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 이노베이션 - 경쟁자가 못하는 것을 하라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남상진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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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깨뜨리는 혁신적인 생각으로 똘똘 뭉친 이노베이터의 출현을 이 시대는 고대하고 있습니다. 앞선 기업을 뒤쫓아가는 것의 한계야 굳이 말씀드릴 필요가 없고, 앞선 기업이라고 해도 언제 추종기업에게 그 앞을 내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시장의 정글 속에 사는 기업적 현실만 봐도 자기 탈피의 노력은 선택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발상의 전환, 고정관념의 타파 등등의 말이 떠돈 지 이미 수년에서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장엔 그 말들이 주문으로 떠돌 뿐 실제 추동력을 갖고 집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세한 기업이 뒤로 밀려나고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쓸쓸히 퇴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는 이노베이션이 말처럼 쉬울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성이야 다들 알지만 아는 만큼 무언가 다른 제품 또는 전혀 다른 생동감 넘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반증합니다. 그래서 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 사례에서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얻어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연결해도 좋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각성의 기회를 삼는다면 그것 또한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동안 벤치마킹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조금 민망하지만 '베끼기'입니다. 앞선 생각을 가질 수 없다면 베끼기라도 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넋 놓고 있다가는 갖고 있던 것마저 빼앗기는 것이 엄연한 기업 환경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베껴서는 안 될 일이겠지요.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게 개조하고 때론 기업 구조를 개편해서라도 좋은 것에 맞추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단초가 될 만한 성공사례 13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욱 훑어보면 아시겠지만 모두 한 두 번 실패한 경험 위에 꽃을 피웠습니다. 한 번 안 됐다고 해서 주저앉지 않고 실패한 이유를 꼼꼼히 체크하고 실패한 부분을 성공으로 돌려세우려고 부단히 애썼습니다. 성공은 그 결과물이었습니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과 주변 기업으로부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시간 낭비에 자금 낭비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비아냥거림을 자주 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완결되지 않은 어떤 비구체에 대한 꿈을 꾸던 그들은 마침내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고 높은 수익을 실현해 냈습니다.

 

"이노베이터를 많이 확보한 조직일수록 변화의 시대에도 뛰어난 지식창조로서 세계를 주도할 수 잇습니다. 유교문화가 뿌리내린 한국은 규율이나 서열에 따른 질서가 조직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높여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창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큰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직 속에서 자율적으로 창조하는 이노베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통일성과 창조성의 균형을 얻을 수 있으며, 조직력과 개인 능력이 하나가 되어 큰 경쟁력으로 발휘될 것입니다."

 

서문에 밝힌 공저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조성은 우리 경제에 날개를 달아 줄 것입니다. 통일성과 창조성이 균형 잡힌 경제의 활개는 창공 위로 드높이 날게 될 것입니다.

 

공저자는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특징적인 절차를 밟습니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은 여느 성공사례 분석서와 다르지 않습니다. 독특한 내용은 그 뒤에 있습니다. '혁신 이야기'와 '배울 점'을 따로 두고 혁신 포인트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합니다. '배울 점'을 통해 성공사례가 우리 기업과 매치 되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게 하지 많고 직접 우리 기업에 도입할 방안이 없는지 곰곰이 생각케 하는 적극적인 참여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성공사례 분석서가 있고 이와 유사한 책들이 있지만 출판시장에 나오는 즉시 사라지는 이유는 그것이 나와 관계가 없는, 남의 일 일뿐이라는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물론 그 책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독자의 욕구에 소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를 갖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일종의 적용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 이야기'와 '배울 점'이 독특하게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장 '마침내 정상에 선 사람들'이란 표제를 단 제1장엔 세계 최다 판매 스포츠카, 마쓰다의 로드스타와 가장 많이 팔린 웰빙 음료, 산토리의 이에몬이 실려 있습니다. 제2장의 표제는 '이상주의적 실용주의가 낳은 빅히트'입니다. 이 장은 기울던 포장마차 산업을 부활시킨 기타노 포장마차와 30년 연구 끝에 성공한 긴키대학의 완전양식 흑참지가 주인공입니다. 제3장 '대박으로 연결된 무대 생성 능력'은 라면의 붐을 대대적으로 일으킨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 만년 1위를 제치고 최고가 된 KDDI의 휴대폰 인포바, 제4장 '시장을 석권한 지식의 링크'는 세계최초의 물로 굽는 오븐 샤프의 헤르시오, 생활 혁명을 몰고온 IC카드 소니의 펠리카, 제5장 '업계를 평정한 감정의 지식'은 시장을 석권한 경영지원 프로그램 내추럴시스템즈의 지식서버시스템, 제6장 '논리를 초월한 승부사의 감'은 맥주시장의 블루오션을 찾아낸 삿포로맥주의 드래프트원, 세계 최고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도요타의 프리우스, 제7장 '옳은 것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는 '일본의 구글'이라 불리는 인터넷 업계의 샛별 하테나, 축구장에 구름 관중을 몰고 온 J리그 축구팀 알비렉스 니가타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친다면 공저자가 당초 기획 의도한 독자와의 소통은 다소 맥 빠졌을지 모릅니다. 제8장에 이노베이션을 위한 실천 전략이 이 책의 전체를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공 사례를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그 성공 사례에 담긴 특징적인 습관이나 태도 등을 골라내 우리 현실과 비교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행하기 위함에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공 사례에 담긴 사상과 행동양식, 태도 등에 주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공저자들이 그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성공에 목마른 기업과 기업인들, 그리고 경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학생들과 이노베이터의 요건에 관해 평소 궁금해했던 일반 사회인들 모두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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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 -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
패트리샤 아데소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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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직무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켜 존재감을 넓혀 가는 곳, 이름하여 직장이라는 곳입니다. 이 곳에선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일이 많아 힘든 게 아니라 관계가 어려워서 힘들다." 아마 한 두 번쯤 들어본 말일 겁니다. 지금이 저녁 7시경이니까 어느 허름한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 말의 뜻을 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인간관계를 자신하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생각하면 위안이 되겠지만요, 정말 지구인 맞나?, 싶은 상사 또는 동료를 대할 때면 그저 기가 막힌 게 그것 아니겠습니까. 직장인 태반이 아마 그것 때문에 술집을 찾고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는 게 현실일 테니 무슨 뾰족한 수가 없기는 한가 봅니다. 치고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중에 아마도 그게 단연 톱의 자리를 차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가요?

 

제게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 건지 모를 직원이 있습니다. 자기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나서는 건 필수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유난히 큰 목청에 담아 떠벌리고 나선 자기 말이 틀린 것이 밝혀지면 언제 그랬냐 싶게 뒤로 빠지는 전술하며, 가히 특급이라 할 만한 사람입니다. 몇 주전에도 비슷한 일로 망신을 당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는데요. 며칠 전 또 남의 일에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화통 삶은 목소리를 냈는데, 글쎄요. 저와 관련된 일인데요, 역시 아니올시다, 입니다. 지난 번 망신을 거울 삼아 이번만큼은 좀 자숙하기를 바랐는데, 천성인지, 아니면 저자의 말마따나 외계에서 뚝 떨어져 세상 물정 모르는 건지....

 

저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이 책을 통해 설명해 주려는 것 같습니다. 특성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대처법이 나오는 게 당연하겠지요. 각각의 유형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설정하고 특정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는 한데 사실 특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그래서 바둑에서 복기하듯 익히 알고 있는 성격 유형을 되새김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가려운 곳을 긁게 되길 바랐던 독자라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겠습니다.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저자는 행성의 특성에 맞춰 성격 유형과 행동 특성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예를 들면 태양에서 가장 가깝고 공전주기도 88일로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빠른 행성으로 알려진 수성의 이미지를 에너지가 넘치고 매우 활동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한 것이 그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책 뒷표지에 실은 11가지 성격 유형을 단순 인용하면 "태양에서 온 사람들 : 외향형 vs 내향형, 수성의 메신저 : 사고형 vs 행동형, 직장의 금성인들 : 논리형 vs 감정형, 지구에 발을 내딛으며 : 감상형 vs 현실형, 달나라로 간 사람들 : 개방형 vs 신중형, 화성에서 온 동료 : 지배형 vs 순응형, 목성에서 온 사람들 : 낙관형 vs 비관형, 너무도 특별한 토성 : 원칙형 vs 모험형, 천왕성에서 온 상사 : 직설형 vs 외교형, 해왕성식 시너지 효과 : 거시형 vs 세부형, 명왕성의 사람들 : 자기만족형 vs 성취형" 등으로 갈리는데요, 유형을 세분화한 만큼 그 각각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곁들일 예정이라는 것쯤 금세 예측하고도 남을 겁니다.

 

저자는 먼저 외향형과 내향형은 성격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이끌지요. 그런 다음 각 유형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설정하고 특정 상황에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을 이야기체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각 유형의 특징을 다시 복기한 후 외향형끼리 근무할 경우 또는 내향형끼리 근무할 경우의 장단점을 열거합니다. 그런데 일상에선 대부분 각각의 유형들이 섞여 일하고 있으므로 저자는 다시 외향형과 내향형이 함께 일할 때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기술함으로써 보충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외향형(또는 내향형)에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부호를 달아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장을 한 장 정도로 요약하고 마감합니다. 일종의 팁이지요.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요약이 잘 되어 있습니다. 모든 장이 이런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딱 부러지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점인데요. 그건 어떤 면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직장 내외 상황이 원체 유동적이고 다종 다양한 상황들이 얽히고 설킨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상사와 동료에게 이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 또는 이렇게 비치고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하는 것도 좋겠구요. 이런 상사에게는 이런 점을 배려하고 저런 동료에겐 저렇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겠구나, 하는 학습용으로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또는 아하, 이래서 그가 그렇게 행동했구나, 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재미 삼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행동형 특성을 보이는 직원에겐 신체적 활동 요소가 많은 업무를 부여하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한 과업을 주는 한편 사고형 직원에게는 충분히 숙고할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 차별화 함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일종의 상황적응적 전략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를 통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를 위해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태도와 형식으로 책을 읽든 이 책이 직장 내에서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상사와 동료들의 성격유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지침서를 들려주려는 당초의 의도를 50% 정도 성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50%는 직접 부대끼며 해결해야 하겠지요. 그 과정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들이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겠습니다. 이 책이 직원을 부리는 효과적인 전술이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내 것을 확실하게 챙기는 수단을 넘어 상사와 동료, 또는 직원과 소통하고 그들을 확실하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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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삼국지 1 - 한중일 삼국의 바둑 전쟁사 바둑 삼국지 1
김종서 지음, 김선희 그림, 박기홍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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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4인방. 그 정점에 조훈현이라는 걸출한 기사가 있었다는 것쯤 다들 아실 것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잉창치배를 석권하고 이후 한국 바둑계를 호령한 그이지만 그 또한 신예 기사인 이창호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부침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상 위의 세계. 그것을 일컬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바둑에 문외한이라 그 의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집을 짓고 세력을 넓힌다는 바둑 용어들에서 왜 바둑을 그렇게 말하는지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잉창치배는 옅게 기억이 난다. 다 이긴 바둑을 마지막 승부처까지 몰고 갔다고 조훈현을 욕하던 사람들과 네웨이핑이라는 거성을 향해 대담한 행마를 보인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틈에서 난 단순히 우리가 이겼으면 하고 바랐다. 1988년의 일이다. 당시 어른부터 아이까지 승부거리만 생겼다 하면 무조건 우리나라가 이겨야 한다는 강한 승부욕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져도 실력이 없어서 졌다고는 하지 않고 상대가 술수를 써서 그렇게 됐다고 말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 대회라고 다르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단연 조훈현보다 네웨이핑이 앞섰다. 네웨이핑의 입장에서 조훈현은 신출내기였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조훈현이 결승전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로 그를 세계 최고의 기사라고 치켜세웠다. 그래서 조훈현이 두 판을 이기고 내리 두 판을 내주자 조훈현이 상대를 지나치게 얕잡아 보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언론이 한몫 했다.

 

2대 2가 되고 나서 마지막 대국을 앞둔 어느 날 비로소 전력 상 조훈현이 네웨이핑에게 뒤진다는 기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사를 시작으로 비로소 신문사들이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내놓았다. 그리고 국민은 저마다 마지막 대국에서 그가 멋진 승부를 펼쳐주길 바랐다. 승리가 아닌 멋진 승부에 대한 기대. 관점의 차이는 컸다. 나부터 편하게 그 대국을 지켜봤으니까 말이다. 조훈현이 이겼고, 그는 당시 대단한 영웅이 됐다.

 

이 만화는 주로 그의 이야기다. 크고 시원한 그림과 간결한 문장이 특징적인 이 책은 그림과 글, 기획 등의 분야를 세 사람이 나눠 맡았다. 1인 책임 편집이 아닌 분할 작업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문장의 호흡이 빠르고, 그림은 문장과 함께 보조를 맞추고 거침없이 내달린다. 소년 시절 조훈현의 속기를 재현한 듯한 빠른 속도감에 읽는 재미가 붙는다. 이제 1편이다. 후속편을 통해 바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멋지게 갈무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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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믿음의 힘 -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성취, 뉴욕타임즈베스트셀러 #1
토니 던지 지음, 이기승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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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위에서 어떻게 사는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끄러진 토니 던지는 성상가상으로 간신히 입성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서 마저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프리 시즌'(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 4번의 시범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후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서 다시 뉴욕 자이언츠로 이적 등, 2년 동안 총 3번의 이적이 이어졌다. NFL 선수로서의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한 던지는 선수가 아닌 코치의 삶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 미네소타 바이킹스에서의 코치 생활은 그에겐 축복의 시간과도 같았다. 그곳에서 현 아내를 만났고 수비 코디네이터로서의 명성을 쌓았으며 멘토이자 감독인 데니스 그린으로부터 감독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미네소타에서 톰 램피어 목사를 만난 것이 특별했다.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감독이 된 던지는 코치진과 선수 구성을 완료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모두 슈퍼볼에서 이기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이룰 최종 목표라면 그것은 지극히 소박한 일이다. 우리의 목표는 승리뿐만 아니라 탬파베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선수들을 얻는 데 있다."

 

그것은 그가 스포츠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일관되게 밀고 나간 철학이자 신앙고백이었다. 사람을 얻는 것, 그리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목적대로 살도록 고무하는 것. 그는 그것에 감독직의 초점을 맞추었다. 램피어 목사를 통해 느헤미야의 리더십을 배운 그는 선수들의 부정적인 의식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한다.

 

좋지 않은 형편에서도 이만큼 하고 있다는 자위에서 벗어나 환경이 어려워도 주어진 일은 기필코 성취하고야 만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것은 이미 그가 수 번의 이적을 통해 체험적으로 얻은 삶의 방식이었다. 5연패 등 연이은 패전 속에서도 감사 기도를 거두지 않음으로써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배우도록 노력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100% 헌신하지 않는 선수들, 지고 있는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선수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2007년 슈퍼볼 우승. 그것은 감독직을 하나님께 맡기고 선수들을 위해 헌신한 결과였다.

 

그의 삶은 그가 한 다음의 고백에 집약적으로 농축돼 있다. " 세상을 목적으로 하지 마십시오. 슈퍼볼 챔피언십, 우승반지, 명예, 재산도 그리스도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부드럽지만 강력한 파워로 특징 되는 그의 삶은 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그 믿음대로 산 사람의 체험 그 자체였다. 신인 드래프트 탈릭, 2년 동안 3번의 이적, 감독직 해고 등 순탄치 않은 인생 항로에서도 그는 하나님을 신뢰했다. 하나님이 이루실 일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은 그에게 슈퍼볼 우승은 또 한 번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는 모두가 선망하는 슈퍼볼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가볍게 내려 놓았다. 그리고 슈퍼볼 우승조차도 그리스도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선언으로 그의 믿음을 확고히 입증했다. 그것은 삶의 우선 순위에 하나님을 두고 오직 한 길 하나님이 이루실 목표를 향해 매진해 간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이자 또 다른 형태의 푯대를 향하는 삶의 모범이었다.

 

단기간 믿음의 삶을 살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믿음을 보겠느냐는 그리스도의 음성은 그만큼 신앙의 삶을 사는 데 따르는 고난을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하나님을 신뢰한 한 인간의 삶의 고백이다. 그리고 믿음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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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의 기술
카네스 로드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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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때가 1532년이다. 그로부터 476년 후 현대판 군주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목적 성취에 대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권력 쟁취에 관한 한 우월한 힘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저자가 권력의 핵심에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현실 정치 세계를 세세히 묘파하고 있는 점은 공로로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수고로 그 동안 이 분야의 책들 속에 상존해 있던 현실과 괴리된 이론의 남발 현상이 다소나마 차단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논란마저 식지는 않을 전망이어서 이 책의 독법은 '삐딱한 시선(또는 불편한 심기)'과 '현실 인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독특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식에 의해 값이 나오는 수학과 달리 정치는 피치자와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축적된 집합체여서 변화 양태가 다양할 뿐 아니라 대상에 따라 실제 적용 또한 변화무쌍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일의적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산 백과 사전은 정치를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의 사회적 활동의 총칭'으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정가에서는 그것을 생물에 빗대기도 한다. 학자의 수만큼이나 학제적 정의 또한 많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정치를 정의하려는 사람들 모두 정치가 변화무쌍하다는 데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정치가 현실에 뿌리 박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의 통치를 중심으로 보면 정치역학이 고도로 발휘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은 통치행위를 이유로 법 위의 법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은 일견 입법과 사법의 그것을 훨씬 앞지른다. 따라서 대통령은 과거 정권에서와 같이 강력한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세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대북 특검에서 본 바와 같이 통치행위 또한 법적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학습되고 대통령이 나서서 권력과 권위주의를 허물려는 다양한 실험을 함으로써 성역에 대한 새로운 지평(관념)을 세우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정당한 권위가 훼손되고 합법적인 통치 행위마저 부인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는 보편적인 의미의 통치 행위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지난 대통령이 정당한 통치 행위 조차 상당부분 저항에 직면해야 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우린 보편적인 의미에서 통치행위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서있다. '지나친 권위주의'와 '경박한 권위'의 폐해를 두루 경험한 만큼 통치행위의 역할 모델을 시급히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그 노정에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만 위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라는 책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바람직한 통치 행위의 모델을 세우려면 현실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자 전제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정치를 실현하려는 적극성을 발휘함으로써 끊임없이 정치 이상을 현실의 자리로 가져오려는 노력을 거둬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이 자발적으로 국가적 비전을 향해 질주하는 정치가 가능해 질 것이다.
 
역사를 '이상의 현실화 과정'으로 정의한 노교수의 역사관을 넓은 의미의 정치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정치 이상을 현실화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여파가 국민경제를 더욱 옥죄는 양상과 동서(지역)와 남북(경제)으로 분열된 국민의식의 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에서 우리 정치가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에 매몰되는 건 좋지 않다. 이 시대는 카리스마를 지닌 강력한 군주를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양극화 해소와 지역주의 혁파를 위한 국민통합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책은 통합의 비전을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리더의 역할을 중심으로 읽히고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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