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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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는 것. 대개는 먼저 사랑을 시작하는 한 사람이 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를 요구받는 다른 한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사랑(넓은 의미에서 관계의 논리학)을 탐구하려면 두 개의 물음을 따로 물어야 한다. 도대체 어떤 구조 속에서 A는 B에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게 되는가. 그리고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B는 A에게 "나도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게 되는가. 이 두 물음 중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후자다. 왜냐하면 내가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라는 물음은, 내가 너와 `이미` 사랑에 빠진 이후에 던져지는 한에서는, 물음으로서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근본적으로 동어반복에 가까워지고 말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된 것은 네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 놀라운 것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아니라, 그 누군가가 나의 사랑에 응답하게 되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상황 혹은 조건 속에서만 타인의 사랑에 기꺼이 응답하는가?` (18쪽)

즉 타인의 사랑이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결여를 인지하도록 이끄는 것,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타인의 사랑에 응답하게 만드는 하나의 조건이 된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내가 내부의 결여를 인지하는 데에는 나를 둘러싼 외적 조건들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외적 조건들의 퍼즐이 때마침 어떤 조합을 이루는가 하는 문제는 거의 우연에 속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랑의 논리학도 결과를 확언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 정교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우연을 다 통제할 수는 없으므로. (20쪽)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 (25쪽)

어떤 문장도 삶의 진실을 완전히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떤 사람도 상대방을 완전히 정확하게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27쪽)

두 사람의 차이가 상호 매혹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일한 차이가 결국 그 관계를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 (33쪽)

사랑이 실패한 것은 내가 타자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 진정한 문제는 지금 타자를 잃어버렸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46쪽)

세 종류의 고통이 우리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것. 자주 고장 나고 결국 썩어 없어질 `육체`, 무자비한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치는 `세계`, 그리고 앞의 두 요소 못지않게 숙명적이라 해야 할 고통을 안겨주는 `타인`이 그것들이다. (117쪽)

진실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 능력은 때로 이성의 영역을 뛰어넘어 발현될 수 잇다는 것. 그를 통해 인간은 서로를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것. (129쪽)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진실 자체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진실로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타인들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에서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결론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네가 누구건, 무엇이 진실이건, 그것은 우리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가 유죄라는 것이다.` (131쪽)

시야말로 `마음`과 특권적인 관계를 맺는 장르라는, 꽤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그 관념을 이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다. 시는 마음의 투명한 재현을 추구하는 1인칭의 독백이다. 시에 어떤 화자가 등장하건 그는 곧 시인 자신이다. 그러므로 거짓된 삶에서 진실한 시가 나올 수는 없다. 삶과 시는 일치되어야 한다, 라는 명제들이 그 관념을 구성한다. (136쪽)
*이 영화 = 이창동감독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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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가고 5월이 오는 동안 이책에서 저책으로 몇권을 뒤적뒤적 반쯤 읽은 것도 많이 읽은 것도 그러다가 생일선물로 받은 시집만 용케 읽었다.

마음이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둥둥 떠 다닌 봄날이었다. 그러면서 봄의 시간부터 언젠가 있었던 날 같은. 모든 게 처음인데 겹치고 반복되고 비슷하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꿈에서 본 것인지. 기시감까지 들었다. 

4월 마지막날에는 옥천의 이지당 툇마루에 앉아서 봄햇살을 받고 봄바람에 설렜다.

5월 첫날에는 카페를 오픈한다고 노리다케, 웨지우드, 덴비, 르쿠르제, 로얄코펜하겐, 앤슬리 커피잔과 티팟을 구입했다.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비밀이나 되듯, 이 예쁜잔은 누구에게, 이 귀여운 잔은 그녀에게, 저 고급진 잔은 사랑하는 그이에게 커피를 홍차를 뜸뿍 담아 주자. 친밀감에 따라 커피잔이 달라지는 건 아무도 모를거야. 그지그지 하면서 다녔다. 드디어 카페 등록을 했다. 간판도 달았다. 쓱 오픈할 예정이다. 누구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인생공부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친구도 없는 내가 그 유일한 친구까지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많은 걱정인형들이 있었다.  

어린이날은 생일이다. 배려와 싸가지 없는 언니를 동생들이 축하해줬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식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하늘나라 가면 좋겠다 하면서 입원하셨다. 저 지난해도 똑같은 날에 아프셔서 입원하셨는데. 오남매가 모였을 때 꼭 아프시다. 우리보다는 하늘나라와 조금씩 가까와 지시는 아버지다. 당신이 지금 원하시는 건 무엇일까. 무슨 생각이 드실까. 최근 옆집의 80세 상주가 98세 노모를 보낸 이야기를 하면서 80세에 상주하고 싶다고만 말씀드렸다.

이런 저런 일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모였다가 헤어졌다가 한다.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이생과의 이별도 한다. 지금 이순간 내가 놓치지 않고 잡고 있는 거에, 마음을 두고 있는 거에 집중하려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겠지. 아님, 억지로 떠나 보내야 할 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마음을 다 잡아 본다.

녹턴에는 사랑의 시작점 [花飛, 그날이 오면]에서 사랑이 끝나는 마침점 [花飛, 먼 후일]이 들어있다. 슬프고 아린 사랑사이에 꽃비만 내리고 있다... 내 마음의 시작점에서 언제일지 모르는 끝나는점, 그 사이를 만남과 이별, 꼭 잡고 있는 것과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들 사이를 조심조심히 건너고 깊이 깊이 생각하고 말하면서 지나고 있다. 그 사이가 너무 넓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기도 하고. 그냥 주저 앉기도 하고. 달려보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건너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일은 시작점에 머물러 있고 어떤 것은 마침점에 가까이 가 있다.  나의 생은 어디쯤에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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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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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
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하늘을 보아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花飛, 그날이 오면]중에서(11쪽)

그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오선지의 비탈을 한 칸씩 짚고 오르듯 후후 숨을 불며.
햇빛 달빛으로 욕조를 데워 부스러진 데를 씻긴 후
성탄 트리와 어린양이 프린트된 다홍빛 담요에 당신을 싸서
가만히 안고 잠들었다 깨어난 동안이라고 해야겠다.

-[이런 이별]중에서(19쪽)

나는 알 수 없어요. 기억이 사라지는 것과 몸이 사라지는 것. 둘 중 어느것이 덜 잔인한지.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남은 생이 얼마건 상관없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살지 내가 결정한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타락천사, om 12:00]중에서(39쪽)

방금 내가 만진 시간, 그거, 당신이었지요?

내가 만진 시간, 당신

을 사랑하는 일

에 정성을 다하는 것

굳이 말해야 한다면 이것이 나의 신앙

-[게이트리스 게이트]중에서(44-45쪽)

이 순간이 전부인 게 어때서?
사랑이 변하는 게 어때서?
지금 이렇게 전부 주고 싶은데
내 전부를 주어 당신을 활짝 꽃피우고 싶은데
사랑이 아니라면 뭐겠어?

-[om 4:00, 사랑이 변하는 게 어때서?]중에서(92쪽)

얼마나 다급히 너에게 가 닿고 싶으면
화살 같다고 못하고
기도가 화살이라고 쓰는가.

내 기도는 화살,
네가 맞을지도 모르는 화살을 쫓아가
쪼개려는.
너를 꼭 껴안고 내 등을 내주어
먼저 화살을 맞으려는.

-[화살기도]중에서(111쪽)

인연 맞는 때가 오면 다시 만날 거예요. 사람으로건 사람 아닌 것으로건 숨결 있는 모든 세상 어느 작은 조각으로든 하아, 강가 모래 속 반짝이는 한 점 비늘 같은 당신을 나는 알아챌 겁니다. 가만히 당신옆으로 가 한 손을 잡을 거예요. 그때 당신, 나를 알아보길, 왔군요...... 그래요......

-[보칼리제, om 0:00]중에서(158-159쪽)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
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花飛, 먼 후일]중에서(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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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게 나와 있다.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욕망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한 사람이다. 견고하고 차이가 있는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을 오랜 시간으로 좁힐 수 있는 기다림을 견뎌 내어야 하고, 안된다고 믿으려 하는 나약한 마음을 가능하다고 믿는 마음으로 바꾸는 게 사랑이란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대상의 편재, 여기도 저기도 사랑하는 사람이 보인다는 거. 또 사랑은 과잉과 잉여의 감정으로 넘쳐흐를 수 밖에 없는데 쾌락과 연관되어 있어 끝이 없다는 거. 그래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를 시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그녀가 진짜로 나를 사랑하는가라는 불안은 상대의 모자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이라는 거. 등등.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만큼 어려운 글이었다. 타인의 욕망과 시선을 나의 잣대로 상상하여 나의 사랑을 보는 게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밀당과 스토커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랑을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나의 욕망과 결핍의 결과라는 것. 결국에는 건강한 나의 심리구조가 관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려고 지금의 사람과 이별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만 다를 뿐 똑같은 방법으로 사랑을 되풀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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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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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낭만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무성한 소문 혹은 신화와는 다른 사랑의 나체, 초라하지만 진실한 알몸, 슬프기 짝이 없지만 슬픔의 존재를 알아야 담담해질 수 있다. 인생에 슬퍼하지 않으려면 인새잉 원래 슬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허술하고 누추한 국면을 알아야 비탄을 거둘 수 있는 법이다. (15쪽)

진행되는 연애에서 두 사람의 자아의 장벽은 얼마나 두터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음에 베일에 가려졌던 상대의 마음은 점점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실체를 드러낸 상대의 마음속에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것들만이 웅성거리고 있다. 문제는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초기의 장벽이 `알 수 없는 너의 마음`과 `좌충우돌 상상만 하는 나` 사이에 세워진 것이라면, 진행 중인 연애에서의 장벽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너`와 `너를 변화시켜야만 살 것 같은 나`사이에 축조된다. (29쪽)

사랑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가능한 답들은 꽤 있다. 말, 고독, 설렘, 성욕, 불안, 의심, 질투, 결핍 등. 하지만 내가 보기에 모범답안은 시간이다. 사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견디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값하지 못한다. (107쪽)

사랑은 아닌데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 내 마음을 분주하게 하고 때로 혹사시키는 것, 이런 것과 사랑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깝다. 사랑의 옛 우리말이 상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사랑이란다. 단지 그 사람을 그리워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만은 아닐 터이다. 어떤 식으로든, 의아함이든 미움이든 짜증이든 누군가에 대한 상념이 많아지면, 그것은 사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가장 흔한 사람의 고백은 이렇다. 너 때문에 신경이 쓰여 죽겠어! 근본적으로 사랑은 리비도의 집중 현상이다. 어떤 모양으로든 집중된 에너지는 사랑으로 흐르기 일보 직전이다. (168쪽)

명료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의 감정은 절대로 명명백백하지 않다. 그것은 혼돈과 의심과 불안의 외피를 쓰고 기습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의 감정뿐만 아니라 제 감정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감정의 정체를 심문하는 검사에게, 정직하게 답변할 말은 여간해서는 찾을 수 없다. 미움, 의존심, 성욕, 집착, 의심, 불안, 강박, 이런 인접 감정들과 사랑을 명쾌하게 가르는 선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사랑과 그 인접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혼돈 덩어리를 정의하고 분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197쪽)

욕망은 결국 타인과 상관없이 원래부터 `내`안에 있었던 `나`의 욕망이다. 타인을 욕망하는 사람은 타인 자체가 아니라 자기안의 욕망을 욕망한다. 타인은 내 욕망을 환기하는 매개이자, 내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가령 내가 연인에게서 판타지를 구하려고 할 때, 연인은 단순히 내 판타지를 이루기 위한 도구가 된다. 정직하게 말해서 나는 연인을 욕망한다기보다 연인을 매개로 나의 판타지를 실현하려고 한다. (243-244쪽)

또한 우리는 상대에게서 `나와 닮은 것`을 찾는다. 종종 우리는 상대 안의 나에게 매혹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소망과 내 결핍이다. 우리는 내가 가지고 싶은 자질을 가진 그, 내 소망을 실현한 듯한 그를 사랑한다. 박식해지고 싶은 사람은 박식해 보이는 그에게 매혹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성공한 듯 보이는 그에게 매혹된다. 제 결핍을 의식하는 사람은 유사한 결핍을 가진 듯 보이는 그에게 매혹된다. 누군가 묻는다. 그에게 왜 반했니? 그는 상처받기 쉬운 어린 아이 같아. 이때 생략된 말,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말은 `나처럼`이다. 나의 현실, 내 소망과 결핍은 상대에게서 매력을 생산해내는 발전기다. 나의 소망을 투사할 때 나는 상대를 예찬한다. 나의 결핍을 투사할 때 나는 상대를 안쓰럽게 여긴다. 상대의 매력의 원천은 `나`이다. (262-263쪽)

알랭 바디우에 다르면, 사랑은 "불가능한 무엇처럼 나타나게 만드는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랑은 불가능을 극복한다. 이렇게 말해도 될 것을 그는 복잡하게 말했다. 극복해야 하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불가능한 무엇처럼 나타나게 만드는 무언가"란다. 이 무언가가 무엇인가. 무엇을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 즉 무엇이 불가능하다고 믿어버리는 나약하고 비관적인 마음이다. 견고한 두 자아의 치명적인 차이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상대의 충격적인 배신을 용서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관계의 숙명적인 균열을 메꾸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능하다고 믿는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사랑이란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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