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 인생 하류 인생 - 위기의 중산층을 위한 자산 만들기 프로젝트
김의경 지음 / 갈매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부자 되고 싶다는 말이, 돈이 많으면 걱정도 많을 거라고 지레 자신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한숨 섞인 넋두리이건 돈이 많아 걱정인 사람의 또 다른 돈 욕심이건 자본의 시대에 사는 사람 치고 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사방팔방 뛰어다닌다고 돈이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어서 셀러리맨들은 셀러리맨들대로, 가정주부는 가정주부대로, 중소기업 사장은 사장대로 있는 돈 관리나 잘 하자고 쪼개 쓰고 아껴 쓰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희한하게도, 돈이 몸에 붙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몇 배를 회수하고, 부동산에 손을 대면 서너 채는 손쉽게 팔아치우고 다른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신묘한 솜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그들이 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 수년 동안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인 것이다. 그림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이치 또한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큰돈을 버는 경우는 졸부 외에는 없다. 졸지에 부자가 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좁은 국토와 투자처가 많지 않은 우리 현실을 놓고 보면 이젠 그런 꿈은 멀리 달아났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책, 『상류인생 하류인생』은 부자가 되는 생각과 행동양식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해낸다. 고령화와 양극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 가만히 손놓고 있다가 10년 후엔 쪽박차기 딱 좋은 시절을 살고 있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노력하기에 따라서 신분상승이 가능할 수 있었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고시에 패스하는 등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던 시절이 바로 그 과거 10년이었다. 지금은, 예를 들면 대학이 논술시험을 까다롭게 출제하면서 그 논술을 준비하는 데만 수백 만원이 들어 가난한 집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가 웬만해선 어렵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전체 합격자 3,406명 가운데 29.7%에 달하는 1,013명이 소위 서울 ‘강남3구’라고 하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있는 고교출신이거나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출신이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부조차 세습이 되는 시절인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상하 신분에 이르는 길을 에스컬레이터에 비유한 저자는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상류사회로 이어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하류사회로 이어지는데, 일단 한쪽에 올라타면 중간에 다른 쪽으로 갈아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말로 비관적인 현실을 꼬집는다. 3545세대는 갈아 탈 여지가 거의 없지만 향후 10년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자식만큼은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태울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어렵지만 내가 살아온 불편한 가난을 자식에게 대물림해 주기 싫다면 지금 당장 관심을 갖고 뛰어들라고 촉구한다. 더 이상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의 3분의 1 분량을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할애하고 있다. 그가 그린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어도 대부분 현재를 거울로 삼기 십상인 미래는 예측 가능한 가까운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미래는 초고령 사회의 진입과 양극화의 확산으로 대표될 것이다. 이제 현재 삼십대 중반과 40대 초반이 50대 중 후반이 되면 더 이상 먹고 살 게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니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시중에 범람하는 자산 증식용 족집게 교본이 아니다. 하류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자산 마인드를 길러주고 실제 관심을 가져야 할 금융상식과 부동산 흐름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엔 생선 잡는 법이 들어있다. 생선이 어디 있다고 알려주고 친절하게 잡아주는 듯한 여타 책과 다른 이 책만의 미덕은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10년 후에 이제 늦었다고 후회할 뻔한 그 10년의 시작을 오늘 새롭게 시작할 이 땅의 중산층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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