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왕 주몽 2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한자 학습 열풍에 맞춰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 중에 만화 형식을 빌린 학습서가 단연 돋보이는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한자와 친숙하게 되더라는 입소문 때문이다. 여기에 책 내용의 질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그런 입소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물론 입에 오르내리는 책이란 대부분 그 질에 있어서 이미 독자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책의 질이 입소문에 앞선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입소문의 긍정적인 측면은 독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출판기획으로의 변화에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은 독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바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행동발달 특성과 인지능력을 공히 고려한 책의 출판은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출판되는 학습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을 취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겠다.

 

특히 시리즈 중 2권 째를 출판한 삼성출판사의 『한자왕 주몽』은 우리 고유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아이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아울러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라는 인물을 고식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 또한 돋보인다. 오히려 이 책의 주몽은 '장난기가 많아 항상 사고만 치는 주몽'으로 표현되어 있다. 너무 훌륭해서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닌 아이들 주변에서 언제나 보고 만나게 되는 '지나치게' 평범한 인물 설정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이들이 그 주몽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 특유의 키득키득 거리며 웃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다 읽고 난 후에도 재미있었다는 평을 잊지 않을 만큼 그 인물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미 다른 출판사의 유사한 형태의 시리즈물을 읽고 있던 첫째는 동생들이 무척 좋아하겠다는 의견을 내주기도 했다. 참고로 첫째는 12살이고 둘째와 셋째는 각각 9살과 7살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라고 뒤질 수 있겠느냐마는 호기심과 학습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줄 책의 출판은 더디 이뤄지고 있었다. 이 책이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모 방송국에서 절찬리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이라는 후광에 단순히 편승함으로써 모처럼 만에 맛보는 두 가지 기대 효과를 잠식하지 않도록 유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눈은 정직하다. 그리고 좋아할 만한 대상을 찾아 빠르게 변화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평가가 냉혹하다는 뜻일 수 있을 것이다. 어리다고 얕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물해 주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보다 신경 써주기를 아울러 바란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이런 주문을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아이들이 잠재적인 독자군을 형성하게 된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사족을 좀 붙였다.

 

『한자왕 주몽』 제2권은 상형문자와 회의문자의 생성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어느 날 주몽과 영포는 스승으로부터 '12개의 상형문자가 어떤 사물의 형상을 본뜬 것인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좌충우돌 사고를 치는 가운데 주몽과 영포가 문제의 한자가 어떤 사물에서 빌려 온 것인지 익히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 코믹하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우리 아이들이 한참을 키득키득 거렸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한편 해일과 달월이 합쳐진 밝을 명(明)자의 의미를 가르쳐 주려는 스승 앞에 주몽과 영포, 그리고 소서노가 앉는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이 그처럼 앉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엔 이 대목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마치 그와 같이 여기지 않았을까, 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기심 많고 말 많은 셋째가 말도 안 되는 말로 자기 주장을 떠벌렸을 테고, 그래도 셋째보다 조금 더 배운 둘째가 셋째 입을 막고 나서서 "밝다는 뜻입니다. 해만 있어도 눈이 부신데, 거기에 달까지 있으니 어찌 밝지 않겠습니까?" 하고 소서노처럼 답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아빠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이 책은 흡인력이 대단하다. 만화라는 형식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한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토리 구조도 크게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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