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브루그만이 블로그에 쓴 짧은 에세이, 그는 각 에세이에서 성서적 주해 방법을 이 시대의 사회 문제 하나하나에 차례로 적용한다. 특히 [미국이 만든 가난(Poverty, by America)의 저자 매슈 데즈먼드의 분석 결과에 성서 본문을 연구하여 그 역사의 움직임과 실체를 알아내고 그 혼합물에 사회학을 덧붙인 다음, 다시 그 위에 성서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활동을 오늘날 하나님의 활동에 결합하는 신학적 관점을 덧붙인(27쪽) 글이다. 

'공공선'과 '사사로운 이익'이라는 난제에서 발생하는 위기와 실제 현실에서는 타협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정책과 법규에서 믿음이 요구하는 이것 아니면 저것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교회는 언약에 기초한 경제의 주장이 우리가 공공 영역에서 해야 할 실천에 필수 불가결한 점을 자주 가르치지 못했던 것을 가르치고, 제시하지 못했던 해석을 제시(186-187쪽)하면서, 교회가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회 현실을 응시하여 구조적 경제 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37쪽)고 주장한다. 교회가 그저 자선 활동이나 하며 개인 차원에서 선행이나 하라고 독려하는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될 정도로 현실의 위기가 절박하다고 고발하고 있다. 이제는 교회가 그렇게 안이한 도피에서 벗어나 공공의 장에서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고, 우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길을 적극 모색하며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190쪽). 

또한 그리스도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의 의무라고 알려준다. 특히 배제와 가난의 재생산에 참여할 때 부끄러움을 당연히 느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연대에 관하여 양심의 가책을 당연하게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이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넉넉하지만, 모든 이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넉넉하지 않지만(10쪽), 우리는 공동체의 선을 위해서 가진 것을 포기하고 공동선에 투자하고, 보이지 않는 분리와 수 많은 배제가 아닌 성실함과 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공익을 챙기는 삶에 집중하면서 공동선을 찾는 일을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내외 문제들을 보면, 공동선보다는 개인, 국가의 이익을 기반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온다. 국민을 공감하는 위정자가 세워지길 기도한다. 우리의 선택을 통해 공동선의 가능성을 기대한다.  

추신) 글을 참 쫀쫀하게 잘 쓰셨다. 어렵고, 새로운 사실에 부끄러웠지만 좋았다. 특히, 파라오, 솔로몬의 부요의 기반, 마가 복음 10장 부자 청년에 대한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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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가난
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규태 옮김 / 복있는사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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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완벽한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인간이 그 완벽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난은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가 창조했다. (중략) 성서가 끈질기게 말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넉넉함‘이다. 모든 이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넉넉하지만, 모든 이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넉넉하지 않다. (10쪽)

(왕상 21:19) 예언자가 사용한 두 동사는 서로 잘 들어맞는다. ‘죽이다‘와 ‘차지하다‘, 차지해야 한다면 죽여라! ‘탈취‘에 관한 본문 전승이 교회와 회당에 전해 내려왔고, 지금은 교회에 맡겨져 있다. 교회는 경제 문제를 회피하면서 결국 이런 본문 전승을 체계적으로 무시해 왔으며, 이는 가시 교회가 그런 문제에 침묵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대부분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교회에서 힘 있는 자들이 약한 자들을 어떻게 탈취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48쪽)

사유화 그리고 공동선을 이루어 할 영역에 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는, 이스라엘 예언자 전승의 주요 주제이며, 특히 고발과 판결이 등장하는 ‘소송‘이라는 수사적 도구를 통해 표현된다. (중략) 호세아 4장 1-3절이 제시하는 예언자의 ‘소송‘ 모델은 두드러지게 간결하고 명쾌하다. (중략) 예언자는 사람들에게 성실함과 연대(solidarity)가 없음을 한탄하다. (96-97쪽)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은 안에 있을 사람과 밖으로 몰아낼 사람, 삶에서 가치 있고 좋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자와 그럴 자격이 없는 자를 가려내고자 ‘정결함과 부정함‘(clean and unclean)에 관한 규칙과 범주를 만들어냈다. (중략) 배제와 반대로 이스라엘의 고대 언약과 예수 운동이 강조한 것은 포용이다. 즉 예수는 나병 환자, 여성, 외인, 이방인은 물론, ‘부정한‘ 자와 관련된 모든 사회 장벽을 무너뜨리셨다. (129-131쪽)

(막 10:17-31) 그는 가진 것이 많았다. 권력과 풍요와 안전의 정점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처럼 그도 가진 것이 많았다. 이 사람은, 복음이 제시하는 대안 사회, 시내에서 이미 시작된 대안 사회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가장 좋게 여기는 꿈과 모순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그 모순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예수는 철저히 상반되는 이것 아니면 저것을 이 사람 앞에 제시하신다. (중략) 예수가 시작하신 새로운 세상도 이웃 사랑에 기초한 참여와 연대와 변화를 꿈꾸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144-145쪽)

탐냄은 이웃의 본분을 어기는 것이다, 따라서 성서는 부적절한 욕망의 감춰진 힘과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욕망이 실제로 세상에서 드러내는 탐욕을 선뜻 함께 연결한다. 데즈먼드는 가난을 가리켜, 힘과 특권을 가진 자들이 마땅히 전체 공동체에 속해야 할 자원을 그들 자신을 위해 비죽하는 탐욕의 파괴적 힘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묘사한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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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logy, 다수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주제(안다)로 모아 출판한 작품집을 읽었다.

'안다'하면 깨닫고 느끼다 또는 두 팔로 나의 일부를 또는 상대를 끌어 당겨 품에 있게 하는 것이다.

제목을 '알고 있다'로 여겨 책을 집었는데, 그게 아니라 '안다'다. 하지만 서로 통한다고 본다.

안을 수 있는 행동은 많은 생각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나오고, 안아주는 마음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들어있다. 그래서 안으려는, 안기려는, 안기기 싫은, 안기를 거부하는 행위가 있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안아 줄 수도 있고, 누구에게 안길 수도 있다. 그 간극의 이야기다. 

안아줘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들은 안겼던 기억으로, 두 팔을 벌려 포용하면서, 등을 토닥 토닥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 안고 살아가는 건 무엇일까도 떠오른다. 

홍상수 '그녀가 돌아온 날' 영화를 보았다. 연기를 중단했던 배우가 오랫만에 독립 영화에 출연하여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연기 수업에 간다. 그 곳에서 세 번의 인터뷰를 복기하고 재현하는 데 정작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포장과 형식적인 대답, 알지 못하고 한 말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한 말도 기억 못하고 불완전한 데 너는 많은 해석에 해석을 더하여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난 진심을 말하고, 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송선미 연기가 돋보였다.   

Ps, 어린이날 생일이 지났다. 올해도 축하와 축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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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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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동안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마주하기 두려운 무언가를 용기 내어 끌어안을 때 시간의 문은 열리나니. 남겨진 자들이 두려움을 놓아 버리고 자유로워지는 순간 비로소 그는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40쪽,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똑똑하든 멍청하든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일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신정윤이 보기에는 이 회사의 모든 것이 어이없고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결국 돈도 일도 모두 사람과 부딪치는 일이었다. (57쪽, 가짜 생일 파티)

위엄을 잃지 않은 뒷모습.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유일한 것이 그뿐이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이날까지 나를 살아남게 한 중요한 직관이다. 나는 그것에 한없이 집중하여 사무실의 문을 닫은 뒤에도 꼿꼿한 뒷모습의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왕처럼 당당하게 그 의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다. 지금은 무너지지 않은 뒷모습, 그것만이 중요했다. (77쪽, 가짜 생일 파티)

우리 목사님이 그러더군. 그 말 하나는 참 맘에 드는데 좀 어려운 말이지만 마음을 재지 말래. 발이 먼저 나서면 마음이 따라온다는 거야. 그걸 유식하게 삶의 형식이라고 하더구먼. 지나가야 할 자리는 그냥 지나가는 거야. (110쪽, 히치하이킹)

그들이 어떻게 재회할지 궁금했다. 허방 같은 긴 시간을 두고 헤어진 연인들이 이제 어떻게 만나는지 보고 싶었다. 그녀는 실망했다. 지영은 영호를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자신이 영호에게 애틋한 추억으로 남을 수 없다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내가 지나치게 큰 욕심을 가졌던 걸까. 그녀는 자책했다. 어쩌면 나를 용서하고 잊어 달라는 말은 실상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오래 기억해 달라는 말이 아닐까. (116쪽, 히치하이킹)

우리는 자리에 선 채로 노을을 바라보다가, 이내 왔던 길을 되짚어 묵묵히 걸었다. 저물어 가는 빛 속에서 우연히 평점 4.9의 식당을 발견하게 되면 좋을 것이다. 인생에는 드물게 그런 행운이 있으니까. 발견하지 못해도 또 다른 곳이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148쪽, 다시 한번)

엄마들은 자신이 노인이라는 걸 언제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글쎄. 난 이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마도 그냥 우리처럼 잘 몰라서 혼란스러워하지들 않으셨을까. 우리는 우리가 중년이 됐다고 인정하지만 그게 실은 어떤 건지, 거기에 뭐가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186-187쪽, 그녀들)

말할 수 없다. 어떤 이야기들은. 언젠가는 말할 수 었는 이야기도 있다. 서로에게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고 어쩌면 앞으로 더 생길지 몰랐다. (중략)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을 거야.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선배는 여기 온 것 같았다. (190쪽,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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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구입한 책, 어렵다.

생일이 다가오면 기쁘기보다는 아련한 슬픔이 앞선다. 하지만,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기억해 준 부모님, 그래서 늘 어린이 같아야 될 거 같다. 

시집詩集을 엄마에게 바친다는 시인의 말처럼 생일에는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엄마를.

아직도 사는 게 서툰 거 같은 데, 도대체 산다는 거에 정답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에서, 

시인이 '혼잣말(132쪽)'로 지금은 말도 안되지만 결코 우리가 살아내지 못할 그러한 시대를 살아낸 엄마를 회상하고 존경하면서, 엄마와 같은 나이가 들어서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독백으로 답을 얻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오늘을 살피는 다정함으로부터, 평평으로 (39쪽)' 만들어가는 시간에는 아주 많은 수고가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배꼽에서 탯줄이 자라 엄마에게 닿을 때까지(104쪽)', 아가야, 너도 수고가 많았다로 쓰담쓰담, 토닥토닥 해 준다.



'완경기'


혼잣말.

대체 엄마는 이 혹독한 시기를 어찌 건너간 거야?

혼잣말.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어 이제야 간신히

혼잣말.

집, 무덤, 길, 벽, 꽃, 열매, 때를 안다는 건 외로운 일이로구나

중얼거린다, 이제는 만질 수 없는 엄마를 쓰다듬으며

할머니가 되는 건 위대한 일이었어!

걷자, 걷자, 한 걸음만 더 걷자,

여기까지 와야만 알 수 있는 거였어!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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