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대화하라 - 통하려면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박희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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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사람을 빗대 '말 많은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 없다'고 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이런 사람 많다. 말은 거침없고 수사 또한 화려하기 그지없는데, 다 듣고 나면 실속없는 잔치를 벌여 놓은 듯 어수선하다. 소통은 멀고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하는 그 자리에 쌍방이 깊이 교감하는 대화가 끼여들 여지가 없는 게 당연하다.

 

대화 전문가이자 컨설턴트로 이름이 높은 저자는 『통!하려면 똑똑하게 대화하라』에서 대화를 나누기 앞서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피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적당한 때가 언제인지 주시할 뿐 아니라 심지어 태도와 의상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대화는 소통을 전제로 한다. 또한 2인 이상의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언급한 사람의 예는 그가 대화라는 마당에 참여는 했을 망정 그가 한 말을 대화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화란 2인 이상이 소통을 전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화가 친밀감과 공감만을 형성하는 건 아니다, 때론 긴장과 충돌이 있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마도 그 때가 효과적인 대화법의 필요성이 두드러지는 때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기 위해 화자가 갖추어야 할 전략을 41가지로 나눠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런 책의 내용이란 대부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라 식상할만하지만 그렇다고 새겨들을 만한 구석마저 없는 건 아니니 편견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무튼 저자가 든 41가지 대화 전략은 그렇게만 하면 언제든 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쾌하게 전달하고 호방하게 웃어줄 수 있는 전략으로 가득 차있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적어도 그렇게 할 수 있기에 적당한 상대와 장소가 워낙 유동적이라 이 전략을 일대일 대응하는 식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도드라져 보인다.

 

환경이 변화무쌍 하다면 기업 환경 또한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기업 내외에서 수시로 부딪히는 다양한 인간군상들 사이에서 목적한 바를 대화를 통해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책은 읽기만 하면 승기를 쥐는 무슨, 무슨 비기(秘記)식으로 읽혀서는 곤란할 것이다.

 

오히려 상대방이라는 대화의 전제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그가 처한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로 읽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야 비로소 '단순하게 말하고, 경계를 분명히 하고, 비평하는' 대화 기술이 유용하게 작동할 것이다. 원제에 담긴 말의 의미가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정한 말'(smart talk)이야 말로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이다.

 

대화란 소통임을 잊지 않는다면 단정한 말과 태도가 주는 호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대화를 자기 주장의 관철이나 이익 획득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허황된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우선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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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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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촉망받는 화가에게 닥친 불의의 일격. 그것은 한 평론가의 비평에서 비롯했다.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잇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그 비평이 실린 날부터 자신의 그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여류 화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깊이 있는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던 그녀는 마침내 그림 그리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만다. 과연 깊이 있는 그림이란 무엇일까? 죽음에 이르는 순간에도 그는 그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비평가의 평론이 신문에 실린다.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인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평론가가 무슨 말을 한 건가? 그가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뱉은 말은 그녀와 그녀의 작품을 평론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만 같을 뿐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평론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평론이란 본디 비판을 내장하고 있는 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혹여 우쭐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이가 없다는 사족을 붙였을 뿐, 맥락적으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절대적인 상찬이라고 우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옳지 못하다. 평론이 그렇듯 엄밀한 기준없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평가를 낼만큼 맹목적이냐 하는 것도 문제다. 그것은 평론가의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하자와 연결된다. 더군다나 그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평론의 상대자가 죽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지나치게 깊이를 강요했다고 평하고 있다. 그는 그의 첫 평론 이후 그녀가 어떤 고뇌 속에 살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배설하고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을 별 뜻 없이'.

 

그녀의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 평론가의 말을 주워 섬긴 그들도 넓은 의미에서 그녀의 죽음을 방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마도 그들은 평론을 보고 다시 수군거릴 것이다. "그 화가 말이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품에 몰입했대. 그래서 죽은 거야. 쯧쯧."


평론가와 주변 인물들은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그녀는 뭐란 말인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강제한 그들을 우린 우리가 속한 직장이나 학교 등과 같은 작은 사회와 그보다 큰 범주의 사회에서 자주 목격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바꾸고, 그런 사실이 들통나도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뭐 다 그런 거지' 하며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들이야말로 사신(死神)이 잡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깊이 없는 사람들이 깊이 운운하는 가치 전도의 사회에 이 작품이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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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로자베스 모스 캔터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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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영 컨설턴트로선 이례적인 책이 세상에 나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낸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로자베스 모스 캔터가 썼다. 조직의 성과와 관련해서 각종 자료 수집과 연구를 다년간 진행해온 저자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을 운영하고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는 구성원의 자신감이 성과를 내는 주요변수임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런 연구 결과는 세계 각지의 리더와 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과 각종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뒷받침됐다. 그 과정에서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이 이 책의 주요 구성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감이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신감은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임과 동시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에 대해 타인이 갖게 되는 긍정적인 인상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조직은 인적·물적 자원의 집합체다. 물적 자원은 생산소요량 측정 등과 같은 기법을 통해 수급을 조절할 수 있다. 인적자원도 물적 자원의 수급 계획처럼 일정 계획에 의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의심할 여지없이 훌륭한 물적 자원과 인적자원을 갖추면 기업이 탁월한 경영성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유아적인 발상이다.

 

인적자원은 감정을 지닌 이성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인적자원의 특성을 감안하여 구성원이 고도의 성과를 내도록 고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방책으로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의 성과급 지급 또는 보다 높은 지위 부여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게 인지되고 자신이 낸 성과를 조직이 인정해 줄 때 자신감은 크게 증폭된다. 그리고 증폭된 자신감이 보다 높은 성과를 지향하는 추진체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 또한 명백하다.

 

자신감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만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성원의 자신감이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것이다, 저자가 주목한 부분이 이것이다. 조직 내 구성원의 자신감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성취와 진보에 한정되지 않았다. 수많은 인사와 리더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저자 또한 그 점을 분명히 캐치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자신감이 넘쳤을 때 보이는 반응을 조직 성과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자신감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수긍이 간다.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 즉 칭찬과 보다 수준 높은 임무의 부여, 또는 승진과 같은 보상이 주어질 때 수혜자는 조직 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일은 줄이고 아이디어를 직무에 반영하는 한편 업무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위해 편람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다. 이 부분은 조직이 강제한 것이 아니다. 자신감이 넘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참여이자 조직 차원에서 기대하지 못한 긍정적인 반응이다.

 

더욱이 개인의 이와 같은 사고 및 업무 패턴의 변화는 전체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평소해 왔던 고민 중의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다. 어떻게 조직 구성원의 자발성을 끌어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숙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부분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방책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도 속 시원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구성원이 그 시스템을 수용하지 않는 한 쓸모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성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큼 자발성을 끌어내는 특효약은 없다. 물질적인 보상은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 반면 한 번 불어넣어 준 자신감은 장기간 개인과 조직 전체에 성장과 발전이라는 과실을 물어다 준다. 이 책의 연구 성과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개인과 조직의 이상이 여러가지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활로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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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매니지먼트 - 인간경영.감성경영을 넘어서는 21C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제임스 오트리 지음, 권상술 옮김 / 열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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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고객감동이니 고객만족이니 하는 문구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런 용어가 경영기법 또는 마케팅 차원에서 사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거 경영 기법의 주류는 단연 계량적 수치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명령-통제 위에 기초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업은 명령과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각 부문은 규격화된 부품이라는 특성을 가졌다. 기업의 성장은 각 부문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기업이 목적하는 바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말이 유기적이지 실상은 꽉 짜여진 틀 안에서 제 기능만 수행하는 기계에 가까웠다. 이런 체제 아래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조직을 움직이는 구성원이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어서 충성도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자발성과 창발성의 고양이 요구되는 시대, 곧 컨슈머리즘이 지배하는 기업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기업은 서둘러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요자 중심의 시장은 결과적으로 고객 중심으로의 재편을 의미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어느 기업이 앞서 캐치하느냐가 중요해진 시장 환경에서 바로 그 부분을 담당하는 직원의 존재는 과거와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고객만족에 앞서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자사 생산 제품의 타깃으로 설정한 특정 고객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낮기 마련이다.

 

구성원들이 소속 기업에 대해 높은 충성도와 자긍심을 가질 때 같은 크기로 제품에 대한 자긍심이 도드라질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할 또는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질적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 또한 많기 마련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부분도 그런 것이다.

 

책을 쓴 제임스 A. 오트리는 기업 CEO로서 자신이 겪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지면에 옮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경영자가 구성원을 어떤 방식과 철학으로 대하고 배치와 재배치에 신경을 쓰는지 총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실제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사례들은 경영자나 관리자, 또는 직원이 자신이 이름을 등장인물과 바꿔치기하고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직접적이다. 그만큼 실제적이라는 얘기다.

 

기업 내부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충돌과 연합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24시간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사회인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저자는 사랑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말이 어색하면 보살핌으로 바꿔도 좋다는 말을 잊지 않을 만큼 저자가 그 사랑이라는 용어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이 아무리 비인격적 존재라고 해도 그 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인격적인 존재인한 무생물체를 대하듯이 구성원을 다룰 수는 없는 법이다. 구성원들의 불만요소와 만족요소를 구별해 전자는 최소화하고 후자는 극대화하는 적극적인 대응방식을 통해 기업은 구성원들의 충성도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구성원들은 기업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하려고 힘쓸 것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이 기업에 보일 충성도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선순환 고리의 중심에 바로 인간경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살피는 경영이 바른 경영'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비록 사랑이나 보살핌이라는 용어가 추상적인 수준에서 머물지라도 그런 가치를 기업 가치로 채택하고 구성원과 고객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기업이 여타 기업과 다른 유·무형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엔 수긍하실 것이다. 이 책이 기업 경영에 인간의 얼굴을 한 경영 기법을 도입하려는 경영자나 관리자에게 두루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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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최고의 축복 3장16절
맥스 루케이도 지음 / 두란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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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한복음 3장 16절)

 

저자는 예수님이 니고데모와 대화 중에 말씀하신 위 구절을 4부분으로 분절한 후 특유의 감각적인 필치로 그 각각의 부분들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와 너비를 실타래 풀듯이 섬세하게 풀어헤친다. 그 솜씨야 익히 알려진 바라 그와 주변 사람들이 겪은 각양 실화가 말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듯하다가도 말씀이 그 실제를 파고들어 견고한 토대를 이루고 있는 글맛을 보는 건 여전하다.

 

본말이 전도된 글이 난무하는 출판시장에서 그가 구사하는 통칭 예화는 그 자체가 글 전체를 주도함으로써 주제의식이 탈색되는 오류를 허용하지 않아 좋다. 그의 글의 힘은 명확한 주제의식과 그 주제를 다루는 열정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딱딱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크리스천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맛깔스런 빚어낸 루케이도표 예화는 두루 정평이 나있다. 우선 이해가 쉽고 친밀하게 다가온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책 또한 그런 특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그가 풀어내고자 한 성경 말씀을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를 다룬 제1장, 「사랑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He loves)」, '독생자를 주셨으니'를 다룬 제2장, 「사랑하는 만큼 헌신한다(He gave)」,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를 다룬 제3장, 「믿는 만큼 전도한다(We believe)」,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를 다룬 제4장, 「내 생애 최고의 축복(We live)」이 그것이다.

 

이렇게 구절을 나누면 독자들은 짧은 구절에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열독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전체를 조망할 때 놓치기 쉬운 세밀함을 얻을 수 있다. 세밀한 터치의 펜화가 주는 정교함 같은 정서가 도드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정교함이 전체적인 윤곽과 부딪힘 없이 조응할 때 오는 꽉찬 느낌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구심력과 원심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주제의식을 빛나게 관철하는 결정을 이 책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절을 저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묵상하고 연구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대상을 비기독교인 또는 초보 기독교인으로 한정함으로써 대상자가 이해하기 쉬운 어휘를 끌어와 구어체 문장을 구미에 맞게 구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그를 이 분야에 있어서 그 동안 쌓아온 견고한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전체적인 구성은 우선 독자의 호기심을 돋우기 이해 간단한 예화를 꺼내는 것을 시작으로 그 예화가 자연스럽게 말씀을 관통하도록 이끈 후 말씀이 어떻게 그 예화 속에 자리하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저자가 드러내려는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셨다는 한마디말로부터 시작함으로써 하나님의 성품과 하나님의 마음을 단도직입적으로 쏟아놓는다. 하나님의 사랑은 헌신적인 사람의 사랑과 견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온전치 않다. 사람 사이의 사랑이란 불가피하게 원하는 바가 성취되지 않을 때 서운함 감정이 동반되는 불완전한 사랑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은 자신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구애하는 사랑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 사랑은 이미 창세기에 그가 사람을 흙으로 빚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소감을 표현한 데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먼저 사랑한 사람을 사람이 배반하였다 하여 버릴 수 없었다. 마치 호세아 선지자가 창녀 같은 아내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한 것과 비견된다. 사람은 자신이 지은 배반의 죄에 대한 대가를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죄를 씌우지 않았다.

 

그러나 죄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 죄를 사람이 치를 수 없었으므로 당신의 하나 뿐인 아들을 통해 죄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정하셨다. 그리고 주저없이 실행하셨다. 왜인가? 너무도 사람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좋은 동산에 두시기를 기뻐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이 또한 그가 가장 사랑하는 독생자를 내줄 정도까지 이르렀다면 이보다 나은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내 생애 최고의 축복'이라는 부제를 이 책이 단 이유는 거기서 비롯한다. 배반한 나에게 부어진 하나님의 사랑은 내 편에선 그저 놀라운 축복일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세 번째, 주제가 세포분열을 거듭하여 독자 스스로 주제 밖의 것들을 깊이 성찰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개인적인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여백을 충분히 주었다. 한 장 속에 있는 각각의 패러그래프를 읽고 난 후 밀려드는 되새김이 예사롭지 않다는 면에서 보면 여백은 대부분 행간을 통해 반영되고 있는 듯 보인다. 행간은 저자가 예시한 예화와 유사한 개인 체험에 한정하지 않고 그 예화가 파생한 또 다른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된다. 그래서 아, 하나님의 사랑이 이런 것이었는데, 그 때 내 판단이 얼마나 섣불렀던 것이냐 하는 수치심마저 인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하나님의 사랑 안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고 그 수치심을 내려놓는다. 하나님은 그런 내 잘못마저 전혀 기억하고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주제를 다룬 책의 효용이 그 주제의 테두리 내에서만 존재한다면 그 책은 고전으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 시대와 세대를 건너 끊임없이 유통되는 고전은 현대와 시대상은 달라도 그 시대상 안에 드러난 보편타당한 현실에 대한 공감으로 인해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말씀의 힘과 말씀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장기간의 연구를 마다하지 않은 작가정신에 빚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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