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구판절판


우리는 계획보다는 우연에 의해서 목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신에 심취한 구애자, 세심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사랑에 빠지는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믿는 구애자에게는 기운이 빠지는 이야기이다. 구애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덫에 걸 사랑의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일을 진행한다. 어떤 웃음, 의견, 포크를 쥐는 방식 같은 것, ..... 그러나 불행하게도, 설사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구애의 과정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계산이라기보다는 우연에 의해서이다. -55쪽

말다툼은 차이의 정당성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관점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려는 실력 행사로 전락했다. -104쪽

사랑의 압제적 요구는 보편적 진리를 가장한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앞세워 상대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사고 싶은 구두를 사지 못하게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서] 강요하는 것이다. -105쪽

연인은 슈퍼마켓이나 거실에서, 한 발 떨어져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꿈을 꾼다. 그 얼굴과 몸짓을 해석하며, 그 안에서 비세속적이고 완벽하고 매혹적인 것을 찾아낸다.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참치 캔을 싸거나 차를 따르는 모습을 꿈의 재료로 삼는다. 그러나 삶이란 늘 사람을 깊은 잠을 못 자는 존재로, 평범한 현실로 깨어나기 쉬운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141쪽

의미론적으로 볼 때 사랑과 관심이 거의 맞바꾸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는 나비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 나비에 관심이 많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에 의해서 그들의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162쪽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클로이는 갑자기 나에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관계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나 습관이나 익숙함이 관계를 끝내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클로이나 나 둘 중의 하나가 끝을 내버리자는 것이었다. -204쪽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신비한 "나"는 가장 약한 상태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자리잡은 자아로 간주된다.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모두가 힘을 사랑하낟. 하지만 너는 내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210-211쪽

삐친 사람은 복잡한 존재로서, 아주 깊은 양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움과 관심을 달라고 울지만, 막상 그것을 주면 거부해버린다. 말없이 이해받기를 원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것은 내 진짜 불만을 말했을 때 생길 위험 때문이었다. 클로이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내 상처는 표현하기가 무척 힘든 것이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그 문제를 꺼내면 바보처럼 보일 것 같았다. 따라서 나의 분노는 지하로 밀어넣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의미를 상징화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그 상징이 해독되는 것을 반은 기대하고 반은 두려워하면서.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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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아주 바쁘게 보냈다... 첫째 주말엔 아빠의 팔순을 축하했다. 두번째 주말엔 10시간의 RT를 들었다. 어제는 평가회를 했다. 오늘은 LCSI 강사연수를 받았다. 시험까지 쳤다. 내일까지다. 잠실에 간 김에 이샘도 만나고 늦게 왔다... 그러나 도무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간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불면의 시간도, 바쁜 시간도 다 지나갔다... 내일이 지나면 느.리.게 책읽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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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몸과 마음을 위한 심리상자 - 심장 전문의와 심리 치료사가 함께 쓴 마음 탐구 보고서
발렌틴 푸스터 외 지음, 유혜경 옮김, 문지현 감수 / 갈매나무 / 2011년 12월
절판


인간은 설명이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특히 마음이 약해진 순간에 논리적인 설명을 찾을 때는 부조리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없으면서도 우리의 자존감을 위협하지 않는 설명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우리 자신이나 타인 앞에서 자신을 정당화해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행동을 더 많이 지지하거나 변호해주는 논법을 선택한다. 모순을 일으키는 불쾌감이나 불협화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38쪽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합리적으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을 꾸려갈 때 자신이 운전석에 앉아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하루 하루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배하지 못한다고 여길 때에도 역경을 더 잘 극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과 삶에 대한 만족감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 -95쪽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자신의 감정과 잘 연결되어 있을수록 타인의 감정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우리가 행동한 것의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인 결과와 단기적인 결과를 포함해서 말이다. 어떤 행동은 독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136-137쪽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질 때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균형을 깨는 예기치 않은 불행들은 자주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이런 역경을 견디고 극복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회복 탄력성은 개인적인 능력이며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낟. 그리고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능력은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과 사건을 느끼고 판단하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의 본질과 심각성은 차치하고, 그 경험이 주는 충격은 우리가 그 사건에 부여하는 주관적인 의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각자기 지닌 회복 탄력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역경을 극복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해로운 요소는 무력감이다. 역경 앞에서 무력감을 느껴, 자신이 무슨 일을 해도 상황은 변하지도 좋아지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냉담하고 패배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결국 그들은 빨리 포기해버리고 만다. -182쪽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관찰하고 내면을 분석할 수 있다. 또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놀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및 행동을 관찰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설명하거나 인정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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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2월이 왔다. 눈과 추위와 같이. 뚜벅, 발과 뺨이 시리다. 겨울같다... 평가회가 남아있다. 자료 준비한다고, 통계내고 성과분석하느라, 매일밤 아주 조금씩 통섭의 식탁에 앉았다. '통섭'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그윽하고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나지만, 입맛이 없어 그런지, 다양한 책만 소개 받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저자도 부러워했지만, 나 또한 부러운 사람이 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Winter World]의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내가 이 세상에서 부러워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p92).... 세상의 부귀영화를 다 뒤로 하고 그야말로 통나무집을 짓고 숲 속의 생활을 시작한(p93)'.....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부귀를 얻겠다고, 녹초가 된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면, 쯧쯧쯧... 눈길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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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이처럼 기구한 삶들을 그린 이 소설의 원제는 '활착活着'이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며 [인생]이라는 제목을 달아준 걸 우리말 역서에도 그대로 붙여 썼다. 장 감독은 [인생]으로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지만, 나는 제목이 바뀐 것에 불만이 크다. '활착'이란 원래 "옮겨 심거나 접목한 나무가 뿌리를 내려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부제가 은근히 따라다닌다. 하지만 나는 그 부제 역시 그리 탐탁지 않다. 위화는 서문에서 스스로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라고 조금은 으스대며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고 있다. -56-57쪽

"작은 나라들은 약하기 때문에 보다 위대한 지혜를 짜내어 정책을 마련한다. 그 지도자들은 아주 잠깐만 어리석게 굴어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세계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진보한 국가들이 작은 나라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작은 나라일수록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82쪽

유전자 자체가 도덕이나 윤리 의식을 가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가슴이나 뇌를 지닌 생명체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화학 물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복제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기적인 유전자가 바로 우리를 '도덕적인 동물'로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도덕성morality도 엄연한 진화의 산물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보다 도덕적인 개체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남겼기 때문에 도덕성이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의 본성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70쪽

유전자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만든다. 행동이란 바로 단백질이 만들어낸 구조와 기능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발가락이 닮은 것을 인정한다면 그 닮은 발가락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 역시 비록 단계를 더 거칠 뿐 엄연히 유전자의 결과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193-194쪽

서양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를 진정 귀찮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코끼리를 피할 순 있어도 파리를 피할 순 없다."
"우리를 진정 화나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산 위에 올라앉을 순 있어도 압정 위에 앉을 순 없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작은 것들이다. 마개 없는 욕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241-242쪽

부양해야 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현실이 오히려 수명을 연장해주고 생존 확률을 올려준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홀가분하게 혼자인 사람이 시간이나 에너지를 덜 낭비할 것 같은데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영장류 사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외톨박이는 실제로 다른 개체들로부터 공격도 더 자주 받을뿐더러 자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외톨박이가 대체로 더 일찍 죽는다.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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