을 맞지 않고는 무지개를 볼 수 없다'(제2장)라든지 '나무처럼 모진 바람을 견뎌내야 뿌리가 깊고 잎이 무성히 자란다'(P54)는 말과 '강변에서 맴돌기만 하는 사람은 영원히 건너편 강기슭에는 가 볼 수 없다'(P80)는 말은 가슴에 새길 금언으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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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인생 하류 인생 - 위기의 중산층을 위한 자산 만들기 프로젝트
김의경 지음 / 갈매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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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부자 되고 싶다는 말이, 돈이 많으면 걱정도 많을 거라고 지레 자신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한숨 섞인 넋두리이건 돈이 많아 걱정인 사람의 또 다른 돈 욕심이건 자본의 시대에 사는 사람 치고 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사방팔방 뛰어다닌다고 돈이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어서 셀러리맨들은 셀러리맨들대로, 가정주부는 가정주부대로, 중소기업 사장은 사장대로 있는 돈 관리나 잘 하자고 쪼개 쓰고 아껴 쓰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희한하게도, 돈이 몸에 붙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몇 배를 회수하고, 부동산에 손을 대면 서너 채는 손쉽게 팔아치우고 다른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신묘한 솜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그들이 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 수년 동안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인 것이다. 그림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이치 또한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큰돈을 버는 경우는 졸부 외에는 없다. 졸지에 부자가 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좁은 국토와 투자처가 많지 않은 우리 현실을 놓고 보면 이젠 그런 꿈은 멀리 달아났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책, 『상류인생 하류인생』은 부자가 되는 생각과 행동양식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해낸다. 고령화와 양극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 가만히 손놓고 있다가 10년 후엔 쪽박차기 딱 좋은 시절을 살고 있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노력하기에 따라서 신분상승이 가능할 수 있었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고시에 패스하는 등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던 시절이 바로 그 과거 10년이었다. 지금은, 예를 들면 대학이 논술시험을 까다롭게 출제하면서 그 논술을 준비하는 데만 수백 만원이 들어 가난한 집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가 웬만해선 어렵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전체 합격자 3,406명 가운데 29.7%에 달하는 1,013명이 소위 서울 ‘강남3구’라고 하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있는 고교출신이거나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출신이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부조차 세습이 되는 시절인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상하 신분에 이르는 길을 에스컬레이터에 비유한 저자는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상류사회로 이어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하류사회로 이어지는데, 일단 한쪽에 올라타면 중간에 다른 쪽으로 갈아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말로 비관적인 현실을 꼬집는다. 3545세대는 갈아 탈 여지가 거의 없지만 향후 10년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자식만큼은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태울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어렵지만 내가 살아온 불편한 가난을 자식에게 대물림해 주기 싫다면 지금 당장 관심을 갖고 뛰어들라고 촉구한다. 더 이상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의 3분의 1 분량을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할애하고 있다. 그가 그린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어도 대부분 현재를 거울로 삼기 십상인 미래는 예측 가능한 가까운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미래는 초고령 사회의 진입과 양극화의 확산으로 대표될 것이다. 이제 현재 삼십대 중반과 40대 초반이 50대 중 후반이 되면 더 이상 먹고 살 게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니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시중에 범람하는 자산 증식용 족집게 교본이 아니다. 하류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자산 마인드를 길러주고 실제 관심을 가져야 할 금융상식과 부동산 흐름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엔 생선 잡는 법이 들어있다. 생선이 어디 있다고 알려주고 친절하게 잡아주는 듯한 여타 책과 다른 이 책만의 미덕은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10년 후에 이제 늦었다고 후회할 뻔한 그 10년의 시작을 오늘 새롭게 시작할 이 땅의 중산층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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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크랩의 파파 기도 - 전에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도
래리 크랩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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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일컬어 ‘호흡’이라고도 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대화’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일 텐데, 실제 그것을 시간을 들여 제대로 하는 크리스천이 많지 않다. 조금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것 없어도 신앙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고, 그것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교회 안에 많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신앙은 정체를 넘어 후퇴와 후퇴를 거듭한다. 하나님과 크리스천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 구실을 하는 그것을 배제하고 제대로 된 신앙인격을 갖추기란 사실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는 얘기다. 날름 삼키자니 너무 뜨겁고, 그렇다고 가만있자니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너무 크다. 그래서 낸 생각. 서둘러 관련 서적을 뒤진다. 읽는 동안엔 정말 그 생활을 막는 내 안의 죄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제야말로 그것과 결별하고 이 생활을 제대로 해보자고 나서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손에서 저자의 방법을 놓는. 보통의 크리스천이라면 대개 이런 과정을 공통적으로 밟았을 것이다. 왜 그것(기도)이 잘 되지 않는 걸까?

기도는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오랫동안 마치 기도의 진정한 목적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한테서 얻어내는 것인 양, 그렇게 기도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원한 것들은 다 인생을 좀더 행복하고 의미 있고 만족스럽게 해주는 것들로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확실한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비로 하나님 그분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된다. 만사가 내 방식대로 돌아가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방식대로 살기 위해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오롯한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보통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그 친구가 가까우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화의 수준이라든지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가까운 친구라면 살가운 정도를 넘어서 할말 못할 말을 다한다. 둘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이 쌓이면서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어느 일방이 무조건 주고, 어느 일방은 무조건 요구하는 식으로는 되지 않을 관계가 바로 그와 같은 친밀한 친구 관계라 할 것이다.

기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관계가 중요하다. 기도란 혼자만 하는 넋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한 대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대화를 하려하기 보다 무엇인가 얻으려고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제 할 말만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런 우리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다. 그가 말하는 기도란 대화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의 하나님 되심과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을 감사하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하나님께 중보하고,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바라는 여러 축복들을 간청할 수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높이려는 기도,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려는 기도야말로 제대로 된 기도라는 저자의 일치된 생각이 전편을 통해 그의 경험과 맞물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물론 그의 기도 방법 또한 그동안 여러 번 소개되었던 여타 기도 방법의 변형일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실패하는 기도생활이라는 부분에 대해 그의 기도 방법이 경종을 울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 종종 기도를 마치 당연한 요구사항을 주장하듯 재빨리 해치우고 마는 허울 좋은 기도생활을 마감하려면 근본부터 새롭게 다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파파기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그 도전은 과연 하나님이 바라시는 방법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를 손수 지으신 하나님이 우리와 교제하고 싶어하시리라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많은 수단 중에 기도 또한 그런 목적에 복무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크게 도전 받은 것이 있다. 파파기도의 세 번째 원리, 곧 ‘무엇이든 쏟아놓으라(Purge)'는 저자의 말에 의해서다. 생각을 모두 읽고 있으실 하나님 앞에서조차 난 내 화남과 당혹과 불편을 쏟아놓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대하듯 화를 감춤으로써 상대로부터 불측의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춘다고 감춰질 것이 아닌 ’내 상태‘를 내려놓지 못하니 겉도는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걸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수십 년 전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장남인 내게, “네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은 그 속을 잘 모르니까.” 아버지의 말은 어떤 생각이든 터놓고 얘기하고 싶다는 의미로 읽혔다.

사람과 달리 하나님은 내 속을 정확히 아시지만 스스로 내 속을 드러내 보여주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유익은 바로 그만큼 실제적이라는 데 있다. 저자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내 경험과 대비도 빠르고 직접적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지금과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 아니라면 이미 먼길을 왔을지라도 돌아가는 것이 옳다. 어느새 ‘자기 중심’으로 흐른 거짓 기도생활을 청산하고 높게 솟은 구름기둥처럼 기도생활의 대원칙이 세워진 그곳으로 돌아가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제일의 원리로 삼은 파파기도로 기도생활의 참 맛을 보게 되기를 소원한다.

파파기도(PAPA)

P : 자신을 꾸밈없이 하나님 앞에 내어놓으라(Present). 진실하라. 당신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든지 간에, 파악 가능한 것은 모두 하나님께 말씀드리라.

A : 당신이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의주시하라(Attend). 다시 말하지만, 꾸미지 말라.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 보라.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당신에게 하나님은 자동판매기인가, 인상 찌푸린 아버지인가, 아니면 저 멀리 떨어져있는 냉랭한 어떤 힘인가? 아니면 엄청나게 강하면서도 친근한 파파이신가? 

P : 하나님과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놓으라(Purge). 당신이 하나님과 진정한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있다면 말로 표현해 보라. 당신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보다 당신에게 만족을 주는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가?

A : 하나님을 당신의 ‘1순위’로 여기고 나아가라(Approach). 하나님을 당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 당신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분으로 삼으라. 지금 당장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들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인정하되, 그래도 하나님을 가장 사모하기 원하며 다른 좋은 것들은 모두 ‘2순위’로 여기기를 바란다고 아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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