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어릴 적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고 왔던 아주 평범한 기억으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역사의 작은 한 조각이다. '역사라는 그런 것이다 - 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97쪽)'이다에 공감한다. 인간으로 살면서 피할 수 없고,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아버지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중일전쟁)은 지금도 크거나 작게 반복되고 있다. 하루키 아버지는 역사 속에서 결과는 원인을 꿀꺽 삼켜 무력화하는, 누구에게나 말하기 어렵고, 전할 수 없는 무거운 체험, 죽을 때까지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사건들, 응어리가 되어 있는 것들 중에서 포로로 잡힌 중국 병사를 처형한 일을 딱 한 번 속을 털어내 말해 준다. 그 중국 병사를 아버지가 처형했는지, 아님 지켜봤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하루키는 중국 병사와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 내포된, 아버지에게 미친 영향은 자신에게로, 즉 다음 세대에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그 조각난 이야기 하나하나의 아귀가 맞춰져 하루키 자신이 태어나고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의 삶이 덧없는 환상같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님을 뵈러 가기 전에 읽은 글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한, 당신이 북한군에게 끌려가기 직전 꾀를 내어 무사히 빠져나온 그 집터를 보러 간 적이 기억났다. 아버지의 기억은 우리의 기억으로 온 몸으로 전수되어 왔다... 가끔씩 동생들을 만나 어릴 적 기억을 나눠보면 서로 다른 부분이 아주 많다... 보웬의 다세대가족치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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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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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아버지의 그 회상은, 군도로 인간을 내려치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내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하나의 정경으로, 더 나아가 하나의 의사 체험으로, 달리 말하면, 아버지 마음을 오래 짓누르고 있던 것을-현대 용어로 하면 트라우마를-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계승한 셈이 되리라.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 속에 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51쪽)

아버지는 전쟁터에서의 체험에 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당신 자신이 직접 손을 댄 일이든 또는 그저 목격한 일이든. 아마 기억도 하고 싶지 않고 말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만큼은, 가령 서로의 마음에 상처로 남는다 해도, 피를 나눈 아들인 내개 말해서 전하고 어떤 형태로 남겨야만 한다고 느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이는 나의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54쪽)

내가 이 개인적인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딱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다. (92-93쪽)

(이어서) 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된리라. 가령 그 한 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93-95쪽)

아버지의 운명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경로를 밟았다면, 나라는 인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라는 건 그런 것이다-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의식의 안쪽에서 또는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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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목수정의 글이 좋다. 이럴 때 읽으면 치유가 된다. 

어딘지 모르는 알 수 없는 근지러움이 온몸을 덮치면서, 마음과 정신까지 근질거리고, 잇몸조차 부어 먹는 거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모든 걸 알러지라고 치부해 버리면, 아직도 세상 만사가 알러지가 되고 있는, 그러면 나는 젊은이에 속한건가. 그건 분명 아닌데도, 긁고 있는 손가락이 미울 정도로, 이도 저도 못하는 마음의 흔들거림,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자신감과 바탕이 되는 지식과 마음의 근육이 부럽다. 

십여년 만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이들을 만났다. 그 당시 많은 도움을 받아서 만나고 싶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입속까지 근질거리고 있었다니, 이런 내가 싫다. 요즘 들어 듣고, 들어주는 자리에서 먼저 선점하여 이야기하고 수다쟁이가? 된 모습이다. 주변인들이 나를 만나는 이유는 분명 아주 잘 들어주고 긍정적인 피드백과 비밀유지가 완벽했기 때문일텐데, 그래도 그들보다는 덜 이야기하고, 이전의 나보다는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애써 위로한다.

목수정의 아버지 목일신은 아동문학가이자 우리가 어릴 때 부른 '자전거'를 작사한 분이다. 이름을 딴 일신중학교와 목일신문화재단, 목일신아동문학상이 있다. 할아버지 목치숙은 독립유공자이다. 이러한 가족 배경을 가진 그녀가 어릴 때 만난 그녀와 정반대의 계급, 소위 친일파 배경을 가진 남자친구와의 이야기가 '당신들의 계급을 동정한다(22-26쪽)'에 나온다. 비루하게 왜곡된 역사가 청산되지 않아, 계속 거짓을 부르게 만드는 지금을 알 수 있다. 

프랑스와 한국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말들이 조각조각 들어있다. 정리하면, 끝내 무릎 꿇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진실을 말하고,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살아있는 자의 몫이라고, 깜깜한 밤을 지나는 우리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영혼을 보듬어,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기를 권하고 있다.    

혼자서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며 살려고 한 것 같다. 나에게만 집중하는데도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근질거림을 어쩌지 못한다. 알러지 때문이라고 뭉뚱거려 퉁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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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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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더는 무엇도 새롭지 않고, 낯선 도전이나 경험을 거부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익숙해지는 것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나의 반경을 축소하여 그 좁은 틀 안에서만 세상을 사는 것. 그리고 나를 넓히고 넓혀 세상 어디에 가든 낯섦이 껄끄럽거나 아프지 않게 되는 것. 그래서 그 낯섦을 순리로 보고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는 것. (16-17쪽)

선진국이란 들춰보지 않아도 약속대로 사회 구석구석이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 무엇하나 법대로, 원칙대로,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뒷구멍을 통해 수를 쓰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독재의 기억이 비정상적인 힘. 법 이외의 관행에 의해 사회가 굴러가는 것을 내버려 둔 것 같다. (128쪽)

나는 이제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결선투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1차에서는 각자 자유롭게 지지하는 정당을 찍고,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2차로 넘어가 최다 득표자 두 명을 중심으로 성향이 맞는 당끼리 헤쳐 모여 진검 승부를 가리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175쪽)

프랑스가 인류에게 기여한 가장 큰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혁명‘이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감옥을 부수고 왕의 목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보여주었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세상은 드디어 왕을 없애기 시작했다. (210쪽)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덜 자유롭다. 떨어지기를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높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발이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자들에게는. 머리를 날려 허공에 떠 있는 자들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하는 고단한 임무가 있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계급투쟁이라 불렀다. (240쪽)

세상의 모든 분노는 정당하다. 그것이 분로라 불린다면, 짜증도 화풀이도 아니고 분노라면, 그것은 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할 때 그 방향은 정확해야 한다. 엉뚱한 사람에게로 향한 분노의 화살은 피해자인 서로를 괴롭히고, 우리를 결코 그 분노에서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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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 하니, 여행을 가기 전에 설렘을 미리 맞보면서 그 곳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었다.

미국 서부에 관하여 여행자가 되어서 쓴 글이라, 저자의 깃발을 따라 함께 여행하는 듯 했다. 영화와 음악을 곁들여 조근조근 안내해 주셨다. 백승선님의 다른 여행 이야기도 읽어 봐야겠다. 스타벅은 누구, 스벅 1호점의 커피잔 색, 블루보틀,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시장, 항해하는 돌들, 금문교에서도 죽는 이들, 알라모 스퀘어에 있는 7채의 집, 롬바드 스트리트의 꽃길, 등등이 새로웠다.    

1. 시애틀Seattle: 스타벅스 1호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스페이스 니들, 익스피어리언스 뮤직 프로젝트, 시애틀 미술관, 스미스 타워, 파이어니어 광장

2.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케이블카, 골든게이트 브리지(금문교), 롬바드 스트리트, 트윈 픽스, 피셔맨스 워프, 알라모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알카트리즈

3.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할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산타모니카 비치, 헌팅턴 비치, 라구나 비치

4. 네바다Nevada: 라스베이거스, 후버댐, 데스밸리

5. 유타Utah: 브라이스캐니언, 글랜 캐니언 댐 & 파웰 호수, 모뉴먼트밸리

6. 애리조나Arizona: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이박삼일 동생들과 힐링타임을 가졌다. 네 명이 만나면 케미가 만만찮다. 맛난 거를 먹고 마시면서, 볼링과 탁구를 하고, 춤도 추고, 사과잼과 귤잼도 만들고, 파자마를 같이 입고 밤새 소곤소곤, 여전히 새로운 게 많다. 서로를 이제야 이해하고 알게 된 부분이 아직도 많다.  

*내일은 진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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