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스마일 - 바쁜 직장인의 몸을 웃게 만드는 직장인 처방전
정이안 지음 / 해빗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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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건강해야 일을 하고 건강해야 꿈도 펼칠 수 있으니 모름지기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들어 웰빙과 자연친화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는걸 보면 그 같은 바람이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이 수년 전에 이미 백세 사회를 주창하며 의학과 건축, 노동 등 관련 분야 전반을 새롭게 구조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또한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개인을 향한 이상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기대 수명이 79세로 WHO 회원국 198개 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여자의 평균 기대 수명은 82세, 남자는 72세였다. 1948년에 평균 기대 수명이 46.8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하몬드라는 그의 저서 〈2030년의 삶〉에서 인간의 기대수명이 130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설로는 120세 정도라지만 어느 것이 됐든 그 정도 수명이라면 대단한 나이다. 이쯤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 바탕이 되는 첫째 요소는 단연 건강이다.




오죽했으면 ‘돈이나 명예를 잃는 것은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다 있을 정도일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실제 무지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몸에 이상 반응이 있으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또 그와 같이 처방하는 것이 고작인 것 같다. 요즘이야 큰 병, 작은 병 가리지 않고 병원을 찾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수년 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약학적 지식없이 일반인이 특정 약을 요구하는 행태의 위험성을 지적한 후 증상을 설명하지 않고 약사에게 어떤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빈도수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지만 크게 달라졌다는 판단은 섣부를지 모른다. 여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바쁜 일상을 핑계로 병원 처방전 없이 약국에 들러 생각해 놓은 약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인의 경우 아프다고 마냥 눈치 없이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쉬운 대로 약국 약으로 치료를 대신하는 게 보편적이다. 수일 내에 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큰 병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외에 생각으로 병을 키우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확한 의학 지식 없이 큰 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몸을 움츠릴 경우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병원에 갈 형편도 안 되고 그렇다고 큰 병이 될지 모르는데 마냥 방치할 수만 없는 경우에 절실히 필요한 게 ‘곁에 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지침서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저자 또한 그 점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이미 다년간의 임상 경험과 방송출현, 집필활동 등으로 대중의 필요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린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썼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반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았을지 모를 병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을 몰아내고 어쭙잖은 반쪽자리 의학 지식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가 이 책을 시중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인이 앓고 있거나 앓을 개연성이 높은 질병군을 모아 질병의 증상과 발병 원인, 그리고 처방에 이르기까지 여성적인 시각으로 섬세하게 적어 놓았다. 아울러 전문의학 용어는 가급적 피하고 평이하게 서술해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 또한 갖추고 있다. 따라서 어떤 독자라도 이 책에 관한 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무엇보다 소프트한 내용 못지않게 부드럽게 다가오는 의학 상식은 질병에 대한 근거 없는 걱정을 불식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각각의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사항은 관련 서적을 탐독한다든지 직접 병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일종의 상비약처럼 사용하면 좋을 듯싶다. 가정용 구급함 안에 세상의 모든 약이 들어있지 않듯이 이 책 또한 세상에 퍼진 질병 전부를 담아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질병을 심도 있게 살피지도 않았다. 이런 한계는 저자가 이미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을 막연한 두려움이나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진 일반인들을 위해 쓰였다는 점에 돌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장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가 진단 항목을 일일이 체크함으로써 현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설혹 진단표에 기재된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 질병의 원인이 충분히 요약 정리되어 있고 병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의약처방 등이 망라되어 있어 불안감을 상당부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질병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대응책은 실전에 써 먹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리 훌륭한 비책이라도 현실적응력이 떨어지면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반대급부적으로 전문적인 이론으로 무장한 여타 의학 서적이 갖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콤팩트한 장정도 의학 서적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난해한 성격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라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작은 판형이 주는 가벼움이 이 책에 보다 자주 손이 가게 하는 데 적절히 작용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곁에 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지침서는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전문적인 의학서적과, 또한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사이비처방책들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면서 그 둘의 중간에 속한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선택은 시의적절하다. 이 책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해서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필두로 기름기 뺀 의학서적의 연속적인 출간을 기대한다.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간 사람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하는 일반적인 성정은 그와 같은 책에 대한 선호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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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리더 쿠빌라이 칸 - 칭기스칸의 손자, 사상 첫 세계제국을 만들다
김종래 지음 / 꿈엔들(꿈&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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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일수록 결단이 빨라야한다. 멈칫하는 순간 돌파구는 멀어지고 그만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추종자들과 리더를 둔 조직의 경우, 리더는 신속한 판단력과 발 빠른 결단으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결단은 누구나 주저하는 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공멸에 빠지기도 하고, 공멸은 아니더라도 뼈아픈 실책의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자가 물러나야 하는 일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 위험을 감내하는 리더야말로 추종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위기의 시대에 특히 그런 리더의 탄생을 고대하는데, 그것은 과거와 달리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정보의 습득차가 별로 나지 않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과거와 같이 리더가 중요정보를 먼저 알고 그것을 추종자들에게 알려준 후 리더가 방향제시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리더와 거의 같은 시기에 정보를 취득한 추종자들은 그 정보를 가지고 가능한 의사결정의 수를 마련한다. 그리고 리더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지켜본다. ‘온당한 리더라면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잠정적인 답안도 가지고 있다. 이런 때 리더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할까?




우선 과감해야한다. 어떤 결정이든 위험은 따르기 마련이다. 쉽게 고를 수 없는 상황에서 추종자들의 눈이 리더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리더가 머뭇거린다는 인상을 주면...? 추종자의 리더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기 쉽다. 리더에게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어떤 결정이든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에 대한 응답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수준의 응답이라면 빠를수록 좋다. 그만큼 신뢰가 더욱 높아지고 조직의 결속력 또한 크게 신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CEO 칭기스칸〉으로 유명세를 탄 김종래의 서적 제목과 같이 ‘결단의 리더 쿠빌라이 칸’이 그런 리더다. 칭기스칸이 이루지 못한 원대한 제국의 꿈을 현실화한 인물, 정치력과 국제 감각을 두루 갖춘 경영자, 동양에서 최초로 발원한 세계제국의 창시자 등 그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많다. 하지만 저자가 관찰한 쿠빌라이 칸은 그런 ‘간판’을 뛰어넘는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결과론적인 타이틀이다. 그런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가 고투한 정신을 촘촘히 추적하는 데 목적을 둔 저자가 이 책을 여느 책과 같이 연대기적으로 풀지 않은 것이 사려 깊다.




연대기적 서술은 일정한 시대적 흐름을 타기 마련이라 흥미를 자아낸다. 하지만 저자가 주인공을 통해 조명하려는 핵심사항을 강한 어조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버리면 저자가 주장하려는 바를 주인공의 특정 자질을 빗대 핵심적으로 전달하기가 용이하다. 그와 같은 의도를 담아 저자는 이 책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눴다.




제1장, ‘말 위에서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천하를 통치할 수는 없다.’, 제2장, ‘꿈을 잃어버린 신바람의 땅’, 제3장, ‘오늘은 어제의 끝이자 내일의 시작이다.’, 제4장, ‘매 초마다 지구 단위로 생각하라.’, 제5장, ‘세계를 뒤흔든 대원제국 쇼크’가 그것들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끈 대목은 지구 단위로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였다. 경제위기를 예로 드는 게 좋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순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일은 이제 화젯거리도 아니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정보와 자본과 물건의 유통이 매초 단위로 이뤄지는 초고속의 세계 속에서 그것들을 다루는 사람의 선택이 어떠해야하는지는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분초를 다투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금’인 시대가 아니라 ‘매 초가 달러’인 시대인 것이다.




국경 없는 경제의 시대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찻잔 속 태풍과 같은 일국 단위의 위기와 해법은 의미 없게 되었다. 선택을 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없이 남의 나라의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대의 징후를 우린 지난 경제 위기에서 여실히 보았다.




이제 지역단위, 또는 국가 단위의 사고로는 어림없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의 선구를 저자가 쿠빌라이 칸에게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게 쿠빌라이 칸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하는’ 전형적인 리더였다.




십수 년 전 아이엠에프 위기를 맞아 황망한 세월을 보내던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목적에 〈CEO 칭기스칸〉을 집필했다는 저자가 오늘 또 다시 몽골의 후예를 거론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가 리더의 부재 속에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가 어떤 리더를 요구하는지 살피라는 것이다.




물론 자질 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영웅주의 사관의 영향으로 시대를 바꾸는 영웅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지만 엄밀히 말하면 리더가 추종자들과 연합할 때 나타나는 강력한 효과가 근원적인 힘이 되어 세상을 바꾼다는 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리더의 모습을 쿠빌라이 칸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조금 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렵고 힘겨운 시대다. 대륙을 호령한 리더를 읽고 웅혼한 기운을 북돋을 일이다. 깊은 산이라고 길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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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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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존경 받는 이유는 한 분야에 전력투구한 데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다종다양한 물건이 튀어나오는 문명 속에서 마음에 둔 한가지만을 줄곧 좇는 일이 보기보다 쉽지 않다는 것쯤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몰두하다 자칫 실패하기라도 하면 지나치게 난감하고 두루 알아야 대접받는 시대상에 비춰 그 한 가지에 전심을 다하는 건 고루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사회적 시선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지요. 어느 누구나 이 땅에 태어난 한 사회적 인간이 아닐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내 생각만 고집할 수 없고, 내 주장만 옳다고 내세울 수 없는 이치이고 보면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은 ‘남 보기에’ 집착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시선이 두려운 거지요. 그래서 그런 저런 시선을 뿌리치고 자기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는 이가 있다면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주는 게 마땅한데, 주위와 섞이지 못한다고 손가락질부터 하는 게 세상 이치가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어떤 이를 차별적으로 보는 한 우리 사회에서 장인을 키우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게 될 것입니다.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그런 인정 속에서 경쟁하며 성장하는 사회를 전 이 책(〈기적의 사과〉)의 주인공을 통해 그려봅니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1949년 아오모리 현 이와키마치에서 대대로 사과재배를 해온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고교졸업 후 취직한 직장을 1년 만에 때려치우고 귀향한 그는 1978년부터 사과재배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생명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읽고 기존 농법에 대변화를 이룹니다. 농약과 비료 없이 오로지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농법에 대한 이상을 농토에 쏟아 붓기 시작한 그는 9년의 혹독한 시련을 대가로 치릅니다. 그 후에 비로소 “우리가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과일이 여기 있다! 혀끝을 유혹하는 강렬한 단맛과 신맛, ‘나무 열매’의 생생한 풍미와 신선한 과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야생의 맛이었다”는 찬사를 듣습니다.



 

그에게 닥친 고난과 그가 이룬 성취를 고작 예닐곱 줄에 모두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의 삶은 행간이 더욱 웅변적입니다. 삶의 기록이 담지 못한 농밀한 감동의 세계를 그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농법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근․현대농법은 막대한 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반자연적인 농법입니다. 오로지 생산물의 극대화만을 위해 기획된 근․현대농법으로는 필연적으로 결과한 지력의 쇠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고혈을 짜내듯 쇠락한 땅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피한방울마저 요구하는 형국으로까지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약품을 줘서 꺾꽂이 꽃을 조금 더 관상하려는 의지와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자연농법은 정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때에 맞춰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리고 뜨겁고 서늘한 햇빛을 고루 비추는 자연의 힘에 의존해 땅과 더불어 생명을 키워가는 농법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자연에 가한 위해를 거두는 농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기무라 아키노리와 같은 대가를 필요로 하는 농법입니다. 기무라 아키노리가 치른 9년여의 고통은 ‘심은 대로 거두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우리 모두에 대한 형벌로 봄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자연에 기댈 수 있는 건 마찬가지로 심은 대로 거두는 법칙 때문입니다. 좋은 것으로 심으면 좋은 것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을 기무라 아키노리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자연에서 일궈낸 값진 이름입니다. 그와 같은 이가 우리 땅에도 나와 주길 기대합니다. 농산물 뿐 아니라 공산물에서도 자연의 의미를 돌아보는 신문명인이 태동할 날을 고대하는 건 자연을 거부하고는 어느 누구도 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자각 때문입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맛의 세계는 기무라 아키노리 일궈낸 ‘전과 다른’ 사과 맛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과 보다 동질적이 될 때 거둘 것이 많다는 사실을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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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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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남자의 세계를 그린 소설이나 수필은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주먹의 세계'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정도입니다. 성공적인 직장생활 안내서를 그 범주에 둔다면 많기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엄밀한 의미에서 남성의 세계를 다뤘다고는 볼 수 없지요. 이 책을 대하면서 언뜻 이런 류의 책들이 있었나 싶어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떠오르는 책들이 별반 없더군요. 심리학과 의학 서적 중에 몇 권이 나온 걸 본 기억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처럼 또 다른 절반을 이루고 있는 남성을 소재로 한 책이 손꼽을 정도로 적은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남성에 관한 한 그 확고한 이미지가 오히려 관련 책의 출간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 건 아닌지 따져보았습니다. 가장과 직장인, 그리고 장남 등 시시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남성은 그 이름만큼이나 사회적으로 또한 가정적으로 기대가 있습니다. 그것을 사회학적으로는 강요된 기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수년 전 읽은 책(엠마뉴엘 레이노의 〈강요된 침묵-억압과 폭력의 남성 지배문화〉)은 남성성의 이름으로 여성에게 자행되는 범죄를 진단하고 가부장제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남성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기도 합니다. 양자의 입장을 옹호와 비판으로 확연히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남성성에 관한 시각은 전자와 같이 남성이 사회적으로 떠 안은 과중한 위치에 대한 부담 측면에서 남성성을 바라보는 측과 후자처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남성을 여성에 대한 억압 기제로 보고 남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역설하는 측으로 2대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남성에 대한 인식은 극단과 극단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랜 세월 남성 지배문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머물렀던 여성에게 남성성은 필연적인 극복대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근대 이후 남성 지배 문화의 역사성에 눈뜬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이 그 점을 역설하기 시작했고 그것에 관한 다양한 논의와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대에선 오히려 역차별이 운위될 정도로 여성 우월적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물론 연한으로 따지면 여성 차별의 기간이 남성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 있어서는 별달리 이론이 없습니다.

 

동서가 있고 좌우가 있듯이 남성과 여성은 서로 어느 한 점에 위치해 있으면서 상호 교류하고 보완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여성해방 또는 남성해방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인간해방이라는 포괄적인 용어가 사용되는 이유도 그런 남성과 여성의 독특한 위치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어느 한쪽을 억누르고는 바람직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인식의 공유가 강요된 선택 또는 강요된 침묵 속에 들이밀어진 관계가 아닌 소통과 상호작용이 자유로운 관계에 대한 열망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남성의 이야기로 이뤄져있습니다. 그렇다고 억압과 폭력에서 떠올려지는 '강한 남성'의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좌절하고 연민에 빠져 눈물짓고 아내에게 매맞는 남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남성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성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한 남성과 여성의 관계 변화와 맥락적으로 연결되겠지요.

 

이제 남성은 과거와 같이 지배문화의 창설자 또는 전파자가 아닙니다. 가정과 사회 내에서 고뇌하고 분투하는 존재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찾아 이곳저곳, 특히 여성 곁을 기웃거리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과거 한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온 남성과 여성을 대하는 이분법적 태도의 맹점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어느 한쪽을 행해 그의 입장에서 그의 위치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은 데 있지 않겠습니까? 적대적 시각으로는 애당초 관용과 수용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그곳에서는 대립과 반복이 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세상의 절반인 남성과 여성은 극단적으로 대치하며 서로를 향해 비수를 꽂게 되겠지요. 그것의 위험성을 본 것일 겁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향해 솔직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강요된 이미지가 아니라 오늘 사회적으로 드러난 본연의 이미지를 날것으로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습니다. 그럴 때 서로 새로운 관계설정이 자유로울 것입니다. 미래 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설정이라는 비전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만큼 설레는 게 또 있을까요? 이 책이 그 도정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책을 통해'현대 남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 편의 이야기는 각각 집필자가 한 명의 중복도 없이 평범하거나 비범한 남성들이 썼습니다. 각각의 이야기 말미에 저자가 간단하게 코멘트를 달았을 뿐입니다. 그것도 약력이나 출처를 밝힌 정도이니 집필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 책과 쌍벽을 이루는 전작,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을 통해 세계 각계 각층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스티브 비덜프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가족문제와 부모 역할에 관한 문제를 다뤄온 심리학자이자 남성에 관한 총체적인 시각을 자랑하는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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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명쾌함으로 승부하라
잭 트라우트 지음, 김명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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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을 전공하던 학창시절에 투자론과 마케팅론을 두고 저울질 하던 기억이 새롭다. 투자론은 분석적 사고를 즐겼던 터라 내심 계속 학교에 남는다면 전공으로 삼고 싶은 학문이었고, 마케팅론은 갓 부임한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매료된 탓에 그 둘을 놓고 때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학교를 나와 선교단체와 이후 직장을 얻으면서 당시 고민이 쓸모없는 일로 바뀌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행복한 저울질이었다. 이 책, 〈마케팅, 명쾌함으로 승부하라 〉가 그 때의 기억을 끌어내고 보니 새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당시 마케팅을 원서로 공부한 난 그 분야의 대가로 명성이 자자한 필립 코틀러의 이름을 주워섬기고 있었다. 교수의 설명이 세밀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 마케팅론은 코틀러의 저작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충분히 상쇄되고 남았다. 이 책에서 저자 또한 코틀러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그의 위상에 경의를 표한다.




교수는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는 말을 시작으로 마케팅의 본질과 과정, 그리고 기업과 사회적 영향력을 세밀하게 추적해갔다. 각종 매체에 널린 마케팅 기법과 매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 전략을 통해 마케팅에 알게 모르게 젖어온 학생, 큰 범주에서 도시민의 생활에 마케팅은 손에 잡히는 학문처럼 보였다. 강의 내용과 현실을 적절히 연결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는 마케팅론에 빠져들게 만든 주요인이었다. 많은 수의 학생이 이 수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아마도 그중 상당수가 마케팅을 전공으로 삼아 학교에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학생들이 마케팅에서 받은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인상과 달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그 제품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 마케팅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은 전쟁으로 기록된다. 아무리 기능과 디자인이 훌륭한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 그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적합성, 그것은 소비자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에 얼마만큼 소구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고 앞서 말한 대로 기능과 디자인이 좋으면 다 되는 것일까?




미국 마케팅 협회(AMA)는 마케팅을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하여 아이디어, 재화 그리고 서비스의 개발, 가격결정, 판매촉진, 유통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the process of planning and executing the conception, pricing, promotion and distribution of ideas, goods and services to create exchanges that satisfy individual and organizational objectives)"이라고 정의했다. 코틀러는 그것을 '교환과정을 통하여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인간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의 정의를 종합하면 마케팅은 광범위한 기업 활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제품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마케팅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사실 소비자는 제품 자체를 구입하는 외에 제품이 지닌 사회적인 지위를 아울러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으로 제품이 지닌 함의를 만들어가는 데 몰두하게 된다.




제품의 이미지를 계획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은 다분히 실험적이다. 물론 이미 사회적으로 각인된 이미지를 제품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 대부분임에 틀림없다. 결국 후자의 경우 소비자의 뇌리에 기업의 제품을 얼마만큼 강하게 자리 잡게 하느냐의 문제는 제품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은 명확한 이미지의 창출과 전달로 특징될 수 있을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는 휘발성이 높아 소비자의 뇌리에 오래 남지 못한다.




하루에 수십만 가지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제품명을 전달하는 일마저 용이하지 않은 마당에 제품을 시장에서 생존케 하는 과정이 쉬울 리 없다. 대충하면 대충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각 기업들이 마케팅을 명쾌함이라는 효과적인 전략에 근거하지 않고 ‘알아주겠지’, ‘이 정도 광고면 충분하겠지’, ‘제품이 좋으면 됐지’하는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대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마케터들은 온갖 마케팅 이론에 둘러 쌓여있다. 식스 시그마, 롱테일, 리마커블, 블루 오션 전략, 포스트모던 마케팅, 감각 마케팅, 입소문 마케팅, 블로그 마케팅, 심리 마케팅, 신경과학 마케팅 등 그 이름도 다양한 마케팅 이론들은 그 수만큼이나 마케터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여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창의성이 발휘되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마케터들은 '뭔가 새로운 것', '과거와 다른 어떤 것'에 경도 되기 쉽다. 창의성에 대한 강박이 심화되면 '그것만이 살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기 쉽다. 마케팅의 원칙으로 신봉되어온 차별화와 단순화는 그런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단기적으로 새로운 것에 매료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 지닌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제품을 소구하는 데 적절한 장치는 단연 '명쾌함'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나가 저자는 마케팅의 성패가 다른 어떤 것보다 '명쾌한가, 명쾌하지 않은가'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단언한다.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해도 소비자에게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그의 생각은 마케팅 기법의 실험과 쟁투의 장 양상을 보이는 우리 현실에서 크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새 바람을 몰고 온 입소문 마케팅과 불로그 마케팅이 요즘 들어 주춤하고 있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그와 같은 마케팅이 소비자의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각각의 마케팅 기법들은 일정 부분 시장에서 통하는 기법으로 애호되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기법의 개발과 유지가 그 기법이 지닌 탁월함에 있기보다 그 기법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명쾌함에 빚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달리 보면 수없이 많은 수의 마케팅 기법들은 그 수만큼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결과의 반증일 수 있다. 마케팅 기법이 지닌 효과성의 한계와 성공 스토리의 실제 요소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법 자체에 빠져들수록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입소문 마케팅의 허상을 지적한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이유다.

 

명쾌함을 해치는 요인들을 솎아낸 후 그것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꼼꼼히 찾아낸 저자는 명쾌함을 끌어내는 6가지 법칙을 통해 현실 마케팅에 직접 활용이 가능한 아이디어 구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마케터 뿐만 아니라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에게 두루 참고가 될만하다. 모쪼록 이 책이 기법을 찾는 데 골몰하는 이상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효과적인 마케팅의 본질적 측면에 귀기울이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교과서로 손색이 거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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