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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리더 쿠빌라이 칸 - 칭기스칸의 손자, 사상 첫 세계제국을 만들다
김종래 지음 / 꿈엔들(꿈&들) / 2009년 7월
평점 :
위기의 시대일수록 결단이 빨라야한다. 멈칫하는 순간 돌파구는 멀어지고 그만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추종자들과 리더를 둔 조직의 경우, 리더는 신속한 판단력과 발 빠른 결단으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결단은 누구나 주저하는 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공멸에 빠지기도 하고, 공멸은 아니더라도 뼈아픈 실책의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자가 물러나야 하는 일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 위험을 감내하는 리더야말로 추종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위기의 시대에 특히 그런 리더의 탄생을 고대하는데, 그것은 과거와 달리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정보의 습득차가 별로 나지 않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과거와 같이 리더가 중요정보를 먼저 알고 그것을 추종자들에게 알려준 후 리더가 방향제시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리더와 거의 같은 시기에 정보를 취득한 추종자들은 그 정보를 가지고 가능한 의사결정의 수를 마련한다. 그리고 리더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지켜본다. ‘온당한 리더라면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잠정적인 답안도 가지고 있다. 이런 때 리더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할까?
우선 과감해야한다. 어떤 결정이든 위험은 따르기 마련이다. 쉽게 고를 수 없는 상황에서 추종자들의 눈이 리더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리더가 머뭇거린다는 인상을 주면...? 추종자의 리더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기 쉽다. 리더에게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어떤 결정이든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에 대한 응답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수준의 응답이라면 빠를수록 좋다. 그만큼 신뢰가 더욱 높아지고 조직의 결속력 또한 크게 신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CEO 칭기스칸〉으로 유명세를 탄 김종래의 서적 제목과 같이 ‘결단의 리더 쿠빌라이 칸’이 그런 리더다. 칭기스칸이 이루지 못한 원대한 제국의 꿈을 현실화한 인물, 정치력과 국제 감각을 두루 갖춘 경영자, 동양에서 최초로 발원한 세계제국의 창시자 등 그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많다. 하지만 저자가 관찰한 쿠빌라이 칸은 그런 ‘간판’을 뛰어넘는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결과론적인 타이틀이다. 그런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가 고투한 정신을 촘촘히 추적하는 데 목적을 둔 저자가 이 책을 여느 책과 같이 연대기적으로 풀지 않은 것이 사려 깊다.
연대기적 서술은 일정한 시대적 흐름을 타기 마련이라 흥미를 자아낸다. 하지만 저자가 주인공을 통해 조명하려는 핵심사항을 강한 어조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버리면 저자가 주장하려는 바를 주인공의 특정 자질을 빗대 핵심적으로 전달하기가 용이하다. 그와 같은 의도를 담아 저자는 이 책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눴다.
제1장, ‘말 위에서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천하를 통치할 수는 없다.’, 제2장, ‘꿈을 잃어버린 신바람의 땅’, 제3장, ‘오늘은 어제의 끝이자 내일의 시작이다.’, 제4장, ‘매 초마다 지구 단위로 생각하라.’, 제5장, ‘세계를 뒤흔든 대원제국 쇼크’가 그것들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끈 대목은 지구 단위로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였다. 경제위기를 예로 드는 게 좋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순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일은 이제 화젯거리도 아니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정보와 자본과 물건의 유통이 매초 단위로 이뤄지는 초고속의 세계 속에서 그것들을 다루는 사람의 선택이 어떠해야하는지는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분초를 다투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금’인 시대가 아니라 ‘매 초가 달러’인 시대인 것이다.
국경 없는 경제의 시대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찻잔 속 태풍과 같은 일국 단위의 위기와 해법은 의미 없게 되었다. 선택을 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없이 남의 나라의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대의 징후를 우린 지난 경제 위기에서 여실히 보았다.
이제 지역단위, 또는 국가 단위의 사고로는 어림없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의 선구를 저자가 쿠빌라이 칸에게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게 쿠빌라이 칸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하는’ 전형적인 리더였다.
십수 년 전 아이엠에프 위기를 맞아 황망한 세월을 보내던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목적에 〈CEO 칭기스칸〉을 집필했다는 저자가 오늘 또 다시 몽골의 후예를 거론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가 리더의 부재 속에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가 어떤 리더를 요구하는지 살피라는 것이다.
물론 자질 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영웅주의 사관의 영향으로 시대를 바꾸는 영웅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지만 엄밀히 말하면 리더가 추종자들과 연합할 때 나타나는 강력한 효과가 근원적인 힘이 되어 세상을 바꾼다는 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리더의 모습을 쿠빌라이 칸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조금 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렵고 힘겨운 시대다. 대륙을 호령한 리더를 읽고 웅혼한 기운을 북돋을 일이다. 깊은 산이라고 길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