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만, 그까이 껏하면 되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아껴가며 불편한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읽었다. 깨알같은 글을 가는 눈을 하고서야 읽게 되는, 더 가까이 가면 마음의 채도 촘촘해져 그 어떤 것도 놓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사는 게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더도 덜도 이만큼이면 딱인 데, 감정에서조차 욕심을 부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사람과 일에서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는 일이다. 자꾸만 집착하게 되고, 소소한 거까지 바라는 어처구니 없는 욕심, 슬몃 자리잡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도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는 건 아닌가. 그 정도는 눈치를 채야 되지 않는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나의 생일을 내 손으로 차려 먹어야 하나, 이 나이까지. 사랑한다면서. 유치하지만 아직도 생일타령이라고 치부하면 안된다. 그건 단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니까.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용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지요. 도시 때문에 생긴 일이고요.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혼자서 밥먹고, 이사하고, 터미널에서 서성이기, 정리하기, 출근하기등등 제목이 내용을 깍아 먹는 느낌이다. 이렇게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 올 수는 없는 내용이다. 각각의 일상에서 '어떻게 사느냐'와 중첩되면서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글이다. 그대도 책을 잡는다면, 조금씩 천천히 읽게 되면서 겸손해 질 것이다.