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몸과 마음을 위한 심리상자 - 심장 전문의와 심리 치료사가 함께 쓴 마음 탐구 보고서
발렌틴 푸스터 외 지음, 유혜경 옮김, 문지현 감수 / 갈매나무 / 2011년 12월
절판


인간은 설명이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특히 마음이 약해진 순간에 논리적인 설명을 찾을 때는 부조리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없으면서도 우리의 자존감을 위협하지 않는 설명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우리 자신이나 타인 앞에서 자신을 정당화해야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행동을 더 많이 지지하거나 변호해주는 논법을 선택한다. 모순을 일으키는 불쾌감이나 불협화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38쪽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합리적으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을 꾸려갈 때 자신이 운전석에 앉아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하루 하루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배하지 못한다고 여길 때에도 역경을 더 잘 극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과 삶에 대한 만족감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 -95쪽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자신의 감정과 잘 연결되어 있을수록 타인의 감정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우리가 행동한 것의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인 결과와 단기적인 결과를 포함해서 말이다. 어떤 행동은 독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136-137쪽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질 때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균형을 깨는 예기치 않은 불행들은 자주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이런 역경을 견디고 극복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회복 탄력성은 개인적인 능력이며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낟. 그리고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능력은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과 사건을 느끼고 판단하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의 본질과 심각성은 차치하고, 그 경험이 주는 충격은 우리가 그 사건에 부여하는 주관적인 의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각자기 지닌 회복 탄력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역경을 극복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해로운 요소는 무력감이다. 역경 앞에서 무력감을 느껴, 자신이 무슨 일을 해도 상황은 변하지도 좋아지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냉담하고 패배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결국 그들은 빨리 포기해버리고 만다. -182쪽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관찰하고 내면을 분석할 수 있다. 또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놀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및 행동을 관찰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설명하거나 인정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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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2월이 왔다. 눈과 추위와 같이. 뚜벅, 발과 뺨이 시리다. 겨울같다... 평가회가 남아있다. 자료 준비한다고, 통계내고 성과분석하느라, 매일밤 아주 조금씩 통섭의 식탁에 앉았다. '통섭'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그윽하고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나지만, 입맛이 없어 그런지, 다양한 책만 소개 받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저자도 부러워했지만, 나 또한 부러운 사람이 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Winter World]의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내가 이 세상에서 부러워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p92).... 세상의 부귀영화를 다 뒤로 하고 그야말로 통나무집을 짓고 숲 속의 생활을 시작한(p93)'.....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부귀를 얻겠다고, 녹초가 된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면, 쯧쯧쯧... 눈길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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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이처럼 기구한 삶들을 그린 이 소설의 원제는 '활착活着'이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며 [인생]이라는 제목을 달아준 걸 우리말 역서에도 그대로 붙여 썼다. 장 감독은 [인생]으로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지만, 나는 제목이 바뀐 것에 불만이 크다. '활착'이란 원래 "옮겨 심거나 접목한 나무가 뿌리를 내려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부제가 은근히 따라다닌다. 하지만 나는 그 부제 역시 그리 탐탁지 않다. 위화는 서문에서 스스로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라고 조금은 으스대며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고 있다. -56-57쪽

"작은 나라들은 약하기 때문에 보다 위대한 지혜를 짜내어 정책을 마련한다. 그 지도자들은 아주 잠깐만 어리석게 굴어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세계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진보한 국가들이 작은 나라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작은 나라일수록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82쪽

유전자 자체가 도덕이나 윤리 의식을 가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가슴이나 뇌를 지닌 생명체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화학 물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복제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기적인 유전자가 바로 우리를 '도덕적인 동물'로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도덕성morality도 엄연한 진화의 산물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보다 도덕적인 개체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남겼기 때문에 도덕성이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의 본성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70쪽

유전자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만든다. 행동이란 바로 단백질이 만들어낸 구조와 기능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발가락이 닮은 것을 인정한다면 그 닮은 발가락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 역시 비록 단계를 더 거칠 뿐 엄연히 유전자의 결과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193-194쪽

서양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를 진정 귀찮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코끼리를 피할 순 있어도 파리를 피할 순 없다."
"우리를 진정 화나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산 위에 올라앉을 순 있어도 압정 위에 앉을 순 없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작은 것들이다. 마개 없는 욕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241-242쪽

부양해야 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현실이 오히려 수명을 연장해주고 생존 확률을 올려준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홀가분하게 혼자인 사람이 시간이나 에너지를 덜 낭비할 것 같은데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영장류 사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외톨박이는 실제로 다른 개체들로부터 공격도 더 자주 받을뿐더러 자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외톨박이가 대체로 더 일찍 죽는다.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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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마을, 책마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찾아가는 건 위험(?) 하단다. 물론 자국민은 괜찮겠지만... 산책길에 들릴 수 있는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흠흠흠... 책 냄새 또한 코끝을 간지르고 커피내음까지... 언젠가 만들고 싶다. 

'사평역에서' 설날을 기다리며. 이맘 때가 되면 떠오르는 시詩다.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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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구판절판


그렇다면 우리 현실에서 책은 헌 신발짝 값만도 못하다. 중고 서적은 대체로 무게로 저울에 달아 유통된다. 출판인이나 저자 편에서는 국민 수준이 낮다고 하고, 국민은 책이 제값을 못한다고 의심한다. 아무튼 도서의 하향 평준화는 분명하다. 수많은 시간과 지성을 쏟은 저자나 역자의 책이든, 시정잡배가 대필시켜 쓴 책이든 종이 값이나 쪽수로서 정가를 맞춘다. 지성과 정신노동의 가치를 이렇게 경시하고 저평가하는 사회에서 사상의 향기는 커녕 타인의 생각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도야하며, 바람직한 인내심 같은 것을 키룰 여지란 기대하기 어렵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니, 시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아예 상스러운 고함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어야 하는 소리 없는 대화로서 독서의 미덕을 누가 옹호할까?- 66쪽

독서 운동은 추상적인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상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책을 아끼듯이. 책방이 곁에 없는데 어디서 책을 구할 것인가. 대도시 중심가, 쇼핑센터에 가서 책을 찾는 것과 동네에서 책을 접하는 것은 다르다. 아침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하듯이. 방과 후나 일을 끝낸 오후에는 서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어야 한다. 누가 너절한 잡지와 참고서만 그득한 동네 서점에서 문화를 운운하겠는가. 담배 가게나 빵집이나 카페처럼 책방 또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76쪽

우리에게 소수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는 이미 중병 수준이다. 모든 분야의 구석마다 배가 부른 주류의 이미지가 중심이다. 급하게 건너뛰는 현대화의 큰 폐해를 생각해 보면 기적을 일으킨 한강 물에 쓸려 보낸 소중한 기술이며 여전히 살아서 사랑받을 수 있었을 기법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난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눈부시게 도약했던 흑백사진 복제술 덕분에 기념비적인 도판을 곁들인 양장본과 반양장본도 쏟아졌었다. 이런 훌륭한 도판이 세련될 틈도 없이 금세 컬러 도판만이 통용되었으니 이런 징검다리 사이로 빠져나간 다른 역사적 경험이 어디 하나 둘일까.-104쪽

그런데 우리 서점에 그를 다룬 책이 상당하지만 수백 권도 넘는 빈센트의 책자 가운데 정말 읽을 만한 것은 몇 권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놀랍다. 무수한 전기와 미학서와 역사서 가운데 어떻게 가장 비중있는 것들은 싹 걸러지고 나머지 책들만 번역될 수 있었을까? 최근의 책들은 그의 생시나 사후 얼마 되지 않아 출간된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로망'으로 채색되었고, 무수한 겹치기 인용 때문에 미지근하다. 그의 편지와 일기만 제외하고 주목할 만한 것이거나 훌륭하기에 그만큼 저작권이 높은 것은 거의 제외된 셈이다. 이런 을씨년스러운 결과와 태연한 풍조가 왜 빚어졌을까. 이런 출판의 향방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인기 뒤에 숨은 삼류 멜로와 권위라는 말에 가려진 진정한 탐구자의 언어를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결코 아니고, 그런 조바심이나 거저 얻으려는 초조한 허영심이 없는 독자가 늘어났을 때가 와야 하지 않을까. 세상사에서 알아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수천 년부터 혀를 내둘렀던 사람도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185-186쪽

칼이 아니라 펜을 놀려 싸우는 평화로운 전쟁터는 지성과 감성이 다투는 터전이다. 거기에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주장하느라고 무리수를 두었던 애국적 필자들은 이제 인기가 시들하다. 교과서적인 명성을 날리던 저술도 죽을 쑤고 있다. 한때 박식한 사가들은 위증을 위한 증거 자료처럼 방대한 책을 써냈고, 이런 책들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다국어로 번역되곤 했다. 그런데도 한 세기도 안 된 지금은 헐값에도 찾는 사람이 없이 비만증에 걸려 병상에 누운 거물처럼 서가에 처밖혀 있다. -208쪽

마을 아래로 흐르는 와이강江을 바라보면서 성채 주변에서 좌우로, 지그재그로 펼쳐지는 골목으로 한두 집은 서점, 그다음은 옷가게나 상점, 그다음 집은 '펍', 그다음은 '비 엔 비' 민박집, 그 이웃은 다시 서점....... 그런 식이다. 이렇게 반경 200여 미터 안에 서른 군데 가까운 서점이 빼곡하다. -282쪽

요크셔 테일스에서 컴브리아로 접어드는 산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엔디미온이 영원히 잠든 '달의 계곡'처럼 오전인데도 짙은 안개 속에 여전히 달빛이 교교하다. 어지럽게 굽이치며 돌아 내려가는 길가의 언덕은 제주도의 오름이 바람에 실려와 이곳에 내려앉기라도 한 듯 다소곳하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랠프 윌도 에머슨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도 멀리 있는 것보다 아름다움과 놀라움이 적지 않다는 데에 놀란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해명한다. 물방울은 작은 바다이다. 한 사람 속에 모든 자연이 들어 있다."-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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