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꺼운 삶과 얇은 삶

보이는 부분조차 훤히 다 드러나는 곳에 살고 있는, 도무지 숨을 곳조차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어릴 때 살았던 집의 온전히 혼자 차지하려고 애쓴 다락방과 잡다한 것을 넣어 둔 광 같은, 심지어 들로 산으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꾸중 듣거나, 토닥거려 삐쳐 숨어 있었던, 그곳에서 어느정도 감정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삶을 풍성하게 두껍게 해 주던 그때와 지금은 혼자서 꽁냥꽁냥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지금의 의식주에서 우리는 두꺼운 삶에서 얇은 삶으로 저절로 되고 있다.

 

2. 즐거운 고통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책읽기 조차도.

 

3. 묘지 순례

파리의 묘지는, 파리가 과연 문화인의 수도라는 느낌을 불러일으켜주었다(125쪽).

 

4. 사라짐과 맺힘

음악, 만화, 겉멋만 든 영화 등에 대한 단상 

 

5. 미술관을 나오면서

고흐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에서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는 사람이다. 진짜로 아프고 힘든 사람은 고치려고, 나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프지 않기에 고통인 척 하고 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프랑스에서 간 적이 있는 지역이 나오면 새롭고 반가웠다. 다음에는 묘지순례를 해 보고 싶다.

 

*가정부가 있던 시절, 1985년 '깊고 푸른 밤' 영화보러 갔을 때 중년 부인들 서넛이 극장 앞에 있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 말(219쪽),  '저거 보기 흉하지 않아요?' '중년 부인들끼리 영화 보러 다니는 것 말이에요' 

*그 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 돌아보니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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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문지 에크리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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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아파트, 편준화된 학교, 기성복 따위와 마찬가지로 단순 명료한 것을 즐기는, 아니. 즐기게 되어 있는 현대 사회의 한 상징이다. 그것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평준화된, 획일적인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51쪽)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술자리는 과음이 되어 서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큰 소리를 질러대는 자리나 공연히 처연한 몸짓으로 즐겁게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리이다. 과음이 되어 술자리가 높은 고함으로 가득 찰 때, 술이 부풀린 말들은 터져 불에 탄다. 그때 남은 것은 말의 뼈들만이다. (77쪽)

전통이 있다는 것은 길을 잃고 헤매었을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타이의 모든 대학이 국립이며, 그 교육의 중심에 불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타이 정권의 안정의 한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133쪽)

문화는 인간 내부에 숨어 있는 인간을 동물화하려는 모든 노력과의 싸움 끝에 얻어지는 어떤 형태이다. 놀이는 인간 내부의 욕망을 순간적으로 무화시킴으로써 자기 존재의 허무를 보지 못하게 한다. (138쪽)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일이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일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때,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160쪽)

프랑스의 지적 힘은 사회의 한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구석의 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것을 사회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데 있다. 내가 알 게 뭐냐가 안 되는 것이다. (164쪽)

자기에게 관계없는 것이 세계에 어디 있으랴. 인간이나 세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자기에게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적어져가는 과정과 대응한다. (165쪽)

자신의 고통을 관찰하면서 자신을 고통 그 자체로 묘사한다는 힘든 일을 그(고흐)는 해낸 것이다. 그것이 그리고 그를 가짜 미치광이와 가른다. 진짜 고통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거나 가짜로 고통하는 사람은 그것을 오히려 즐긴다. 그것은 아프지 않게 때문이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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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이다.

사막 한가운데서의 발견되기까지의 이야기(127쪽-181쪽)와 동료 앙리 기요메 이야기(44쪽-56쪽)는 정독하기를 강추한다.

특히, '사람들은 오렌지가 무엇인지 모른다......(161쪽)' 동료와 사막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야기에서, 물 없이 버틴 가운데 발견한 오렌지 하나는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오렌지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처한 그 상황에서 그의 입장이 되어 보면, 관점이 바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그 와중에서 '관계의 품위, 승부에서의 정직함, 생명을 거는 상호존중의 태도(197쪽)'가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리라고 여기는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각자의 고통은 결국 전 인류의 피해가 된다고 인식하는 자 만이 인간으로 창조된다고...  어려운 문장들, 다른 번역자 글도 읽어 봐야겠다.  

동생 식구들이 모두 연주하는 크리스찬 오케스트라 10주년 연주회에 다녀왔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이제야 보았다. 이십대에서 팔십대까지 구성된 회원들을 제부가 지휘하면서 이끌어 왔다. 매년 조금씩 실력은 나아지고 있지만 회원들의 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단다. 은혜로웠다. 짝짝짝.

홍천 은행나무 숲은 수사들만 살고 있는 수도원같았다. 내린천을 따라 구룡령을 넘는 내내 단풍들로 눈이 호강했다.  

벌써 겨울로 들어섰다.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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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11-0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인간의 대지는 인간이다. 인간을 통해서 인간이 되고, 되어야 하니까.
 
인간의 대지 세계문학의 숲 4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윤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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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저 모든 책들보다 우리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대지가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와 맞서 겨룰 때 스스로를 발견한다. 허나, 그에 이르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대패가, 쟁기가 필요하다. 농부는 농사를 지우며 조금씩 자연으로부터 어떤 비밀들을 이끌어내는데. 그 진리는 우주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항공 노선의 도구인 비행기도 인간을 저 모든 오래된 문제들 속으로 던져 넣는다. (11쪽)

처음에는 기계가 인간을 자연의 커다란 문제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더욱더 혹독하게 그 문제들에 종속시키고 만다. 폭풍우 치는 하늘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재판정에서 조종사는 자신의 비행기를 놓고 산, 바다, 폭우라는 세 자연의 신과 싸우는 것이다. (34-35쪽)

한 직업의 위대함이란 무엇보다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데 있는 것이리라. 진정한 의미의 부는 오직 하나, 인간관계라는 부유함뿐이기 때문이다. (41쪽)

그는 사람이 일단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로지 미지의 것만이 인간을 두렵게 한다. 하지만 일단 맞닥뜨리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미지의 것이 아니다. 특히 그것을 명석한 신중함으로 관찰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기요메의 용기는 무엇보다 그 올곧음의 결과이다. (54쪽)

인간이라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몫의 돌을 놓으며 자신이 세상을 구축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55쪽)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떼어낼 것이 없을 때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발전의 끝에 이르렀을 때 기계는 스스로 모습을 숨긴다. (60쪽)

그는 자유로웠으므로 기본적인 재산, 사랑받을 권리, 북쪽이나 남쪽으로 걷고, 노동으로 자신의 빵을 벌 권리가 있었다. 그러니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강렬한 배고픔을 느끼듯이. 그는 사람들 틈에서의 한 사람이 될 필요를 느꼈고 사람들과 엮인 사람이 될 필요를 느꼈다. (123쪽)

나는 다시 생각한다. ‘우리가 질서를 지키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가 그 안에 스스로 갇혀보지 않으면 가늠할 수 없다.‘ 나는 겨우 오늘에서야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담배와 한 잔의 럼주를 이해한다. 나는 사형수가 그런 초라함을 받아들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사형수는 그런 것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 (162쪽)

우리의 밖에 위치한 공통된 목표로 형제들과 결합되었을 때, 그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숨을 쉰다. 그리고 경험은 우리에게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같은 밧줄에 매여 같은 정상을 향하고 거기서 서로 만날 때에야 비로소 동료라고 할 수 있다. (195쪽)

인간에게 있어 진리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197쪽)

인간과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을 통해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당신들이 가진 진리의 명증성을 대립시켜서는 안 된다. (198쪽)

왜 서로를 증오하는가? 우리는 같은 행성에 실려 가는 같은 배의 선원으로서 서로 굳게 결속되어 있다. (202쪽)

이와 같이 나무가 성장하는 것처럼 느리게 발전하며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것, 그것은 생명이면서 또한 인식이기도 했다. 얼마나 신비로운 상승인가? (생략) 그 어머니는 생명만 전해준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들들에게 언어를 가르쳤고, 수 세기가 흐르면서 서서히 축적된 짐, 그녀 자신이 받아서 보관했던 정신적 유산, 뉴턴이나 세익스피어와 동굴에 사는 짐승들과의 차이를 이루는 작은 몫의 전통들, 개념들, 신화들을 맡겼던 것이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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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에게 강추하고 싶은 요하네스 라우의 글이다.

진짜, 참, 정말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저만치 먼지 쓰고 있던 성경을 일독했고, 신학전반에 관한 평신도 강좌를 듣는 중이다.

성경에 대하여 많은 오해를 하고 오역을 하면서 살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하는데, 그게 이 부대끼는 우리 집, 자주 화를 나게 만들며 살아가는 이 가정, 가족에서 부터 해야 하는데, 이것이 다른 사람과 살아가도록 훈련시키고 힘을 주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어렵다. 

일단 어려운 건 하고 싶지 않고, 꼴랑 있어도 그만 없어도 되는 그 가진 것(관계 속에서 힘)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이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아주 많이 불편하다. 한편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조금씩은 바꿔지지 않을까, 싶다. 그럴거다. 내가...

시월이 가기 전에 홍천 은행나무 숲에 가려한다.  한달만 개방한다는, 그래서 더 가보고 싶고 가야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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