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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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더는 무엇도 새롭지 않고, 낯선 도전이나 경험을 거부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익숙해지는 것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나의 반경을 축소하여 그 좁은 틀 안에서만 세상을 사는 것. 그리고 나를 넓히고 넓혀 세상 어디에 가든 낯섦이 껄끄럽거나 아프지 않게 되는 것. 그래서 그 낯섦을 순리로 보고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는 것. (16-17쪽)

선진국이란 들춰보지 않아도 약속대로 사회 구석구석이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 무엇하나 법대로, 원칙대로,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뒷구멍을 통해 수를 쓰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독재의 기억이 비정상적인 힘. 법 이외의 관행에 의해 사회가 굴러가는 것을 내버려 둔 것 같다. (128쪽)

나는 이제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결선투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1차에서는 각자 자유롭게 지지하는 정당을 찍고,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2차로 넘어가 최다 득표자 두 명을 중심으로 성향이 맞는 당끼리 헤쳐 모여 진검 승부를 가리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175쪽)

프랑스가 인류에게 기여한 가장 큰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혁명‘이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감옥을 부수고 왕의 목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보여주었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세상은 드디어 왕을 없애기 시작했다. (210쪽)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덜 자유롭다. 떨어지기를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높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발이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자들에게는. 머리를 날려 허공에 떠 있는 자들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하는 고단한 임무가 있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계급투쟁이라 불렀다. (240쪽)

세상의 모든 분노는 정당하다. 그것이 분로라 불린다면, 짜증도 화풀이도 아니고 분노라면, 그것은 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할 때 그 방향은 정확해야 한다. 엉뚱한 사람에게로 향한 분노의 화살은 피해자인 서로를 괴롭히고, 우리를 결코 그 분노에서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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