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선정 글로벌 CEO 132인 - Different World-One Dream, Chief Executive Officer
남편과원숭이 편집부 엮음 / 남편과원숭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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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와 그 속에서 같은 속도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실에 안주한 일반인들에게 '늦지만은 않은' 깨달음을 주곤 합니다. 바쁘게 산다고 하는 말 안에 숨겨진 일상적인 게으름을 돌아보게 하는 타인의 성공담은 보다 치열하게, 또는 정열적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새다짐을 주기도 합니다.

 

출판사 「남편과 원숭이」의 편집부에서 편역한 『글로벌 CEO 132인』은 전세계적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을 총 7개의 장으로 나눠 그들 각각의 어제와 오늘을 간결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만한 금융계의 워렌 버핏과 IT업계의 스티브 잡스, 월마트를 창업한 존 멕케이, 최근 로버트 슬레이터의 『마사 스튜어트.COM』로 알려진 마사 스튜어트 등 특정 분야에서 랜드마크가 된 인물들의 면면은 가히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케 해줍니다.

 

숲을 보는 것과 나무를 보는 것의 차이와 각각의 장점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저도 그 말의 의미에 대부분 동의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숲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을 때 나무들을 세밀히 관찰하면 그 숲의 윤곽을 대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책이 세계라는 무대의 최일선에서 항로를 진두지휘하는 인물들을 통해 숲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적 동향을 여실히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면 지나친 헌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의 가치가 발휘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분량에 수많은 인물들을 담다보니 세밀한 부분이 기술되지 못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 같습니다. 한 인물의 업적과 그 과정으로서의 고군분투를 2면, 또는 3면에 담기엔 역부족입니다. 아무리 축약하고 집약적으로 서술한다고 해도 인물의 전부를 그리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아쉬움은 각 패러그래프와 행간을 통해 기대하지 않은 분야에서 의외의 인물이 말을 걸어오도록 만든 저자의 수고를 통해 달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선 평소 잘 나가던 분야만이 주목받는 조류는 멀찌감치 물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수의 인물들이 생소할 정도로 사회적 트랜드가 빠르게 변모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인물들의 생만큼 굵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세계적 흐름이 도도하게 흐르는 강가에 다다른 느낌이 드실 겁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길 겁니다. 이 책이 부속품이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용기와 꿈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도 여전히 그 함의의 힘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132인이 그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그것에 전력투구했습니다. 성공은 '선택과 집중'의 열매라는 사실을 그들만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또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여러분 곁에 '반면교사'로 두고두고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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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패 SERI 연구에세이 91
소병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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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거래가 형성되지 않는 공공재의 제공이라든가, 외부효과로 인해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 자연독점산업과 같이 경쟁이 배제되어 시장에서의 경쟁균형을 얻을 수 없는 경우, 또는 경기가 너무 과열되거나 침체되어 경제가 불안정할 경우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도 적절한 정도를 넘어서서 정부개입이 과도해 지면, 원래의 취지인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거나 시장의 기능을 오히려 저해하게 되어 소위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가 발생한다」(책 p5)


정부실패를 공무원의 사익 추구 행위와 동일시하고 있는 저자는, 국민과 공무원을 의뢰인-대리인 관계로 치환하면 대리인인 공무원이 사익을 추구할 경우 그 행위를 제어할 효과적인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과 방법적 측면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공무원을 어떻게 퇴출시킬 것인가에 관한 고민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의원과 달리 공무원은 공개경쟁시험에 의해 선발되고 있어 구축(驅逐)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저자는 공무원 사회에도 적극적으로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그 경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의 확립과 공무원 선발 제도의 개선 등 제도 마련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밥통'으로 운위되던 공무원 사회에도 혁신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성과주의 예산의 도입과 직급별 성과 평가, 교육 훈련의 내실화 방책 등 다양한 실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특정 사회가 경쟁의 변방에 위치하던 시대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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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1 - 짧은 제국의 황혼, 이문열의 史記 이야기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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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과 항우의 접전은 환타지였다. 요즘에야 헤리포터 시리즈가 최고의 환타지 소설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70년대만 해도 영웅호걸의 이야기가 단연 화제를 집중했다.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 같은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기는 했다. 그렇다고 도둑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당시만 해도 직업이 많지 않던 때라 장래 탐정이 될 꿈은 꾸지 않았다. 영웅호걸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었지만 왠지 그들에겐 조금 다른 구석이 있었다. '람보'나 '터미네이터' 등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쉽겠는데, 영화 밖으로 나오자마자 괜스레 어깨에 힘을 들어가는 그런 것. 그 시절, 항우는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 묘한 힘이 있었다.

 

위인전의 빳빳한 종이 위에서 모래 먼지를 자욱히 일으키며 힘차게 달리는 그의 창검에 적병은 추풍낙엽처럼 하늘 높이 날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나타난 그의 장엄한 죽음은 한동안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웅은 유방이 가져갔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기개세와 수백 명을 대항할만한 놀라운 창검술, 휘하 장수들을 일순 사로잡는 카리스마 등 항우에 비하면 당시 내가 보기엔, 유방은 보잘 것 없었다. 포용력이 그가 가진 전부라면....... 항우의 천하를 유방이 빼앗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당시 항우는 변함없이 나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다시 30년을 지나 항우와 유방의 쟁패를 엮은 책을 만나고 보니,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감개무량했다.

 

이 책, 『초한지 1권』은 최고의 이야기꾼을 손꼽히는 이문열의 작품이다. 편향된 정치 발언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면서 위상이 떨어지는 했지만 우리 문단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기온 탓에 계절에 앞서 핀 봄꽃이 삭풍에 시들어간 예처럼 청년기에 이미 소설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은 그가 빠르게 쇠락의 길에 접어든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장거리 달리기에 견줄만한 그의 인생은 하지만 그가 이미 100미터 달리기를 택함으로써 패착을 놓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그가 문단으로 돌아와 장거리 달리기 선상에 선다면 이후 어떤 성취를 이룰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듯 이야기는 적정선을 유지하며 페이스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앞서 나가도 좋을 순간임에도 좀체 서두르는 법이 없다. 독자가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도를 넘어 열광하지 않도록 인용과 거리두기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장차 화려하게 꽃필 명민한 화술을 더욱 벼리고 있는 1권의 압권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단원의 막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갈 '영웅의 등장'에 있다.

 

그들의 등장은 그들의 이름값 만큼이나 묵직하다. 자신을 낮추며 때를 기다리는 그들의 행태가, 이곳저곳에서 독자들이 단편적으로 읽은 이야기와 맞물려 지루하게 이어지지만 그것들이 영웅들이 세를 규합해 가는 과정의 산물임을 안다면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어떤 면에선 1권은 전편에 도도하게 흐를 인물 군상들의 활기찬 기개와 용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이라는 시각으로 읽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1권은 오히려 빠르게 읽기보다 호흡을 죽이며 읽어야 제 맛이다. 그래야 비로소 거침없이 도래할 영웅의 시대를 무한 몰입과 감상을 거쳐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유방과 항우의 등장에서 비롯한 그들의 유사점과 차이점, 한신의 외유내강에 대한 현대적 해석 등등 작품 외적인 시각적 접근을 열어놓은 것도 1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격량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주요 정치인들의 면면을 대입해 보며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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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앤드 브레인 - 신경경제학은 어떻게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가
제이슨 츠바이크 지음, 오성환.이상근 옮김 / 까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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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두뇌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늘 신뢰할 만할까요? 아마도 대다수 분들은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살아가면서 내리게 되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던 경우가 많지만 그와 같은 수 또는 보다 많은 수가 패착으로 끝난 경험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이 제한적인 정보와 자기 확신에 근거하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아무리 많은 정보를 취득한다고 할지라도 의사결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는 없을 테구요, 그 정보들을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분류하고 조합한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는 어느 선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내린 의사결정이 최적의 의사결정이라는 검증은 그 의사결정이 가져올 장래의 결과에 의해 최종적으로 판가름 나겠습니다만, 우선 의사결정을 한 시점에서 보면 취득한 정보를 예상 가능한 상황과 시계열로 연결 지어 의사결정을 내린 만큼 현재로선 최적의 의사결정이라고 하는 자기 확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 시점에서 그 의사결정이 최적의 의사결정(최적의 의사결정이라는 용어 안에 이미 의사결정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이라는 근거가 정보를 조합하고 분류하는 과학적 방법과 최종 선택의 문제에서 자기 확신에 뿌리박고 있다는 것은 의사결정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후자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 들 또한 과학적 방법의 퍼센티지를 높일 수 있을 뿐입니다. 최종 결정의 문제는 여전히 의사결정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 또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의사결정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은 의사결정자에게 있습니다. 아울러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투자 방법들이 존재하고 그런 방법들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의사결정자는 완벽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한적인 의사결정만을 내릴 수 있을 뿐입니다. 완벽한 의사결정이 아닌 제한적인 의사결정,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계 내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이며, 그것조차 최종 판단을 자기 확신에 의존해야하는 현실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지 소로스 같은 대단한 투자가도 허리가 몹시 아픈 날이면 보유 주식의 상당수를 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상황에서 실행한 매도가 결과적으로 이득을 남겼다면 아마도 그는 매번 그렇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상황에서 매도 주문을 냈을 확률이 높습니다. 큰돈을 굴리는 투자자들이 경우에 따라서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포기하고 오히려 기분에 따라 투자한다는 사실이 새삼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성에 기초한 투자를 하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감정적으로 투자하는지에 관해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투자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남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남의 얘기라는 말이 귀가 거슬리면 신문이나 책 등의 투자정보를 통해 투자한다고 해도 그런 정보에 혹해서 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신경경제학은 두뇌가 재정 결정에 이상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투자행위를 지도할 책임 있는 두뇌 부위가 인간적인 충동에 완전히 짓눌려 맥을 못 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이기는 했지만 조지 소로스의 경우나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 행동이 그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과학적인 의사결정은 투자의 쌍두마차일 것입니다. 완전한 정보에의 접근권까지 보장받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정보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가 투자 대상으로 고른 특정 기업의 정보는 다양한 장벽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취득한 정보는 일정한 한계 내에 존재하는 제한된 정보라는 특성을 갖습니다. 제한된 정보에 기초한 분석과 의사결정은 분석과 의사결정이 아무리 과학적이라고 해도 정보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결과를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의 투자 의사결정이 다분히 충동적일 때가 많다는 것은 투자와 관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제한된 정보와 제한된 두뇌, 그리고 제한된 판단이라는 제약 조건 속에서 투자자는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런 제약 조건에 둘러싸여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런 제약 조건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불완전한 의사결정의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안내자가 돼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 투자 원칙으로 제시된 방법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안목을 가져라. 최상의 결과를 바라되 최악의 결과도 예상하라. 먼저 조사한 다음에 투자하라. 자신이 항상 투자에 성공하는 것으로 믿지 말라. 모르는 것을 알아두어라. 과거는 전조가 아니다. 사람들의 말을 비교 검토하라. 너무나 그럴듯하여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거래)비용이 골병들게 만든다. 계란이 깨진다.」

 

특히, "모르는 것을 알아두어라"는 교훈은 재차 새겨들을 만합니다. 한번 더 저자의 말을 들어봅시다. "자신이 이미 전문가가 된 것으로 믿지 말라. 주식과 펀드의 수익률을 전체 시장 및 다른 시기의 상황과 비교해보라. 자신이 고려하고 있는 투자에 손실을 불러 올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그 투자를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돈을 그 투자에 넣었는지를 조사하라."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투자 성공에 으쓱하느라 두뇌가 과거 투자 성공의 케이스와 유사한 조건이라고 하여 무조건 투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몇 번의 투자 성공'은 책의 논지를 빌자면 '두뇌에 각인된 강렬한 경험'입니다. 따라서 그 경험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성적인 판단을 돌려세울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위의 10가지 투자 원칙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투박하게 말하면, 합리적인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개인과 기업이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원에서 신경경제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신경경제학은 인간의 두뇌가 이성적 판단을 주로 관장하는 부문이라는 기존의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두뇌가 충동에 지배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자료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주장이 근래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의사결정에 관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최적의 의사결정에 이르는 데 있어서 '충동'이 또 하나의 변수라는 사실의 인식은, 중요하지만 고려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낸 것과 같습니다. 이제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면 보다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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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없다
버지니아 펠로스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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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문장으로 알려진 희곡을 쓰기에 걸맞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이 책을 쓴 목적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원저자가 베이컨임을 밝히려는 데 있지 않다. 여왕의 아들이지만 사생아처럼 길러져야 했던 한 인간의 고뇌와 눈물을 그리고자 함에 있다.」

 

저자의 변을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공교하게 엮인 이 책은 양부모의 손에 맡겨져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자라던 한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맞닥뜨린 채 가눌 길 없는 감정의 편린을 대책 없이 쏟아내며 소화되지 않는 혼란을 힘겹게 게워내는 것으로 독자와의 첫 대면을 시작한다. 초겨울 옷깃을 두텁게 여민 찬바람이 좁은 콘크리트 벽 사이로 세차게 불어닥치듯이 날 것 그대로 어미 뱃속에 잉태된 불행의 씨는 10개월의 고단한 삶이 끝이 아님을 웅변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다.

 

이미 수십 장의 페이지를 넘기고도 여전히 그의 생은 양부모의 손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무엇이 그를 앞으로 예비될 평범과 비범을 간단없이 가르는 비정한 생의 좌절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마주하게 된 현실이 더없이 고단하더라는 뒷얘기만 무성할 뿐 희미하게 비껴 들어오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은 길을 잃고 너울거리기만 한다.

 

당대 최고 권력자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처녀 여왕이라는 호칭을 허울처럼 쓰고 있었다. 묘비명에 조차 '처녀의 몸으로 살다가 죽은 여왕이 한 시대를 통치했다'라고 쓰이길 바랐을 정도로 처녀라는 이미지에 깊이 경도된 여왕은 제2권력자라 할만한 레스터 경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베이컨을 공공연히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양부모에게 출생의 비밀을 함구하도록 엄명을 내린 여왕은 그러나 그 자신이 그 사실을 베이컨 앞에서 격정적으로 토해냄으로써 파국의 시작을 알린다.


 

'셰익스피어는 없다'는 도전적인 제목과 뒷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간단한 소개글을 통해 책 내용을 어림짐작한 독자라면 굳이 지금 사실을 들춰내서 무슨 이득을 얻으려는 것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보기에 따라서 설익은 논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컨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다양한 암호들이 베이컨이 생존했을 당시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고 확증할 만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작품의 흐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문장을 골라내서 그 문장을 저자가 학습을 통해 습득한 당시 상황과 연결시켜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전체적으로 저자의 사적 추론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저자 외에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연구자들이 암호 해독에 매달렸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그 결과물이 저자의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 각각 또한 암호를 해독하는 방식에 관한 개인적인 취향 또는 오랜 탐구정신에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명명백백한 사실로 인정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저자와 일군의 연구자들의 주장만 가지고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의 희곡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는 학계의 정설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 전 활발히 평론 활동을 벌이던 한 명민한 대학원생이 그의 저작을 통해 국문학의 태두라 할 수 있는 김윤식의 작품(「한국 근대소설사 연구」의 2장과 4장인 '문학적 풍경의 발견'과 '고백체 소설의 기원')이 사실은 일본의 문학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표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가 지적한 다양한 표절 사례에 대해 당사자가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해야 옳았다. 그런데 당사자는 단순히 실수라는 차원에서 언급하였을 뿐으로. 정작 그의 문하생이자 현직 교수들이 벌떼 같이 들고일어나 그 대학원생을 집단적으로 고립시키는 치졸한 전략을 구사했다. 진로는 막혔고 결국 그는 대학원을 마치기도 전에 중도 하차해야 했다.

 

우리는 그 사건을 진실이 권력 앞에 초라하게 굴복하는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처럼 학계에 굳어진 정설, 곧 그것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더라고 오랜 세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인 허위의식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 명백한 사실조차 사실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반응양태를 흔히 회피기제 또는 방어기제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80년대를 거쳐온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실제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고교 교육 과정에서 배운 우리의 현실과 역사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선배나 당시 지하에서 유통되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때의 혼란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제 이전에, 사실을 받아들일 경우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는 허탈감과 그런 쓸모 없는 지식 위에 선 나의 존재감을 어떻게 보상받으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의 반영이었다.

 

일정기간 홍역을 치르고야 비로소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였던 경험처럼 사회적으로 공고히 뿌리내린 동의-과학이란 것도 결국 다수 의사의 합치라는 점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흔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고립감을 참지 못하는 개체화된 인간 사회가 천형처럼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현실적 장벽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점을 우선 알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으니까 장벽 앞에 주저앉아 있으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가 획득한 대다수의 진리는 힘겨운 투쟁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벽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 고투한 선각자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우린 진실의 거울 앞에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작업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저자가 당시 시대상황과 베이컨의 태생적 한계, 그리고 그가 짊어져야 했던 고난의 세월을 학자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응시하고 조합하고 재구성한 금번 시도가 우리를 보다 진실에 근접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사실과 조우해야 하는 당장의 이물감은 사실 진실에 다가서려는 인류의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욕심에 눈에 불을 켜기 전에 베이컨이 살았던 시대와 그의 고뇌에 조건 없이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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