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같은 비가 오는데, 쿵하는 소리에 내몸이 흔들렸다. 누군가가 박았다. 한순간 막막했다. 난 병원에 가고, 스파이더맨은 고치러 보냈다... 그 막막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허각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듣고 있다... 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와 최갑수의 '당신에게, 여행', 또 먹어야 힘을 얻지, 이양지의 '채식의 시간'까지 읽고 있다... 그냥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부족하다... 다자키 쓰쿠루처럼 길을 떠나야 할까...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최적의 장소인데... 아, 심장이 터질 거 같다... 맥주라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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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서 이유도 모른 채 거절당한 쓰쿠루의 이야기다. 친구들 이름자에는 색채를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있다. 그거 때문에 거절당한 건 아니다... 그러나, 그 경험으로 자신을 한없이 보잘것 없고 사소한 인간으로 여기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미해결을 극복하기 위해 거절한 친구들을 찾아간 이야기다... 동일한 경험이 자꾸 떠올라 단번에 읽기보다는 행간사이에서 큰 숨을 자주 쉬었다... 쓰쿠루는 설령, 억지로 내팽개쳐지고 단절된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해도, 살아가면서 친구들과는 서로의 길이 다르기에, 각자의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분기점에서 헤어졌을 거라고 결론 맺지만,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였기에, 친구들과 연결되었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쓰쿠루에게는 깊은 상처로 작용했다... 친구들을 찾아가 갑자기 거절당한 이유를 들으면서, 사람을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어찌 할 수 있을까. 관계는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 사이의 일을, 그 간극에서는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 쓰쿠루는 자신이 만든  장소로 돌아왔다. 결국에는 그곳이 그가 돌아갈 장소와 그가 향할 장소였다... 어찌되었든 우린 각자에게 알맞는 장소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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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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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51쪽

아니, 잊는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자신이 네 친구에게서 노골적으로 거부당한 아픔은 그의 마음속에 늘 변함없이 존재했다. -87쪽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알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지. 그런 건 어차피 자네가 말했듯이 가설의 위태로운 연장에 지나지 않아."-114쪽

"이제 상처 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129-130쪽

"아니, 그런 게 아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넌 있는 것만으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우리로서 거기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면이 있었어. 넌 별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두 다리로 지면을 굳게 딛고 서서 우리 그룹에게 평온한 안정감 같은 걸 줬던 거야. 배의 닻처럼. 네가 떠나면서 우리는 새삼 그걸 실감했어. 우리한테는 역시 너라는 존재가 필요했다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떠난 이후로 우리는 갑자기 흩어지기 시작했어."-203쪽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괴로워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고생해서 손에 넣는 기쁨을 맛본 적도 기억나는 한 단 한 번도 없었다. -276쪽

그들은 둘 다 어느 시점에서 쓰쿠루의 인생에서 사라져 갔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참으로 갑작스럽게. 아니, 사라져 간 것이 아니라 그를 잘라 버리고 내팽개쳤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쓰쿠루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고, 그 생채기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 상처를 입은 것은, 또는 부서진 것은 쓰쿠루가 아니라 그들 두 사람이 아니었을까. 쓰쿠루는 최근에 이르러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290-291쪽

남에게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너무 어렵다. 억지로 설명하려 하면 어딘가에 거짓말이 생겨난다. -308쪽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340쪽

"누군가에게 떠밀린 건지, 아니면 제멋대로 떨어져 버린 건지, 그건 잘 몰라. 아무튼 배는 항해를 계속하고 나는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갑판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봐. 배 위에서는 아무도, 승객도 선원도 내가 바다에 빠졌다는 것을 몰라. 주위에는 붙잡을 것도 없어. 그때의 공포를 난 지금도 품고 있어. 자신의 존재가 느닷없이 부정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밤바다 속에 내팽개쳐지는 공포. 아마 그 때문에 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을 거야.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늘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었지."-343쪽

가 버린 시간이 날카롭고 긴 꼬챙이가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소리 없는 은색 고통이 다가와 등골을 차갑고 딱딱한 얼음 기둥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아픔은 언제까지고 같은 강도로 거기 머물렀다. 그는 숨을 멈추고 눈을 꼭 감은 채 가만히 아픔을 견뎌 냈다. -363쪽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378쪽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것도 그는 안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과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주어야 할 것이 있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아무튼 모든 것은 내일 일이다. -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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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서가"를 읽고 있을 때 큰엄마가 돌아가셨다. 함께 나눈 기억을 떠올리며, 죽은 이는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이생을 떠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구든 정신을 놓지 않고서야, 이생을 떠날 수 없을 거 같았다... 이 책은 책만 두고 떠난 남편의 서가를 서성이며, 읽고, 쓴 독서일기다. 남편의 장서가 남아 있는 자의 살길과 밥벌이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슬픔을 안고 있고 이에게 무엇을 더 보태리... 눈으로 읽고 있지만 안스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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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서가
신순옥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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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인한 한 사람의 부재를 상상하는 일은 현실에서 그 사람의 부재를 겪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상상만으로는 극단적이고 무자비한 현실의 부재를 도저히 맛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0쪽

어린이는 언제나 욕망함으로써 현재하는 어떤 것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73쪽

당신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존재였을까. 살아서 우리가 일군 삶이랄지, 사랑이랄지 하는 속성들이 죽음 앞에서 이렇게 공空으로 돌아가고 속수무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의 부재가 당신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자꾸 캐묻게 한다. -111쪽

동심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어서 어른 또한 마땅히 간직해야 할 마음의 자락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동심을 돌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 현실리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동심의 세계는 "눈은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고 마음음 희망과 꿈으로 채워"지는 세계이다. 또한 동심은 봄과 같아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것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추억이 되어 버리고"마는 성질을 지닌다. -201-202쪽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의 가슴에 묻어 둔 '아빠'라는 단어를 불러보게 했다. 딸아이는 '아빠'를 열다섯번을 부르고 나서 또 열 번을 불렀다. 그런 다음 "아빠, 우리 찾아올 때는 바람으로라도 와야 해. 아빠 꼭 한번만 와. 응?" 하고 적었다. 아들 녀석은 "아빠, 잘 지내고 있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로 편지를 시작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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