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 내느라 힘들었다... 가족 모임에서 중딩 조카를 보니 그때 그시절이 떠올라 소화시키기 힘들었다... '한 글자 사전'을 읽으며 사용하는 말이 곧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했다... 요즘의 '더위(타인과의 공존을 거부하게 하는 것)'는 1994년 더위를 떠오르게 하고, 내게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많은 감정들이 있었다... 몇 번을 생각하고, 꼭꼭 씹어서 뱉어야 되는 말, 그것을 '배려'라 이름 붙여야 될 거 같다... 말이 칼이 되고 있으니, 적어도 상대를 생각한다면, 하지만 이 더위에 무엇이 떠오르겠나. 그저 머리 속이 텅 빈, 나라도 살아남아야지 정도 뿐... 겨우 한 글자 사전이라 읽기가 가능했다... 방학인데, 뭐했더라, 까마득하다. 미션 임파서블 톰크루즈의 뻥을 봤다. '뻥 : 참말을 더 참말처럼 보이려고 지나친 애를 쓰다가 사용하게 되는 과장된 참말(198쪽).' 지금 나도 뻥을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핫팅!
* 김소연 시, '그래서' 를 찾아 읽어 본다..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비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