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 -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
패트리샤 아데소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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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직무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켜 존재감을 넓혀 가는 곳, 이름하여 직장이라는 곳입니다. 이 곳에선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일이 많아 힘든 게 아니라 관계가 어려워서 힘들다." 아마 한 두 번쯤 들어본 말일 겁니다. 지금이 저녁 7시경이니까 어느 허름한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 말의 뜻을 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인간관계를 자신하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생각하면 위안이 되겠지만요, 정말 지구인 맞나?, 싶은 상사 또는 동료를 대할 때면 그저 기가 막힌 게 그것 아니겠습니까. 직장인 태반이 아마 그것 때문에 술집을 찾고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는 게 현실일 테니 무슨 뾰족한 수가 없기는 한가 봅니다. 치고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중에 아마도 그게 단연 톱의 자리를 차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가요?

 

제게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 건지 모를 직원이 있습니다. 자기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나서는 건 필수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유난히 큰 목청에 담아 떠벌리고 나선 자기 말이 틀린 것이 밝혀지면 언제 그랬냐 싶게 뒤로 빠지는 전술하며, 가히 특급이라 할 만한 사람입니다. 몇 주전에도 비슷한 일로 망신을 당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는데요. 며칠 전 또 남의 일에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화통 삶은 목소리를 냈는데, 글쎄요. 저와 관련된 일인데요, 역시 아니올시다, 입니다. 지난 번 망신을 거울 삼아 이번만큼은 좀 자숙하기를 바랐는데, 천성인지, 아니면 저자의 말마따나 외계에서 뚝 떨어져 세상 물정 모르는 건지....

 

저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이 책을 통해 설명해 주려는 것 같습니다. 특성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대처법이 나오는 게 당연하겠지요. 각각의 유형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설정하고 특정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는 한데 사실 특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그래서 바둑에서 복기하듯 익히 알고 있는 성격 유형을 되새김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가려운 곳을 긁게 되길 바랐던 독자라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겠습니다.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저자는 행성의 특성에 맞춰 성격 유형과 행동 특성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예를 들면 태양에서 가장 가깝고 공전주기도 88일로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빠른 행성으로 알려진 수성의 이미지를 에너지가 넘치고 매우 활동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한 것이 그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책 뒷표지에 실은 11가지 성격 유형을 단순 인용하면 "태양에서 온 사람들 : 외향형 vs 내향형, 수성의 메신저 : 사고형 vs 행동형, 직장의 금성인들 : 논리형 vs 감정형, 지구에 발을 내딛으며 : 감상형 vs 현실형, 달나라로 간 사람들 : 개방형 vs 신중형, 화성에서 온 동료 : 지배형 vs 순응형, 목성에서 온 사람들 : 낙관형 vs 비관형, 너무도 특별한 토성 : 원칙형 vs 모험형, 천왕성에서 온 상사 : 직설형 vs 외교형, 해왕성식 시너지 효과 : 거시형 vs 세부형, 명왕성의 사람들 : 자기만족형 vs 성취형" 등으로 갈리는데요, 유형을 세분화한 만큼 그 각각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곁들일 예정이라는 것쯤 금세 예측하고도 남을 겁니다.

 

저자는 먼저 외향형과 내향형은 성격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이끌지요. 그런 다음 각 유형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설정하고 특정 상황에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을 이야기체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각 유형의 특징을 다시 복기한 후 외향형끼리 근무할 경우 또는 내향형끼리 근무할 경우의 장단점을 열거합니다. 그런데 일상에선 대부분 각각의 유형들이 섞여 일하고 있으므로 저자는 다시 외향형과 내향형이 함께 일할 때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기술함으로써 보충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외향형(또는 내향형)에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부호를 달아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장을 한 장 정도로 요약하고 마감합니다. 일종의 팁이지요.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요약이 잘 되어 있습니다. 모든 장이 이런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딱 부러지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점인데요. 그건 어떤 면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직장 내외 상황이 원체 유동적이고 다종 다양한 상황들이 얽히고 설킨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상사와 동료에게 이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 또는 이렇게 비치고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하는 것도 좋겠구요. 이런 상사에게는 이런 점을 배려하고 저런 동료에겐 저렇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겠구나, 하는 학습용으로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또는 아하, 이래서 그가 그렇게 행동했구나, 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재미 삼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행동형 특성을 보이는 직원에겐 신체적 활동 요소가 많은 업무를 부여하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한 과업을 주는 한편 사고형 직원에게는 충분히 숙고할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 차별화 함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일종의 상황적응적 전략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를 통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를 위해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태도와 형식으로 책을 읽든 이 책이 직장 내에서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상사와 동료들의 성격유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지침서를 들려주려는 당초의 의도를 50% 정도 성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50%는 직접 부대끼며 해결해야 하겠지요. 그 과정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들이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겠습니다. 이 책이 직원을 부리는 효과적인 전술이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내 것을 확실하게 챙기는 수단을 넘어 상사와 동료, 또는 직원과 소통하고 그들을 확실하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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