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이처럼 기구한 삶들을 그린 이 소설의 원제는 '활착活着'이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며 [인생]이라는 제목을 달아준 걸 우리말 역서에도 그대로 붙여 썼다. 장 감독은 [인생]으로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지만, 나는 제목이 바뀐 것에 불만이 크다. '활착'이란 원래 "옮겨 심거나 접목한 나무가 뿌리를 내려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부제가 은근히 따라다닌다. 하지만 나는 그 부제 역시 그리 탐탁지 않다. 위화는 서문에서 스스로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라고 조금은 으스대며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고 있다. -56-57쪽

"작은 나라들은 약하기 때문에 보다 위대한 지혜를 짜내어 정책을 마련한다. 그 지도자들은 아주 잠깐만 어리석게 굴어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세계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진보한 국가들이 작은 나라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작은 나라일수록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82쪽

유전자 자체가 도덕이나 윤리 의식을 가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가슴이나 뇌를 지닌 생명체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화학 물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복제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기적인 유전자가 바로 우리를 '도덕적인 동물'로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도덕성morality도 엄연한 진화의 산물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보다 도덕적인 개체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남겼기 때문에 도덕성이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의 본성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70쪽

유전자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만든다. 행동이란 바로 단백질이 만들어낸 구조와 기능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발가락이 닮은 것을 인정한다면 그 닮은 발가락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 역시 비록 단계를 더 거칠 뿐 엄연히 유전자의 결과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193-194쪽

서양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를 진정 귀찮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코끼리를 피할 순 있어도 파리를 피할 순 없다."
"우리를 진정 화나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산 위에 올라앉을 순 있어도 압정 위에 앉을 순 없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작은 것들이다. 마개 없는 욕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241-242쪽

부양해야 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현실이 오히려 수명을 연장해주고 생존 확률을 올려준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홀가분하게 혼자인 사람이 시간이나 에너지를 덜 낭비할 것 같은데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영장류 사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외톨박이는 실제로 다른 개체들로부터 공격도 더 자주 받을뿐더러 자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외톨박이가 대체로 더 일찍 죽는다. -3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