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처럼 "역사"라는 장소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가이드가 제시한 장소를 일정에 따라 다녀왔다. 가이드가 어떤 장소(사실)를 픽업하는가 부터 시작하여 가이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펼쳐진다. 자유여행으로 다닌다 해도 수차레 다녀야만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장소, 사실, 인물에 대하여 가이드는 '있는 그대로' 사진을 찍은 듯이 알려줄 수 있고, 가이드 개인의 경험과 느낌과 생각을 섞여 서사적으로 안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후자이리라.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나는 가이드가 알려 준 내용에 느낀 점과 생각을 버무려 자랑거리로, 이야기로 더 풍성한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다... 아직도 덥다... 이 더위처럼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븐 할든, 링케, 마르크스,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 에드워드 H. 카, 슈펭글러, 토인비, 헌팅턴, 다이아몬드, 하라리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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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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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연과 우주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찬탄하지만 자랑스럽다거나 부끄럽다는 도덕적 감정을 느끼지는 않으며 자연과 우주가 누군가를 심판했다고 하지도 않는다. 인간 사회의 역사는 다른 것의 역사와 다르다. 역사가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역사에 대한 도덕적 감정을 텍스트에 투사하며, 독자들은 그 감정을 느낀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격렬한 감정 표출을 동반한 ‘역사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14쪽)

역사 서술은 사실을 기록하는 작업이자 사회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활동이며 어떤 대상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 행위이기도 하다. (16쪽)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서구에서 역사의 창시자 대접을 받는 것은 책이 훌륭해서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었고 지금도 읽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를 쓴 서구 역사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리스 고전에 통달했고,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책은 왜 그렇게 오래 그리고 널리 읽혔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서사의 힘‘이다. 그들은 뚜렷한 목적을 품고,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대상에 관하여, 최대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으면서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드는 일이다. (48쪽)

사마천은 역사를 쓰는 사람이 반드시 부딪히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셨다. 자연인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업량이 많았다. 종이도 아닌 죽간에 먹으로 글을 쓰면서도 모든 역사적 사건의 발생 시점과 상관관계를 크게 어긋남 없이 기록하고 서술했다. (76쪽)

[역사서설]이 오늘날까지 역사서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보편적 역사법칙을 밣혀서가 아니라 귀중한 역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했다고 믿었던 역사법칙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7세기에 탄생한 이슬람 문명과 아랍 사회의 현황 및 특징을 기록했고, 당시 아랍 지식인들이 인간과 문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정밀하게 서술했다. 이런 정보 덕분에 [역사서설]은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새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되었다. (85쪽)

전문 역사학자는 사실과 정보를 압축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그 주제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진 전문가들끼리 읽고 토론하려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연구자가 아닌 독자는 문장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랑케는 여느 전문 역사학자보다 더 어렵게 글을 썼다. 랑케의 이름은 알지만 50권이 넘는 저서 가운데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이가 드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의 책은 ‘유럽사 연구자 전용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5쪽)

이 책은 단지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wie es eigentlich gewesen)‘ 보이려 할 뿐이다.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준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이것이 과연 ‘과거를 평가‘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보다 덜 고매하거나 더 소박한 목표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훨씬 더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실현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왜 랑케는 이런 말을 했으며, 왜 이 말은 그토록 많은 추종자들 얻었을까? 무지와 정치적 유용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몸담고 사는 현재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한다.....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지할 수 없다면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인지하기는 더 어렵다......역사가는 과거의 모든 사실을 수집할 수 없다......역사가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중심을 의미 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엮어 이야기를 만든다. (136-137쪽)

역사가는 저마다 다른 기준에 따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하며 같은 사실로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사실의 선택은 역사가의 주관적 판단 영역에 속하며, 역사가의 주관은 개인적 기질, 경험, 학습, 물질적 이해관계, 사회적 지위, 역사 서술의 목적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좌우한다......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랑케의 야심,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쓴 역사를 과학적 역사라고 한 추종자들의 호언은 인간 정신과 문자 텍스트의 한계에 대한 인식 부족이 빚어낸 착각이었을 뿐이다. (137-139쪽)

인간은 일관된 방향을 가진 역사를 구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역사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많은 역사가들의 대답을 제시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 모든 대답을 비껴갔다. (169쪽)

신채호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인물평을 소개한다.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신라의 태종무열왕 김춘추, 그리고 김유신에 대한 것이다......세 사람에 관해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와 비교해 보라. 역사가 쓰는 사람의 철학과 연구 방법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02쪽)

카는 역사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역사가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책을 썼다. (222쪽)

사실은 과거의 것이고 역사가는 현재에 산다. 과거의 사실 가운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기준과 그 사실들을 일정한 관계로 맺어 주는 해석의 관점은 역사가를 둘러싼 현재의 환경, 역사가의 경험, 역사가의 이념과 개인적 기질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그래서 사실과 역사가의 상호작용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된다. 그런 의미이ㅔ서 아무리 먼 과거에 관한 것이라도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235쪽)

토인비의 이론에 따르면, 문명은 외부 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 응전의 산물이며 탄생한 후에도 계속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문명은 응전에 성공하면 성장 발전하고, 실패하면 쇠퇴하며, 실패한 응전이 계속될 경우에는 해체된다. (259쪽)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은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사는 지역도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종‘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든 ‘인종‘은 똑같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능력을 가진 사피엔스다......사람을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인식은 인류 전체를 하나로 보는 관점으로 연결된다. (288-289쪽)

토인비는 문명의 발생 원인과 관련해 인종설과 환경설을 모두 배척하고 문명 내부로 눈길을 돌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기술과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전적으로 환경설에 손을 들어주었다. 피부색과 신체 특성이 어떻든 모든 사피엔스는 동등한 지적. 정서적. 육체적 능력을 지녔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문명 발전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 낸 근본 원인은 환경 외에 다른 게 있을 수 없다. 기술과 제도와 문화의 차이도 그 원인을 추적하면 결국 환경의 차이에 귀착된다. (291쪽)

[총, 균, 쇠]는 역사학의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받아들인 과학자의 역사책이고, [사피엔스]는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받아들인 역사할자의 역사책이다. (299쪽)

하라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생물 종의 진화적 성공이 그 종에 속한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의 인구 폭발은 사피엔스의 진화적 성공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들이 더 행복해졌다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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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더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 내느라 힘들었다... 가족 모임에서 중딩 조카를 보니 그때 그시절이 떠올라 소화시키기 힘들었다... '한 글자 사전'을 읽으며 사용하는 말이 곧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했다... 요즘의 '더위(타인과의 공존을 거부하게 하는 것)'는 1994년 더위를 떠오르게 하고, 내게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많은 감정들이 있었다... 몇 번을 생각하고, 꼭꼭 씹어서 뱉어야 되는 말, 그것을 '배려'라 이름 붙여야 될 거 같다...  말이 칼이 되고 있으니, 적어도 상대를 생각한다면, 하지만 이 더위에 무엇이 떠오르겠나. 그저 머리 속이 텅 빈, 나라도 살아남아야지 정도 뿐...  겨우 한 글자 사전이라 읽기가 가능했다...  방학인데, 뭐했더라, 까마득하다. 미션 임파서블 톰크루즈의 뻥을 봤다.  '뻥 : 참말을 더 참말처럼 보이려고 지나친 애를 쓰다가 사용하게 되는 과장된 참말(198쪽).' 지금 나도 뻥을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핫팅!    

 

 

* 김소연 시, '그래서' 를 찾아 읽어 본다..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비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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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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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격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모든 걸 가진 자에게서보다 거의 가진 게 없는 자에게서 더 잘 목격할 수 있는 가치이고, 모든 걸 가진 자가 이미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유일한 가치이고, 거의 가진 게 없는 자가 유일하게 잃기 싫은 마지막 가치이기 때문이다. (28쪽)


그러고 싶은 것에 대하여는 이것이 무엇보다 어렵고 그러기 싫은 것에 대하여는 이것이 무엇보다 쉽다. (84쪽)


변해가는 모든 모습에서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온 유일무이한 존재. (91쪽)


이것 없이는 이제 사랑도 하지 않는다. (109쪽)


모든 아름다움은 모든 권위보다 더 권위 있다. 진. 선. 미 가운데서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의 덕목이다. 하지만 편파적이다. 여성의 진과 선은 아름다움의 지위를 얻지 못할 때가 많든 데 반해, 남성의 진과 선은 아름다움의 지위를 손쉽게 얻는다. (152쪽)


참말을 더 참말처럼 보이려고 지나친 애를 쓰다가 사용하게 되는 과장된 참말. (198쪽)


인간의 한 생은 ‘생‘일 수밖에 없다. 익지 않거나 익히지 않은, 엉뚱하고 공연한, 본디 그대로의, 지독하거나 혹독한 것일 수밖에 없는. (223쪽)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248쪽)


사람이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자리. 사회적으로 높거나 낮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맥생에서 멀거나 가깝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누군가에게. (270쪽)


......인간의 사유와 인간의 말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책을 통해 목격하는 행위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328쪽)


가난함은 티가 나고 부유함은 티를 낸다. (365쪽)


폐가 될까 걱정하는 것이 사람다움이다. 폐가 폐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폐가 된다. (373쪽)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한다. 눈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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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필을 본 적은 있는가. 크루즈 광고, 사전편찬, 작가들, 테니스 대회, 카프카, 풍경, 사물과 사람, 심지어 갑각류까지, 모든 것을 대상으로 그 대상이 가진 모습과 성질의 내/외부를 이성적, 감정적, 총체적, 문화적, 현상적으로 아주 긴 각주까지 붙여서, 심지어 각주의 각주까지... 세밀하고 자세하게 집요하게 장대하게 월리스는 쓰고 있다. 단어들이 서로 연결되어 문장이 되어 하나의 풍경을 이루면서 몇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어떤 대상을 마주하거나 상황에 처할 때 느끼는 감정을-나에게는 잡힐 듯하면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을-아주 솔직하게 신랄하게 정확하게 적합한 말로 집어낸다. 윌리스는 모든 감각이 퍼덕 생생히 살아있어 불에 데인 듯한 글로, 한계치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을 쉼없이 몰아부친, 그래서 또 다른 감각이 더 있어야 되는데,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말로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더운 날이다. 아이가 태어나던 1994년 그때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이런 날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로 책 읽기를 권한다... 어쩌면 여름방학은 마지막일 수 있다...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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