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어릴 적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고 왔던 아주 평범한 기억으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역사의 작은 한 조각이다. '역사라는 그런 것이다 - 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97쪽)'이다에 공감한다. 인간으로 살면서 피할 수 없고,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아버지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중일전쟁)은 지금도 크거나 작게 반복되고 있다. 하루키 아버지는 역사 속에서 결과는 원인을 꿀꺽 삼켜 무력화하는, 누구에게나 말하기 어렵고, 전할 수 없는 무거운 체험, 죽을 때까지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사건들, 응어리가 되어 있는 것들 중에서 포로로 잡힌 중국 병사를 처형한 일을 딱 한 번 속을 털어내 말해 준다. 그 중국 병사를 아버지가 처형했는지, 아님 지켜봤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하루키는 중국 병사와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 내포된, 아버지에게 미친 영향은 자신에게로, 즉 다음 세대에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그 조각난 이야기 하나하나의 아귀가 맞춰져 하루키 자신이 태어나고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의 삶이 덧없는 환상같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님을 뵈러 가기 전에 읽은 글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한, 당신이 북한군에게 끌려가기 직전 꾀를 내어 무사히 빠져나온 그 집터를 보러 간 적이 기억났다. 아버지의 기억은 우리의 기억으로 온 몸으로 전수되어 왔다... 가끔씩 동생들을 만나 어릴 적 기억을 나눠보면 서로 다른 부분이 아주 많다... 보웬의 다세대가족치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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