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사무실 법칙
김종원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야근하는 직원이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책이 나왔다. 이유는? 야근 업무의 효과가 낮 시간대의 그것과 비교해 월등히 낮고, 식비와 수당 등 지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여기에다 실속 없는 야근이 사내 문화로 정착되면 낮 시간마저 열심히 일하는 풍토가 사라져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야근이야말로 어서 쫓아내야만 할 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야근을 주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저녁 시간을 내 마무리하는 근무 형태라고 정의하면 내가 근무하는 직장도 야근에 관한 한 저자의 주장을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다수의 직원이 수당을 챙기려고, 상사에게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또는 그 둘 모두를 위해 야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오히려 야근하지 않는 직원을 향해 “뭐가 잘 났다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느냐“ 고 되려 눈을 흘기는 수준이고 보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야근이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수년 전 만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정말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만 야근하고 그에 따르는 수당을 정당하게 수령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일은 하지 않고 야근했다고 수당을 챙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양심을 지키려던 직원마저도 차츰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그런 흐름에 동참하는 형국이니 사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답답함을 둘째치고, 이런 가치 전도 현상을 윗사람들이 알기는 하는 건지 허탈함에 어이가 다 없다.

일하지 않고 야근 수당 챙기는 문화가 형성된 조직의 병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 모르겠다. 하지만 이래가지고는 업무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고객의 자잘못을 당당하게 꾸짖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을 팽개친 지 오래라 그럴 걱정 없다고 면박을 줄 텐가.

“야근을 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란 참 곤란한 일이다. 이것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미안하거나 동정심이 나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리더도 분명 야근을 하고 있는 직원 대부분이 능력이 부족해서 시간으로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야근을 하는 직원은 분명 다른 직원들 보다 올리는 성과가 적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이 야근을 하기 때문에 야근 수당, 저녁 식대 등 회사에서 지급되는 비용은 타 직원보다 많다. 그렇다면 이 직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뻔하다.”(p50,51)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야근하는 직원을 우선 퇴출하라고.... 혁신 바람이 분 이후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놀랍게도 서울시가 200여명의 공무원을 퇴출 대상으로 분류해 교육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기업이든 공직사회든 변화 요구에 둔감해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그 대상 선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야근하는 직원은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마련이다.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든지, 업무 부담이 과도해 어쩔 수 없이 야근해야하는 형편이든지. 후자의 경우엔 업무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그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야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야근하는 직원은 업무수행능력에 문제가 있는 직원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조직의 긴장감이 증대되고 업무 단위당 효율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이제 처음보다 저자가 불 켜진 사무실이 표상하는 야근하는 직원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넘어서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는 이유가 보다 자명해지지 않았는가.

“게임을 만드는 N사의 K과장은 야근 문화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보통 직원들의 일하는 효율이 100%라고 생각해 본다면 평일에 야근을 할 경우에는 효율이 80%로 떨어지게 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추가근무를 하게 되면 효율은 3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거죠. 결국 회사는 직원이 명목상의 야근으로 청구하는 돈을 지불해야만 하고, 그런 문화는 회사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 회사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그 문화는 회사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남아서 조직을 파괴하겠죠.” 조직이 긍정적인 것을 학습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야근’이라는 부정적인 문화가 심어지게 되면 결국 그 조직은 사슴이 멸종하는 것처럼 ‘야근’ 때문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잘못 형성된 조직 문화를 깨뜨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떤 조직이든 잘못된 조직 문화가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울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튀긴다는 말을 되새겨 들어야 한다. 감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하나가 조직문화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직장의 예 또한 처음엔 한 두 사람이 눈치봐가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종국은 야근 수당을 가져가지 않는 직원들이 오히려 지탄을 받는 모양새로 귀착되었다.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는 직원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저자는 제1부 6장에서 ‘퇴근 후 사무실에 불을 켜는 직원을 해고하라’고 일갈하고 있다. 이 책은 불켜진 사무실을 지키는 있으나마나한 직원을 색출하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조언을 잊지 않는다.

조직은 활력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그러자면 무능한 직원은 조속히 퇴출시키되 유능한 직원은 주요 부서에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함이 마땅하다.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각 장의 말미에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는 아주 사소한 습관」이라는 타이틀 아래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팁을 수록해 놓았다. 사내 인맥을 돈독히 하라, 야근을 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발상 전환의 습관, 직장 생활의 포로가 아닌 프로가 되라, 월요일 점심은 일을 하면서 해결하라, 위기의 순간에는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등등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습관」들만 따로 모아도 좋을 정도로 내용도 충실하고 새겨들어야 할 부분 또한 많다. 어느 면에선 이것만 잘 숙지해도 직장 생활의 50%는 먹고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미덕은 통념을 파괴한 데 있다. 그리고 그 통념은 야근하는 직원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작심하고 그 통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장 야근하는 직원을 해고하라고. 직장 생활을 하는 독자라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견줄 때 저자의 주장이 은 틀린 말이 아님을 이해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도 잘못 형성된 문화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꿔야 하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단 1년만 존속하고 말 조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유능한 리더와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 조직 측면에서도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점검하고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같은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혁신에 대한 피로도가 깊어가고 퇴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현 시기에 이 책의 출간은 적절해 보인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 순환하는 조직 환경을 직시한다면 조직과 조직 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은 더없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자신의 치부를 숨기지 않을 것을 전제로. 환부는 도려내야 상처가 빨리 아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