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앤드 브레인 - 신경경제학은 어떻게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가
제이슨 츠바이크 지음, 오성환.이상근 옮김 / 까치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의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두뇌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늘 신뢰할 만할까요? 아마도 대다수 분들은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살아가면서 내리게 되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던 경우가 많지만 그와 같은 수 또는 보다 많은 수가 패착으로 끝난 경험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이 제한적인 정보와 자기 확신에 근거하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아무리 많은 정보를 취득한다고 할지라도 의사결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는 없을 테구요, 그 정보들을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분류하고 조합한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는 어느 선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내린 의사결정이 최적의 의사결정이라는 검증은 그 의사결정이 가져올 장래의 결과에 의해 최종적으로 판가름 나겠습니다만, 우선 의사결정을 한 시점에서 보면 취득한 정보를 예상 가능한 상황과 시계열로 연결 지어 의사결정을 내린 만큼 현재로선 최적의 의사결정이라고 하는 자기 확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 시점에서 그 의사결정이 최적의 의사결정(최적의 의사결정이라는 용어 안에 이미 의사결정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이라는 근거가 정보를 조합하고 분류하는 과학적 방법과 최종 선택의 문제에서 자기 확신에 뿌리박고 있다는 것은 의사결정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후자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 들 또한 과학적 방법의 퍼센티지를 높일 수 있을 뿐입니다. 최종 결정의 문제는 여전히 의사결정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 또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의사결정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은 의사결정자에게 있습니다. 아울러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투자 방법들이 존재하고 그런 방법들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의사결정자는 완벽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한적인 의사결정만을 내릴 수 있을 뿐입니다. 완벽한 의사결정이 아닌 제한적인 의사결정,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계 내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이며, 그것조차 최종 판단을 자기 확신에 의존해야하는 현실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지 소로스 같은 대단한 투자가도 허리가 몹시 아픈 날이면 보유 주식의 상당수를 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상황에서 실행한 매도가 결과적으로 이득을 남겼다면 아마도 그는 매번 그렇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상황에서 매도 주문을 냈을 확률이 높습니다. 큰돈을 굴리는 투자자들이 경우에 따라서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포기하고 오히려 기분에 따라 투자한다는 사실이 새삼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성에 기초한 투자를 하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감정적으로 투자하는지에 관해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투자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남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남의 얘기라는 말이 귀가 거슬리면 신문이나 책 등의 투자정보를 통해 투자한다고 해도 그런 정보에 혹해서 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신경경제학은 두뇌가 재정 결정에 이상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투자행위를 지도할 책임 있는 두뇌 부위가 인간적인 충동에 완전히 짓눌려 맥을 못 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이기는 했지만 조지 소로스의 경우나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 행동이 그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과학적인 의사결정은 투자의 쌍두마차일 것입니다. 완전한 정보에의 접근권까지 보장받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정보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가 투자 대상으로 고른 특정 기업의 정보는 다양한 장벽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취득한 정보는 일정한 한계 내에 존재하는 제한된 정보라는 특성을 갖습니다. 제한된 정보에 기초한 분석과 의사결정은 분석과 의사결정이 아무리 과학적이라고 해도 정보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결과를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의 투자 의사결정이 다분히 충동적일 때가 많다는 것은 투자와 관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제한된 정보와 제한된 두뇌, 그리고 제한된 판단이라는 제약 조건 속에서 투자자는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런 제약 조건에 둘러싸여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런 제약 조건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불완전한 의사결정의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안내자가 돼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 투자 원칙으로 제시된 방법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안목을 가져라. 최상의 결과를 바라되 최악의 결과도 예상하라. 먼저 조사한 다음에 투자하라. 자신이 항상 투자에 성공하는 것으로 믿지 말라. 모르는 것을 알아두어라. 과거는 전조가 아니다. 사람들의 말을 비교 검토하라. 너무나 그럴듯하여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거래)비용이 골병들게 만든다. 계란이 깨진다.」

 

특히, "모르는 것을 알아두어라"는 교훈은 재차 새겨들을 만합니다. 한번 더 저자의 말을 들어봅시다. "자신이 이미 전문가가 된 것으로 믿지 말라. 주식과 펀드의 수익률을 전체 시장 및 다른 시기의 상황과 비교해보라. 자신이 고려하고 있는 투자에 손실을 불러 올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그 투자를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돈을 그 투자에 넣었는지를 조사하라."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투자 성공에 으쓱하느라 두뇌가 과거 투자 성공의 케이스와 유사한 조건이라고 하여 무조건 투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몇 번의 투자 성공'은 책의 논지를 빌자면 '두뇌에 각인된 강렬한 경험'입니다. 따라서 그 경험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성적인 판단을 돌려세울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위의 10가지 투자 원칙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투박하게 말하면, 합리적인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개인과 기업이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원에서 신경경제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신경경제학은 인간의 두뇌가 이성적 판단을 주로 관장하는 부문이라는 기존의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두뇌가 충동에 지배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자료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주장이 근래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의사결정에 관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최적의 의사결정에 이르는 데 있어서 '충동'이 또 하나의 변수라는 사실의 인식은, 중요하지만 고려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낸 것과 같습니다. 이제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면 보다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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